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 발화원인 조사결과 발표가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이미 갤럭시노트7 발화에 대해 잘못된 원인규명과 뒤늦은 리콜 명령 등으로 질타를 받은 바 있어 매우 신중한 모습이다.
특히 지난 10월 11일 갤럭시노트7 사용중지 명령 당시에도 미국 소비자안전위원회(CPSC)와 발표시간을 조율했던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삼성전자와 정부의 독자적인 발표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KTL, 10월말에 조사결과 낸다더니…'감감 무소식'
12일 산업통상자원부 및 산하 국가기술표준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과 삼성전자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니, 정부는 당분간 갤럭시노트7 발화원인 조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법적 사고조사센터로 지정된 국책연구기관 KTL의 이원복 원장은 지난 10월13일 국정감사 현장에서 10월말까지 안전검사를 통해 조사결과를 내겠다고 밝혔었지만, 여전히 감감무소식인 셈이다.
KTL 관계자는 "국정감사 현장에서 원장의 발언은 다소 착오가 있었다. 현재 정밀 조사분석이 진행되고 있으며, 결과가 나오면 국표원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TL이 신중한 이유는 이미 안일한 갤럭시노트7 시험성적서로 비난을 산 바 있기 때문이다. KTL은 지난 10월 4일 삼성전자로부터 갤럭시노트7 관련 의뢰를 받고 발화원인에 대해 "외부 충격 또는 눌림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관찰됐다"고 밝힌 바 있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어 11월까지도 최초 발화 기기조차 수거하지 않고 있다가, 부랴부랴 조사에 들어가 도마에 올랐다오르기도 했다.
◆ 국표원 "실수 재발하면 치명적" 신중론
또 국표원은 지난 9월 갤럭시노트7의 잇단 발화 이후 자발적 리콜을 공식 승인한 바 있다. 당시 국표원은 사고 원인에 대해 "특정 배터리 제조사의 셀 제조 공정 문제로 극판 눌림 등이 발생해 음극과 양극이 붙어 과열되는 배터리 결함에 있고, 다른 배터리 제조사의 양품 배터리를 장착한 개선 제품은 안전하다는 삼성의 분석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었다.
그러나 발화는 계속됐고, 결국 갤럭시노트7은 2차 리콜을 거쳐 10월 단종됐다. 현재 국표원은 법적인 관리요령에 따라 학계와 산업계 인사들이 포함된 '사고조사협의회'를 꾸려둔 상황이다.
그러나 배터리의 문제인지 본체의 문제인지조차 규명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회 국표원 국장은 "배터리 문제냐 본체 문제냐조차 아직 결정난 바 없다. 일단 이 문제부터 판명돼야 조사결과를 낼 수 있다"며 "글로벌한 제품인데다가 국가마다 배터리 안전기준이 달라 어려움이 더하다. 시간이 걸려도 보다 정확한 보고서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여전히 자체조사가 진행중이며 발표시점도 정해둔 바가 없다"며 "실수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를 진행한 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 이번에도 미국과 조율?...CPSC, UL조사결과 '촉각'
일각에서는 미국 소비자안전위원회(CPSC) 및 컨설팅·인증업체(UL)의 발화원인 조사결과 발표시점과 우리 정부와 삼성전자의 발표시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CPSC는 갤럭시노트7 1차 생산품의 경우 배터리의 둥근 모서리 디자인이 소손을 불러왔다는 삼성전자 측의 의견을 수용했으나, 배터리 공급처를 바꾼 뒤 생산된 교체품의 경우 소손원인을 계속해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증기관 UL은 삼성전자의 1차 조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정부가 미국보다 먼저 결과를 내놓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실제 지난달 10월 11일 정부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사용중지 권고 발표도 CPSC의 발표시간을 고려에 동시에 발표된 바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전세계가 시장이기 때문에 통상과 무역 관계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혹여 정부와 삼성전자가 조사결과를 먼저 발표했다가 미국의 조사결과와 다를 경우 소비자 신뢰 추락 등 후폭풍이 클 것이 자명하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