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과 글로벌 제약사 얀센의 임상 1상 환자 모집의 일시적 유예 소식에 전문가들은 지난 9월 '올무니팁 사태'와는 다른 점이 있다며 사건의 확대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8일 밝혔다.
한미약품은 작년 11월 얀센에 기술 수출한 당뇨 및 비만 치료 신약 'JNJ-64565111'의 임상 1상 환자 모집이 일시적으로 유예됐다고 7일 밝혔다. 이에 앞서 올해 9월에는 한미약품의 폐암 치료 신약 '올무티닙(HM61713)'의 임상 중단 소식 및 늑장 공시 의혹이 불거졌었다.
또다시 기술 수출한 신약의 임상 차질 소식이 전해지자 한때 60만원을 넘었던 한미약품 주가는 30만원대로 내려앉았고 다른 제약·바이오주도 덩달아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줬다.
업계에서는 이번 얀센의 임상 차질을 둘러싼 우려와 시장 충격은 과하다는 시각을 보내고 있다. 임상 중단이나 신약 개발 포기가 아닌 환자 모집 일시 유예는 용량 변경이나 환자 수 조정 등 임상 설계 과정에서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 올무니팁 사태와 다른 2가지
① 임상 중단과 환자 모집 유예는 달라
전문가들은 우선 임상 용어의 차이를 명확히 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올무티닙의 경우 글로벌 임상 2상 중에 부작용이 생기면서 임상이 '중단(Terminated)'됐다.
얀센의 'JNJ-64565111'은 임상 환자 모집이 '유예(Suspended)'된 것으로 임상 중단은 아니다. 올무티닙은 합성 신약이지만 'JNJ-64565111'은 바이오 신약으로 이번 얀센의 임상 차질은 독성과 안전성에 문제가 드러났다기보다는 약물 용량 변경이나 임상 대상 변경 등 다른 변수가 있을 수 있다.
한미약품(128940)은 7일 "'얀센에 1조원 기술수출 신약 임상 중단'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공시했다. 그러면서 임상 환자 모집이 일시적으로 유예됐다고 덧붙였다.
이는 같은날 앞서 국내 한 매체가 해외 임상정보사이트인 'ClinicalTrials.gov'를 인용해 한미약품이 얀센에 기술수출 한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이 중단됐다고 보도한 데 따른 해명이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임상시험 정보 사이트 'ClinicalTrials'에 따르면 얀센은 11월 30일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JNJ-64565111'의 개발 진행 과정을 'recruiting(환자 모집)'에서 'suspended participant recruitment(환자 모집 유예)'으로 변경했다.
이 사이트는 제약사들이 세계에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 현황을 공식적으로 공개하는 곳으로 신약 개발 과정에서 상태가 변경될 경우 이를 업데이트해 정보를 제공해준다. 상태에 따라 임상 완료는 'Completed', 임상 진행 조기 중단은 'Terminated', 임상 전 조기 중단은 'Withdrawn'이라고 표기한다.
이번에 논란이 된 'Suspended'는 임상환자 모집이 조기 중단됐지만 재개할 가능성이 있을 때(recruiting or enrolling participants has halted prematurely but potentially will resume) 사용하는 용어다.
한미약품은 "(보도 내용은) 이 사이트에 표기된 'suspended participant recruitment' 표현을 인용한 것으로 이 문구의 정확한 의미는 '임상 환자 모집이 일시적으로 유예됐다'는 것"이라며 "이는 임상 중 자주 발생하는 일시적 조치이며, 임상이 재개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정보라 한국투자증권 제약 담당 애널리스트는 "올무니팁(HM12525A)의 경우 글로벌 임상 1상을 완료한 상태에서 기술수출이 됐고, 얀센이 다시 임상 1상을 진행 중에 환자 모집을 조기 중단했기 때문에 신약 개발 실패라고 단정짓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미약품의 비만·당뇨 치료 신약 JNJ-64565111의 권리를 보유한 얀센은 "한미약품과 얀센의 파트너십은 여전히 굳건하며, 조속한 임상 진행을 희망한다"고 제약바이오 전문 매체 엔드포인츠뉴스(ENDPOINTS NEWS)를 통해 8일(한국시간) 밝혔다.
