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의 4대 요소를 제품 전략, 가격 전략, 유통 전략, 촉진 전략이라고 한다면, 중국사업을 하는 한국기업 입장에서, 유통이야말로 큰 과제 중의 하나다. 오프라인 유통을 선택해야 할지 온라인 유통을 선택해야 할지, 전국 유통을 해야 할지 지역별 유통을 해야 할지, 독자 유통을 해야 할지 협력사 유통을 해야 할지, 협력사 유통을 한다면 재고 부담은 누가 가질지 등등을 의사 결정해야 한다.

본디 유통이라 하면 상품 뿐만 아니라 화폐의 순환까지 포함한 개념이지만,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리테일 즉 도소매의 의미로 통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과는 달리 중국에서 이 개념에 합당한 말을 찾으려면 '유통(流通)업' 보다는 '상품 유통업' 또는 '도매 소매업(批发 零售业∙비발 영수업)', '나눠팔기(分销∙분소)' 라고 해야 중국측 상대방이 알아듣기 쉽다.

여기서의 비(批)는 무더기, 대량의 뜻이니까 도매업자를 비발상(批发商)이라 한다. 영(零)은 숫자로 '0'이기도 하지만 자질구레하다는 의미도 있어서 푼돈 잔돈을 영전(零钱)이라고 하고, 군것질 간식을 영식(零食)이라고 하며, 부속품을 영건(零件)이라고 한다. '영'에 '판다'는 뜻의 '수'가 붙어서 소매업자를 영수상(零售商)이라 한다.

까르푸(家乐福∙쟈러푸)는 1995년 중국에 진입한 중국 최대 외자계 유통 회사다.

지금부터 상품 생산에서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기 까지 경로를 한번 따라가 보자. 중국에서 상품 생산자는 공화상(供货商) 또는 공응상(供应商)이라고 한다. 이들이 중간 유통을 거치지 않고 직접 물건을 소비자에게 파는 것이 직소(直销)다. 반면에 도매상에게 상품을 넘기는데 도매상이 재고 부담을 가지면 경소상(经销商)이다. 도매상이 재고 부담을 가지지 않으면 대리상(代理商)이다. 대리상이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커미션으로 챙기는 것이 용금(佣金)이다.

이들 도매상 혹은 생산자로부터 소매상이 상품을 받아 소비자에게 파는 곳을 통틀어 상장(商场)이라 한다. 상장의 종류는 그야말로 다양하다. 백화점은 그대로 백화점(百货店). 수퍼마켓은 초급 시장(超级 市场) 또는 줄여서 초시. 수퍼마켓이 서양 회사면 양초(洋超). 할인점은 절구(折扣)점. 가구나 문구 등 특정 제품을 할인해 주는 카테고리 킬러는 전업 상점(专业 商店). 또한 코스트코(好市多) 같은 회원제 양판점(会员制 量贩店)이 있다.

그리고 훼미리마트(全家∙전가)나 세븐일레븐(711)같은 편의점은 편리점(便利店). 단일 회사의 상품만 팔면 전매점(专卖店). 특정 브랜드의 홍보와 판매를 겸하는 플래그쉽 스토어는 기함점(旗舰店). 어떤 브랜드의 홍보를 위해 단기적이면서 임시로 개설한 팝업 스토어는 쾌섬(快闪∙빠른반짝)점 또는 유격(游击)점. 연쇄 협동조합이나 프랜차이즈점은 연쇄점(连锁店). 길거리의 브랜드 로드숍은 가두 점면(街头 店面). 키오스크는 수화정(售货亭). 시장과 노점의 좌판은 수화탄(售货摊)이다.

이러한 오프라인 유통점들에게 일찌감치 도전장을 내민 것이 무점포 유통이다. 무점포 유통에는 전화 판매, 카타로그 쇼핑, 우체국(邮政∙우정) 쇼핑, TV 쇼핑, 인터넷∙모바일 쇼핑 등이 있다. 이제 한국에서는 TV 홈쇼핑이 비록 역성장의 추세로 가고 있기는 하지만 한때 주요 유통 경로의 하나로 대접 받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중국의 TV 쇼핑(电视 购物∙전시 구물)은 이제껏 유통 경로로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다. 호남성(湖南省)TV의 콰이러꼬우(快乐购), 강소성(江苏省)TV의 하오샹꼬우우(好享购物), 북경의 쟈요우꼬우우(家有购物)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 복합쇼핑몰의 내부. 쇼핑센터(购物 中心∙구물 중심) 또는 몰(摩尔∙모얼)이라고 한다.

뭐니뭐니해도 무점포 유통의 최강자는 인터넷∙모바일 쇼핑이다. 인터넷∙모바일 쇼핑 때문에 오프라인 상장의 유동 인구(客流∙객류)가 줄어들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백화점들이다. 더불어 경쟁력이 떨어지는 할인점들과 중국 당국의 견제를 받는 외국 매장들에게도 영향이 없지 않다. 중국 토종 유통 업계의 맹아기였던 1994년 외국 계열 유통사로는 최초로 북경에 백화점을 열었던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기반의 Parkson(百盛)은 2013년 석가장(石家庄) 매장을 폐점했는데, 이들의 새로운 사업모델은 이랜드(衣恋)와 합작 쇼핑몰이다.

