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업체 SK텔레콤CJ헬로비전·티브로드·딜라이브 등 케이블TV 업체 6곳이 손을 잡고 휴대전화와 초고속 인터넷을 묶은 새로운 상품을 내놓는다. 국내에서 통신과 방송업계가 협력해 신규 상품을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입자 감소로 위기에 빠진 케이블TV 업체들은 신규 상품이 활로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동통신 1위인 SK텔레콤의 입지만 더 강화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SK텔레콤·케이블TV "손해 볼 게 없는 장사"

SK텔레콤과 케이블TV 업체들은 내년 2월 동등 결합 상품 '온가족케이블플랜'(가칭)을 출시한다고 13일 밝혔다. 동등 결합은 SK텔레콤이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함께 신규 상품을 만들 때와 같은 조건으로 케이블TV 업체와도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 3~4년간 통신업체들이 내놓은 휴대전화와 초고속 인터넷 간 결합 상품 가입자가 늘고 케이블TV 가입자가 줄어들어, 케이블TV 업계는 정부에 동등 결합 제도 도입을 적극 요청해왔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날 '방송·통신 동등 결합 판매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SK텔레콤이 동등 결합 상품을 내놓을 길을 열어줬다. KT·LG유플러스 등 다른 통신업체도 동등 결합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

케이블TV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동등 결합 상품이 출시되면 통신업체로 빠져나가는 가입자를 막는 일명 '록인 효과(Lock-in effect·자물쇠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케이블TV 가입자들도 동등 결합 상품으로 추가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어 좋다.

SK텔레콤도 잃을 게 없다. 케이블TV 가입자 중 SK텔레콤 휴대전화를 이용하던 가입자들이 타 통신업체로 이탈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 또한 타 통신업체 가입자들이 동등 결합 할인을 받기 위해 SK텔레콤으로 넘어올 가능성도 있다.

KT·LGU+ "SKT의 입지만 강화시켜주는 셈"

경쟁업체인 KTLG유플러스는 "현재 방식대로라면 SK텔레콤의 1위 사업자 입지만 강화시켜줄 수 있다"며 반대했다. SK텔레콤을 추격하는 이 업체들은 어떻게든 통신 시장 판을 흔들어야 1위를 따라갈 여지가 생긴다. 동등 결합으로 케이블TV 업체의 초고속 인터넷과 SK텔레콤의 휴대전화 이용자들이 움직일 여지가 사라진다면 통신 시장 구도가 고착될 수밖에 없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휴대전화 가입자가 가장 많은 SK텔레콤이 케이블TV 가입자 절반을 그대로 가져가는 결과"라고 말했다.

또한 SK텔레콤이 현재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 인터넷·인터넷TV를 재판매·위탁 판매하는 행위를 법으로 막아야 동등 결합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이 휴대전화 가입자 정보를 바탕으로 SK브로드밴드 인터넷을 재판매하면서 경품이나 파격적인 보조금을 제공한다면 당연히 케이블TV를 해지하고 SK브로드밴드로 갈아타지 않겠느냐"며 "결국 휴대전화를 기반으로 초고속 인터넷, 인터넷TV 가입자까지 끌어들일 여지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두 회사가 요청하는 재판매·위탁 판매 금지는 이미 방송통신위원회가 2013~2014년 검토해 기각했다"며 "휴대전화 사업을 하지 않는 케이블TV 업체들도 동등 결합 도입으로 통신 3사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