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님, 꽁지, 영국남자, 애봉이, 갓형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유튜브, 아프리카TV를 접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었을 법한 이름이다. 이들은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아프리카BJ로 활동하는 유명 1인 미디어(1인 방송) 진행자다. 그들은 집안 또는 소규모 스튜디오에서 화장하고 먹고 수다를 떤다.

기존 방송보다 간단해 보이는 1인 방송이지만, 1인 방송도 방송에 필요한 기본적인 장비가 필요하다. 조명과 캠코더, 카메라, 깔끔한 배경과 배경 소품 등이다. 특히 조명과 캠코더는 1인 방송의 '질'을 좌우하는 장비로 꼽힌다. 무엇을 쓰느냐에 따라 1인 방송 진행자의 얼굴과 콘텐츠의 느낌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뷰티 유투버 씬님, 영화 해석 유튜버 발없는새, 뮤비 해석 유튜버 해군수달, 요리 유튜버 꿀키.

1인 방송 전용 장비가 따로 있을까. 이들은 어디서 이런 장비를 구입할까.

'유쾌한생각'은 이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유쾌한생각은 1인 방송에 최적화된 촬영장비업체다. 1인 방송에 필요한 조명과 촬영장비를 주로 판매한다. 방송 촬영 시 눈이 부시지 않는 '룩스 조명 시리즈', 움직이며 찍는 1인 방송 진행자를 위한 '지윤테크 짐벌 시리즈', 평범한 방을 미니 스튜디오로 바꿔주는 '배경 스튜디오' 등이다. 10월 말 기준으로 1만개 정도의 물품을 구비하고 있다.

이제 유쾌한생각의 1인 방송용 촬영장비들은 1인 방송 진행자에게 '필수템(필수 아이템)'이 될 정도로 인기리에 팔린다. 1인 방송 진행자의 눈높이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고, 수입한 제품도 직접 유쾌한생각의 엔지니어를 공장에 보내 개량한 덕분이다.

지난 6일 구로디지털단지에 위치한 유쾌한생각 본사에서 김형태(53) 유쾌한생각 대표를 만났다. 본사는 유쾌한생각 홈페이지에서 봤던 주력 제품들이 빽빽하게 전시돼 있었다. 실제 조명이나 짐벌, 스튜디오 배경 등을 만지거나 시험해 볼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전시돼 있는 제품을 설명할 때마다 말이 빨라지고 눈이 빛났다.

◆ 1인 방송 장비 1위 유쾌한생각…"10만~50만원 싼 제품만 취급"

평소 전시회를 둘러보는 게 취미인 김 대표는 전시회에서 흥미로운 물건을 볼 때마다 '유쾌한 생각이 드는 제품을 팔고 싶다'고 생각해왔다고 한다. 김 대표는 PC 통신이 유행할 때, 프라모델이나 피규어 사진을 찍어 PC 통신 동호회에 올리는 사람을 대상으로 '조립식 스튜디오'를 만들어 팔았다. 2003년 시작된 주식회사 유쾌한생각의 시작이다.

김형태 유쾌한생각 대표

김 대표는 88년부터 91년까지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근무하다 통신·IT(정보기술) 관련 회사를 다녔다. 사진·촬영과는 특별한 관련이 없는 셈이다. 그는 스스로를 '촬영 아마추어'라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내 커리어를 보면 알겠지만, 고가의 카메라나 촬영 장비는 잘 알지 못해 판매하지 않고 있다"며 "덕분에 저렴하면서도 간단한 1인 방송 촬영 장비 업체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유쾌한생각은 고가의 장비가 아닌 10만원~50만원 사이의 저렴하고 가벼운 촬영 장비를 판매하고 있다.

유쾌한생각은 2003년 조립식 스튜디오 제품을 시작으로 촬영에 필요한 '소소한' 장비들을 만들고 수입해 팔아왔다. 그러다 1인 방송 시장이 커지자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1인 방송 제품군을 정비하고 판매하기 시작했다. 현재 유쾌한생각은 1인 방송 장비 업체 중 1위다. 작년 말 기준으로 매출 약 14억원, 영업이익 약 3억원을 냈다. 고가의 촬영장비를 판매하지 않아 이익은 큰 편이 아니지만, 1인 방송이 시장이 더욱 커지면서 김 대표는 올해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대표는 "내 나름의 신조가 '2등을 하자'인데, 1인 방송에 '핀'을 맞추다보니 어느새 시장 1위가 됐다"고 말했다.

◆ "제품과 함께 경험도 팝니다"

올해 유쾌한생각은 다또아, 밤비걸 등 유명 유튜브 뷰티 크리에이터가 소속된 MCN인 레페리 뷰티 엔터테인먼트와 양띵, 김이브 등 유명 BJ가 소속된 트레져헌터와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레페리 뷰티 엔터테인먼트와 트레져헌터는 1인 방송 진행자의 매니지먼트 회사라고 할 수 있는 MCN(Multi Channel Network)이다. 유쾌한생각은 이들 MCN을 대상으로 1인 방송 촬영장비 사용 교육을 하고 MCN 소속 1인 방송 진행자에겐 유쾌한생각 장비 구입 시 할인 혜택도 주고 있다.

