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새해에도 반도체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될 전망이다. 자동차·선박·스마트폰 등 주요 업종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는 호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 기관 D램익스체인지는 "내년 메모리 반도체 수요 상승세가 꺾일 만한 요인은 보이지 않는 데 비해 반도체 공급량 증가는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15일(현지 시각) 밝혔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반도체 호황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한국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2년 가까이 하락세가 이어지다가 올 하반기 상승세로 돌아서 50% 이상 급등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을 더하면 사상 최대인 2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한다.
◇수요가 공급 웃돌아 가격 상승 계속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는 스마트폰·PC 같은 기존 전자제품뿐 아니라 인공지능,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 등 첨단 기기용 메모리 용량이 점점 커지는 데 따른 것이다. 또 자동차 전장(電裝·전자 장비)에 고용량 메모리가 들어가고, 원판 모양 하드디스크 대신 메모리 반도체를 사용해 더 가볍고 빠른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를 기억장치로 담은 컴퓨터도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가격이 하락하는 동안 반도체 제조사들이 공격적 투자를 자제한 데다가, 생산성 향상도 점차 더뎌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무분별한 물량 경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조사 수십 곳이 난립했던 과거에는 상대가 버티지 못할 때까지 가격을 낮추는 출혈경쟁을 했지만, 5~6곳만 남은 지금은 시장 판세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D램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세 회사 점유율이 90%를 넘는다.
한국 반도체 제조사들은 호황기를 맞아 생산량 확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반도체 회로를 빽빽하게 배열하는 대신 수직으로 층층이 쌓아올려 용량을 높이는 입체(3D) 방식 신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입체 반도체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삼성전자는 경기 평택 반도체 생산 단지 공사를 연내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이 제품 생산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경기 이천시에 완공한 'M14' 라인의 2단계 클린 룸(청정 시설) 공사를 내년 1분기에 끝내고 입체 반도체 생산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중국이 변수 될 것"
업계에서는 중국의 움직임이 앞으로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 중국은 현재 20% 정도인 반도체 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자국 반도체 업체들을 대상으로 10년간 1조위안(약 170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중국의 대표적 반도체 회사인 칭화유니그룹 자오웨이궈(趙偉國) 회장은 지난해 "5년간 3000억위안을 투자해 세계 3위 반도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2018년부터 중국 기업이 만든 메모리 반도체가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물론 중국이 단기간에 세계 선두권으로 올라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처음 진입하는 국가가 기술에서 앞서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업체들이 프리미엄 제품을 생산하고, 중국이 중저가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식으로 시장이 이원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이 결국 한국 반도체 산업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중국의 물량 공세가 본격화하면 지금과 같은 호황이 유지되기 어렵고, 한국은 더 앞선 기술로 차별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대 황철성 교수(재료공학부)는 "중국이 우수한 반도체 장비 업체 등에 집중 투자해 제조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한국은 설계뿐 아니라 생산 장비, 재료 등 반도체 산업의 기반 기술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