미국 최대 전자 유통인 베스트바이(百事买)는 2011년 중국 대륙 9개 점포를 닫았다. 영국의 테스코(乐购)도 산동성에서 부진하며 6개 점포를 닫았다. 세계 최대 유통 월마트(沃尔玛)는 오프라인의 부진을 만회하고자 중국 온라인 유통 이하오뎬(一号店)을 인수했다. 이 밖에도 많은 오프라인 유통점들이 폐점하거나 퇴조하고 있다. 예를 들면 독일 유통 Metro(麦德龙), 프랑스 유통 Auchant(欧尚), 대만 유통 RT-Mart(大润发), 그리고 맥도날드(麦当劳), 한국의 이마트(易买得), 롯데마트(乐天玛特), 로드숍 모델의 일부 한국 화장품 회사들, 중국 의류매장 보스덩(波司登), 중국 가구유통 JSWB(吉盛伟邦) 등이다.

유럽 최대 유통인 까르푸는 2012년 3월 15일 소비자의 날에 유통기한 문제로 당국과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은 후 큰 타격을 입었다. 부자가 많기로 유명하고 중국에서 외제차를 가장 많이 타고 다닌다는 절강성 이우(义乌)의 세계 최대 소상품 도매시장도 찬바람을 맞아 온라인 장터 이우꼬우(义乌购)를 열면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에서는 B2B와 C2C를 장악하고 있는 아리바바 그룹의 B2C 톈마오를 필두로 징둥, 쑤닝, 이하오뎬, 줘위에(卓越)를 인수한 아마존(亚马逊∙야마쉰) 등이 각축 중이다. 이 밖에 몇몇 업종별 버티컬(垂直∙수직) 사이트, 즉 화장품을 예로 들면 쥐메이요우핀(聚美优品) 러펑왕(乐蜂网) 같은 사이트에도 고객들이 모여든다.

아리바바(阿里巴巴)가 2016년 11월 상용화한 가상현실 쇼핑 'buy+'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

이런 와중에 중국 유통의 변화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아리바바의 마윈은 이제 '전자상거래'라고 부를 것이 아니라 '신 리테일(新零售)'로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통업이 온∙오프라인 도소매 뿐만 아니라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제조업, 서비스, 물류까지 아우른다는 것이다.

매장 내에서는 고객의 프로필, 동선이 파악되고, IoT 매대의 상품 정보와 함께 비콘, RFID, NFC 등 각종 통신 기술과 결합되며 인스토어 마케팅으로 운용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 매장의 실체점(实体店)으로 쇼루밍(Showrooming)기능을 수행하는데, 그곳에서는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고객의 이해를 돕고, AR(增强现实∙증강현실)로 쇼핑의 몰입감을 더해 준다. 물론 옴니채널로 온라인 매장은 웹루밍(Webrooming∙웹으로 상품을 보고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것) 역할도 한다. 아리바바는 이번 광군제에 AR로 톈마오의 상징인 고양이를 잡으면 쿠폰을 주는 행사를 했다.

아리바바는 그들의 VR(虚拟现实∙허의현실∙가상현실) 쇼핑 buy+도 이미 시작했다. HTC사의 기기 VIVE를 VR에 활용하고 있고, 일반 스마트폰에서는 200원도 안되는 돈(1인민폐)으로 VR안경을 구입하고 3D 프로그램을 깔면 VR쇼핑이 되도록 했다. 중국 소비자들은 이렇게 AR, VR 등을 활용한 쇼핑을 하면서 스스로 시크(炫酷∙쉬엔쿠) 쇼핑족이라고 칭한다. 물류 측면에서 징둥은 대단위 스마트 물류창고를 운영중이고, 아리바바는 무인배송과 e딜리버리 구현 방안을 정부와 협의 중이다.

이렇게 중국의 유통환경이 신 리테일 국면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대부분의 오프라인 상권이 쇠퇴하고 있지만, 일부 복합쇼핑몰 지역에서 쇼핑과 문화 여가 활동의 몰링(Malling)을 즐기는 사람들은 많다. 이런 복합쇼핑몰에서 과거에 1층은 서양 브랜드, 2층은 일본 브랜드가 차지하고 한국 소비재 브랜드는 겨우 3층 이상으로 가야 찾아 볼 수 있었다. 이제 조금 나아졌다고 하나 아직도 한국 소비재 브랜드의 힘은 약하다.

중국 오프라인 상권에는 가상 현실의 소비자 체험 공간이 생기고 있다. 마치 전화가 부족한 시절 길거리에 공중 전화가 있던 형국이다. 이제 VR, AR 그리고 MR(Mixed), ER(Enlarged) 등 가상 현실의 소비가 가정과 개인까지 일상화 될 것이다. 앞서가지 못하면 대비라도 하는 것이 상책이다.

◆ 필자 오강돈(52)은...

《중국시장과 소비자》(쌤앤파커스, 2013) 저자. 현재 한국과 중국간 아웃바운드/인바운드 마케팅 및 컨설팅을 진행하는 한중마케팅주식회사의 대표이사다. (주)제일기획에 입사하여 하이트맥주 국내마케팅 등 다수의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이후 IT 투자회사, 디자인회사 경영의 경력을 쌓고 제일기획에 재입사하여 삼성휴대폰 글로벌마케팅 프로젝트 등을 진행했고, 상하이/키예프 법인장을 지냈다. 화장품 기업의 중국 생산 거점을 만들고 판매, 사업을 총괄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졸업, 노스웨스턴대 연수, 상하이외대 매체전파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