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현지시간) 출시된 애플의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AirPods) 사용기와 반응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번 주부터 국내 소비자에게 에어팟이 배송(국제 배송)되고 각 오프라인 매장에도 입고 됐기 때문이다.

국내 초기 반응은 나쁘지 않은 편이어서 에어팟이 시장에 안착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최근 무선 이어폰·헤드셋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증가해 국내에 무선 음향기기 시장도 커진 것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에어팟 가격은 159달러, 국내 출고가는 21만9000원이다. 높은 가격과 특이한 디자인 때문에 출시 전에는 국내외 혹평도 적지 않았다.

◆ 국내외서 초기 물량 매진

에어팟은 지난 9월 애플이 아이폰7과 함께 ‘무선(Wireless) 시대를 열겠다’며 선보인 제품이다. 애플은 자체 개발한 W1 프로세서를 에어팟에 탑재해 무선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에어팟은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 애플의 주변기기와 자동으로 연결된다.

에어팟이 처음 공개됐을 때 국내외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아이폰7에 3.5mm 이어폰 잭을 없애고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을 선보이자 국내외에서 ‘애플의 실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미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도 에어팟을 "돈을 벌려는 그들의 사업 계획일 뿐"이라고 혹평한 바 있다. 해외 언론과 국내 언론들은 에어팟 외관을 ‘담배꽁초’와 비교하기도 했다.

에어팟

그러나 에어팟 판매가 시작되자 상황은 바뀌었다. 국내외서 에어팟 초기 물량은 단시간에 매진됐다. 씨넷 등 외신은 에어팟이 지난 13일 발매 직후 몇 시간 만에 올해 출하분이 모두 소진됐다고 전했다.

외신은 애플이 에어팟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초기 출하 물량을 적게 잡았다고 분석하고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에어팟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국내에서도 20일 애플 온라인 스토어에 게재된 에어팟의 배송가능일은 주문량이 밀려 기존 2주에서 6주로 늘어난 상태다. 애플 매국 온라인 스토어와 일본 온라인 스토어도 모두 6주로 배송가능일이 늘어났다.

에어팟 초기물량이 매진되고 배송일이 늦어지자 하루라도 빨리 에어팟을 사용하고 싶은 소비자는 중고 거래를 택하고 있다. 국내 중고제품 거래 사이트에서는 기존 에어팟 가격인 21만9000원보다 약 10만원 가량 높은 30만원 선에서 제품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에어팟을 구매한 한 소비자는 “유선 이어폰은 줄이 거추장스럽고 활동하다 줄이 꼬이는 일도 많았는데 에어팟은 무선이라 편하다”며 “귀에서도 생각보다 안빠져 만족한다”고 말했다.

에어팟을 구매하려고 하는 한 아이폰 사용자는 “기존부터 블루투스 이어폰을 쓰고 있어 에어팟이 무선 이어폰이라 부담스러운 점은 없다”며 “올라오는 사용기를 보니 페어링(무선 기기를 서로 연결해 동작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도 매끄럽다고 해 곧 구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국내 무선 음향기기 시장 매년 2배 씩 커져

최근 국내 무선 음향기기 시장이 점차 확대되면서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도 국내 시장에 안착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국내 소비자가 무선 음향기기 이용에 익숙해 ‘무선’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 무선 이어폰 간 연결 선이 없는 ‘완전무선형 블루투스 이어폰’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올해 무선 이어폰·헤드셋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분기 134%, 2분기 146%, 3분기 113% 증가했다. 올해 10월부터 이번달 2월까지는 138% 늘었다. 최근 소비자의 음향기기 선택이 유선에서 무선으로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온라인상거래사이트 지마켓에서도 LG전자 톤플러스, 아콘 등 무선 이어폰·헤드셋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류희범 다나와 유통분석담당은 “블루투스 무선 음향기기가 그동안 단점으로 알려진 전송 기술을 개선하고 가격 경쟁력을 높여 소비자들이 꾸준하게 찾고 있다”며 “이번 하반기부터는 ‘원더랜드’ 제조사의 제품과 같은 좌측과 우측을 연결하기 위한 선이 없는 완전무선형 블루투스 이어폰이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삼성도 지난 7월 완전무선형 이어폰인 기어 아이콘X를 출시한 바 있다.

LG전자 톤 플러스

송은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어팟 가격은 22만원 선으로 비싼편이지만, 업계에서는 에어팟이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국에서 계속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박성순 바로투자증권 연구원도 “아이폰7에 이어 내년 출시되는 삼성의 갤럭시S8에도 이어폰 단자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무선 음향기기 시장은 더욱 확대될 예정”이라고 분석했다.

삼성 기어 아이콘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