얀센은 최근 진행 중인 글로벌 임상 1상의 '환자모집 일시 유예(Suspended participant recruitment)' 조치와 관련해 "한미약품의 생산과 관련된 지연"이 원인이라며 이같이 언급했다. '환자모집 일시 유예(Suspended)'는 '임상 중단이나 개발 중단(Terminated 또는 Withdrawn)'과 다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임상을 차질 없이 이어갈 수 있도록 생산을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이슈가 발생했다"며 "발 빠른 조치로 조속한 임상 진행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얀센이 다시 진행한 글로벌 임상 1상은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적정 용량을 살펴보기 위한 임상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한미와 얀센 측에서 임상 유예 이유를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JNJ-64565111 자체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② 미공개 정보 유출 가능성 희박
이번 건도 '올무티닙' 사태처럼 '미공개 정보 사전 유출'이 아니냐는 의혹도 명확하지 않다. 증권가에서는 7일 한미약품이 얀센으로 기술수출 한 'JNJ-64565111'의 임상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들이 돌기는 했지만, 이미 하루 전날인 6일 오전 한 증권사 리포트를 통해 얀센이 'JNJ-64565111'의 환자 모집을 유예했다는 사실이 공개됐었다.
얀센에 기술수출한 당뇨병 치료 신약의 임상 차질 정보가 7일 오전 증권가를 중심으로 퍼졌다고 알려졌고 관련 보도가 전해지면서 한미약품이 올무티닙 사태처럼 또다시 미공개정보 유출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전날인 6일 오전 동부증권에서 임상 환자 모집 유예 내용이 담긴 리포트를 발간했고, 이 부분에서 한미약품에서 알리지 않은 내용이 유츌됐다는 점은 사실과는 다르다.
구자용 동부증권 제약 담당 애널리스트는 6일 오전 낸 한미약품 보고서에서 "얀센으로 기술수출 한 비만당뇨 치료제 HM12525A(LAPS-GLP-1/GCG)는 2016년 11월 종료를 목표로 얀센이 임상 1상을 진행 중이었다. 미국 임상 정보 웹 ClinicalTrials.gov에 따르면 얀센은 11월 30일 HM12525A의 환자 모집 보류를 고지했는데, 신규환자 모집을 일시 보류한 것인지 향후 임상이 지속될 지는 현재 확인되지 않았다"고 썼다.
뿐만 아니라 해당 리포트를 한미약품 투자자들이 봤을 가능성과 제약사들이 세계에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 현황을 공식적으로 공개하는 곳인 'ClinicalTrials'에 이미 지난달 30일 임상 환자 모집 유예 내용이 알려진 점으로 볼 때 한미약품에서 미공개 정보가 유출됐다는 가능성은 희박한 상태다.
◆ 과도한 시장 충격…전문가들 "확대 해석 경계해야"
전문가들은 '올무티닙'에 대한 베링거인겔하임의 계약 해지, 얀센의 임상 환자 모집 유예 등 글로벌 신약 개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국내 주식시장 등 충격이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변수에 지나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조언이다.
이와 관련 삼성증권은 8일 이번 얀센의 임상 유예를 둘러싼 시장 우려는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이승호 연구원은 "임상 1상 단계에서의 환자모집 일시 중단은 임상 준비 미비나 환자 수 또는 약물 용량 변경 등을 수반하는 임상 프로토콜 변경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며 "계약 해지 가능성으로의 확대 해석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증시나 일반 투자자들의 제약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데 따른 예민한 시장 반응으로 자칫 신약 개발 열기가 식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신약 성공 확률 10%, 즉 10개 중 1개만 성공시켜 '대박'을 노리는 게 제약 산업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배시내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이사는 "글로벌 신약 개발에는 10~15년이라는 개발 기간과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데 드는 비용은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에 달하는데 성공 확률은 0.01%에 불과할 정도로 제약사 입장에서는 위험한 투자 영역"이라며 "글로벌 제약사들도 처음부터 신약 개발에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댈 수 없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신약 후보물질을 다른 제약사들로부터 사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상 3상까지 성공적으로 마쳐도 실제로 상업화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국내 제약사든 글로벌 제약사든 신약 개발 성공 확률이 지극히 낮은 만큼 임상 과정마다 발생할 수 있는 실패들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보다는 이를 자연스러운 프로세스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제약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신약 상용화 확률이 통상 10%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미약품이 기술 수출한 신약 9개 중에서 1개만 성공해도 평균 이상일 것"이라며 "매번 '삐끗'할 때마다 시장이 출렁이면 국내 제약사의 글로벌 신약 개발 의지는 꺾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