유쾌한생각은 촬영 장비만 판매하는 게 아니다. 고객에게 '경험'도 같이 제공하고 있다. 유쾌한생각은 올 초부터 1인 방송 촬영 장비 관련한 무료 세미나를 열고 있다. 두 세시간가량 1인 방송을 찍기 위해 필요한 장비와 기초적인 사용방법, 편집에 필요한 소프트웨어까지 교육한다.

세미나의 인기는 뜨겁다. 김 대표는 "보통 세미나는 3주 전에 공지하는데 이틀 정도면 40~50명 되는 정원이 꽉 찬다"며 "대부분 1인 방송을 하고 있거나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설명했다.

유쾌한생각이 온라인으로만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구로디지털단지에 오프라인 매장을 낸 것도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당장 안 사가도 좋으니 우선 체험이라도 했으면 하고 매장을 냈다"고 말했다. 1인 방송에 관심 많은 사람이 유쾌한생각 매장에 방문해 직접 제품을 만져보고 필요한 제품들을 조합해 사가기도 한다.

김 대표는 "대부분 매장을 찾은 사람들은 '내가 이런 촬영을 하려는데, 어떤 장비가 좋을지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유쾌한생각 직원들은 한 두시간 정도를 할애해 고객의 이야기를 듣고 제품을 추천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과정을 거치니 나를 비롯해 유쾌한생각 직원 대부분이 제품을 공부하며 1인 방송 촬영장비 추천 '노하우'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 룩스 조명, 짐벌, 1인 방송용 배경까지...유쾌한생각의 야심작들은?

뷰티 유튜브 크리에이터 곽토리가 룩스 조명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

유쾌한생각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는 '룩스 조명 시리즈'다. 뷰티, 먹방 상관없이 조명은 진행자의 얼굴을 화사하게 하고 소품을 뚜렷하게 보이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1인 방송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유쾌한생각은 1인 방송 특성에 맞춰 진행자를 돋보이게 만들면서도 진행자 눈에 무리가 가지 않는 '눈부시지 않은 룩스 조명'을 판매하고 있다. 전체 수량 중에서도 룩스 조명 시리즈가 제일 많이 판매된다. 최근 자신이 사용하는 촬영장비를 공개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조섭도 유쾌한생각의 룩스원라이트와 룩스패드를 사용하고 있다.

초창기 룩스 조명은 고장이 심했다. 김 대표는 유쾌한생각의 엔지니어를 룩스 조명 공장에 보내 공장 엔지니어와 제품을 같이 개량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후 고장을 없애고 디자인을 다변화했다. 현재 룩스 조명 시리즈는 40여개 제품에 달한다.

김 대표는 "룩스 조명 시리즈는 특히 뷰티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에게 인기가 많지만, 일반적으로 개인 방송을 하는 분이 모두 두루 찾는 제품이다"라며 "일반 카메라 기자들이나 취재 기자들도 룩스 조명을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유쾌한 생각 '007 가방 촬영세트'와 '1인 방송용 배경세트'는 1인 방송에 꼭 필요한 제품이자 흥미로운 제품이다. 007 가방 촬영세트는 간단히 말해 작은 소품을 찍기 위한 촬영장비다. 촬영세트 가방을 열면 흰색 배경의 미니 스튜디오가 만들어진다.

최근에는 빛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방송용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을 달아 제품을 강화했다. 김 대표는 "이 제품은 유쾌한생각 창립 때부터 조금씩 발전시켜 온 제품으로, 창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나가는 제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007 가방 촬영세트를 설명하고 있는 김형태 대표

1인 방송용 배경세트는 1인 방송을 위해 벽지를 새로 붙이거나 개인 방을 개조하는 부담을 덜어주는 제품이다. 벽장이나 벽에 배경세트를 간단히 붙여서 배경색을 바꿔만 주면 깔끔한 방송용 배경이 완성된다.

최근 중국 지윤테크와 계약을 맺고 독점 수입하는 지윤테크 짐벌은 김 대표의 야심이 들어있는 소품이다. 짐벌은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고 촬영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장비다. 김 대표는 "짐벌을 수입 판매할 때 직접 중국에 가서 여러 회사를 둘러보고 고민을 한 결과, 지윤테크 짐벌이 기술력이나 안정성면에서 우수하다고 생각해 독점 판매 계약을 맺게 됐다"고 밝혔다.

유쾌한생각 본사 매장에 전시돼 있는 지윤테크 짐벌 제품

특히 김 대표는 지윤테크 짐벌 사후관리서비스(A/S)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유쾌한생각의 엔지니어들을 직접 중국 지윤테크 제조사에 보내 A/S 방법 등을 완벽히 숙지시켰기 때문에 유쾌한생각에서 지윤테크 상품 A/S를 편리하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쾌한생각은 앞으로도 1인 방송 촬영 장비 관련 제품을 계속 내놓을 계획이다.

김 대표는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마다 요청하는 것들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제품을 주력해서 개발하겠다고 하기보다는 매장에 오는 고객의 요청을 듣고,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의 요청에 부응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으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