반찬 가게가 달라졌다. 집밥, 혼밥, 1인 가구는 물론 고령화, 일하는 여성 증가 등 사회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동네마다 반찬 가게가 속속 문을 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조리·반(半)조리 반찬을 비롯한 가정 간편식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7000억원에 이어 올해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창업·프랜차이즈업계에서도 새로운 유망 아이템으로 반찬 가게가 급부상했다. 날마다 '완판' 행진을 이어가는 '소문난 반찬 가게'도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요즘 반찬 가게 트렌드는 소용량·소포장이다. 서울 옥수동 '셰프찬'의 경우 기본 포장이 2인분 기준이다. 4인분 기준으로 판매하는 기존 반찬 가게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하루 1000개 이상 반찬이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서울 옥수동 셰프찬(왼쪽 사진)과 판교 소중한식사의 반찬(오른쪽 사진). 좋은 재료로 만든 반찬을 소용량·소포장하는 것이 요즘 인기 많은 반찬 가게의 공통점이다.

김석헌 대표는 "요즘 주부들은 음식 쓰레기가 생기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한 끼에 깔끔하게 먹어 치울 수 있는 분량을 선호한다"며 "분리 수거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포장을 계속해서 줄여나가고 있다"고 했다.

양이 적어지는 대신 식재료는 고급화되는 추세다. 판교 반찬 가게 '소중한 식사' 소정윤 대표는 대기업 식음료 관련 계열사에서 식재료 수입을 담당했던 경력이 있다. 소 대표는 "손님들이 식재료에 대한 관심도 높고 정보도 많다"며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기존 반찬 가게는 전통적 한식 반찬 위주에 맵고 짜고 자극적인 맛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서양식 밑반찬이나 일품요리를 파는 반찬 가게가 늘고 있다. 서울 압구정 현대백화점 지하 1층 식품관 '에오'는 청담동 이탈리아 레스토랑 '리스토란테 에오'에서 운영하는 이탈리아식 반찬 가게다. 라자냐, 해산물 샐러드, 라구(파스타 소스) 등이 인기 품목으로 꼽힌다.

가게를 연 지 19개월 만인 지난 8월 현대백화점 식품관 입점 업체 중 최단 기간 월 매출 1억원을 달성하는 기록을 세울 만큼 손님이 몰린다. 자식들 출가시키고 부부끼리 사는 중·노년 고객이 많다고 한다. 어윤권 오너셰프는 "밥 중심으로 탄수화물 비중이 높고 자극적인 양념이 들어가는 한식에 비해 서양 음식이 오히려 속 편하다는 분들이 꽤 많다"고 했다.

반찬 가게는 보통 요리 솜씨 좋은 주부가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반찬이 다양해지고 일품요리 비중이 커지면서 호텔 셰프 출신 등 전문가들이 뛰어든다. 외식 업체도 반찬 판매에 나서고 있다. 도시락 브랜드 '본도시락'은 반찬만 제공하는 '일품 반찬' 서비스를 두 달 전 시작했다. 본도시락 관계자는 "더덕장어구이, 해물갈비찜, 버섯불고기 등 기존 도시락 제품에서 반찬만 따로 구매하기 원하는 소비자가 많다"며 "하루 평균 300여 개가 팔리는 등 반응이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