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도시가 지역 경제 침체와 맞물린 집값 하락에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올해 업황 부진에 시달린 조선·중공업 생산 기지가 있는 지방 도시 집값이 크게 하락했다.

조선소가 있는 거제·창원·통영과 제철소가 있는 포항·광양, 산업단지가 있는 구미·경산 등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올해 일제히 떨어졌다.

불 꺼진 경남 거제시 빌라촌.

21일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값은 1.41% 오른 가운데, 거제 아파트 매맷값이 4.55% 하락했다. 거제에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가 있다. 창원은 1.60%, 통영은 0.34% 떨어졌다. 특히 창원시 진해구는 2.11% 하락하며 창원시 평균을 밑돌았다. 창원시 진해구에는 STX조선소가, 통영에는 성동조선소가 있다.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빚어진 대규모 조선업 구조조정이 부동산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역 경기 침체로 실직이 늘거나 소득이 줄면서 주택 구매력이 떨어진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1월 노동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조선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11월보다 2만8400명이 감소했다.

올해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지방 기업도시들의 하락세가 눈에 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거제와 통영 평균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대 1도 넘지 못했다. 거제는 0.62대 1, 통영은 0.96대 1을 기록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올해 전반적으로 내수 경제가 좋지 않았던 것이 지방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줬다"며 "(올해처럼) 기업도시에서 대대적인 산업 구조조정이 일어나면 부동산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한다"고 말했다.

제철소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도시들도 올해 집값 하락을 면치 못했다. 포항과 광양, 당진은 올해 아파트 매맷값이 각각 3.58%, 1.04%, 1.41% 떨어졌다.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는 포스코가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962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2년 전부터 구조조정을 하는 등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철강 등 1차 금속산업 취업자수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00명 줄었다. 올해 11월까지 포항과 광양 인구 수는 각각 2057명, 904명 감소했다. 특히 광양제철소가 있는 금호동 인구 수는 같은 기간 581명이 줄었다.

산업단지가 있는 구미와 경산도 올해 아파트 시세가 각각 4.94%, 3.85% 떨어졌다. 올해 구미 아파트 가격 하락 폭은 전국에서 제일 컸다. 구미세관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구미 지역 누적 수출액은 작년보다 11% 줄었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산업단지가 있는 경북 구미시 공단동 우림필유아파트 전용 84.83㎡는 작년 말 2억400만~2억4100만원에 거래됐는데 올해 11월에는 1억8000만~2억500만원에 거래가 신고됐다. 약 1년 새 2000만~3000만원 안팎 하락한 셈이다.

구미와 경산의 경우 올해 공급 물량도 많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구미시 올해 입주 물량은 5099가구로 작년 입주 물량인 2956가구보다 72% 넘게 늘었다. 경산도 비슷한 상황이다. 올해 경산 입주 물량이 2139가구로 2014년 입주물량(784가구)과 작년 입주가구(986가구)를 합친 것보다 많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방 부동산 시장은 대도시가 아니라면 투기수요가 적어 자체 수요로 움직인다"며 "지역 경기가 침체하면 곧바로 부동산 지표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