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오피스 빌딩들이 사무 공간을 줄이고 상업시설을 늘리는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과거 오피스 빌딩의 경우 지하는 식당가(街)가, 지상 1층은 은행이나 카페가 차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하가 아닌 빌딩 지상 저층부를 유명 맛집 등이 있는 상업시설(리테일)로 만드는 경우가 많아졌다.

서울에 신축 빌딩이 많아지면서 공실이 늘자 건물주들은 업무 공간을 비워두는 대신 상업시설을 만들어 우량 임차인도 확보하고, 건물 투자 수익성도 높이려고 하는 것이다. 강남에서는 상업 시설 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오피스 빌딩도 지어질 예정이다.

역삼동 648-9번지 일대에 건설 중인 오피스 빌딩(왼쪽 사진)과 강남 교보빌딩 사거리 인근 오피스 빌딩. 두 건물 모두 전체 공간의 약 40% 가량이 상업시설로 채워질 예정이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역삼동 648-9번지 외 8필지에 건설 중인 한 대형 오피스 빌딩의 경우 건물 전체 공간의 약 40%(연면적 기준)가 판매시설로 채워진다. 이 빌딩은 지하 7층, 지상 24층, 연면적 5만1119㎡ 규모로 2018년 7월 준공 예정이다. 시공사는 현대엔지니어링이다.

국내 부동산 투자회사의 한 임원은 "대지 지형이 높낮이 차가 커 지하 1층이 사실상 지상 1층이라고 보면 된다"며 "지하 1층이 테헤란로와 바로 접해 상업시설로서 경쟁력이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강남대로 한복판에 있는 오피스 빌딩 중엔 저층부 전체가 상업시설로 채워지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808에 건설 중인 오피스 건물은 지상 1~4층 전체에 상업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강남 교보빌딩 길 건너편에 있는 이 빌딩의 저층부는 신논현역 4·5번 출구와 맞닿아 유동인구가 매우 많은 편이다. 지하 6층, 지상 15층, 연면적 8626.5㎡ 규모로, 시공사는 웅진건설이다.

저층부에 있던 업무공간을 상업시설로 전환하는 빌딩들도 등장했다. 글로벌 투자회사 AEW캐피탈은 이지스자산운용을 통해 매입한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인근 시티플라자(옛 동여의도 삼성생명 빌딩) 지상 1~3층을 리모델링해 카페 베이커리와 고급 레스토랑 등이 입점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공실을 줄이려는 오피스 빌딩들이 고육지책으로 상업시설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회사인 CBRE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주요 업무 지구의 오피스 빌딩 내 리테일 면적은 56만8000㎡로 2014년보다 7.2%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오피스 공간 면적 증가율(2.5%포인트)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백혜선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건물주가 임대료 수익을 위해 지상으로 상가 점포들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사람들이 많이 찾는 1층에 음식점이나 의류매장 등을 분양하거나 임대하면 일반 사무실로 썼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임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시가 '차 없는 거리'나 공원 조성에 나서면서 걸어다닐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지게 돼, 지나가다 자연스럽게 들릴 수 있는 건물을 짓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가 됐다"며 "도시공간 인식에 대한 변화와 임대료 수익을 올리려는 건물주의 뜻이 맞물리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