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는 'C&C신약연구소 R&D 전략 설명회'가 열렸다. C&C신약연구소는 27년 전인 1989년 국내 제약사 JW중외제약과 일본 쥬가이제약이 공동으로 설립한 바이오 벤처다. 이 자리에는 이경하(53·사진) JW그룹 회장이 취임 1년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C&C신약연구소 설립의 역사와 향후 비전을 직접 설명했다.

국내 제약사 오너들은 공식석상에 잘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이 회장이 직접 나타나 C&C신약연구소의 성과를 설명했다는 점은 수액제제 중심으로 성장해 온 JW그룹이 ‘혁신 신약(First-in-Class)’ 개발 선도 업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JW그룹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수액 공장과 종합 의약품 공장을 충남 당진에 건립하느라 약 2500억원을 투자, 부채비율이 190%에 육박했다.

지난해 7월말 취임한 이경하 회장의 지휘 아래 JW그룹은 충남 당진의 공장을 가동하며 지난 2013년 이뤄낸 일본 SKK, 미국 박스터와의 대규모 수출 계약을 이끌어내고 혁신 신약 개발에 투자할 기반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1년여 만에 부채비율도 100%로 떨어졌다.

◆ 오너 3세 맏형격 이경하 회장, 준비된 제약 CEO 평가

이경하 회장은 JW중외제약 창업주인 고(故) 이기석 회장의 손자이자 이종호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제약업계 오너 3세 가운데 맏형 격인 이 회장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실질적으로 JW그룹 업무를 총괄해왔다. 2009년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실질적으로 그룹 경영 전반을 두루두루 살폈다. 30년 간 JW그룹과 함께 성장한 그는 제약업계에서 보기 힘든 ‘준비된 CEO’라는 평가를 받는다.

1986년 JW중외제약에 입사해 30년간 근무하며 C&C신약연구소 대표이사 사장, JW중외제약 부사장·사장(2001년), JW중외제약 부회장(2009년) 등을 맡은 뒤 2015년 7월 말 JW홀딩스와 JW중외제약 회장에 취임했다. 2015년은 JW중외제약이 창립 70주년을 맞은 해다.

이경하 회장은 JW그룹의 지주회사인 JW홀딩스 지분 28.0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난 2007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JW그룹은 JW홀딩스를 정점으로 수직 계열화 구조를 이미 갖췄다.

JW홀딩스는 JW중외제약(지분율 41.30%), JW중외신약(26.65%), JW생명과학(50.00%), JW중외메디칼(100.00%), JW중외산업(100.00%), KVG제2호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48.72%), JW헬스케어필리핀(Healthcare Philippines)(100.00%), JW헬스케어베트남(Healthcare Vietnam)(100.00%)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JW홀딩스(096760), JW중외제약(001060), JW생명과학은 유가증권 시장에, JW신약(067290)은 코스닥 시장에 상장돼 있고, JW메디칼, JW산업, KVG제2호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 등은 비상장법인이다.

주력 사업 자회사인 JW중외제약은 C&C신약연구소 지분 50.00%와 JW Theriac 지분 100.00%를 보유해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밖에 JW신약은 JW크레아젠 지분 59.01%를, JW생명과학은 JW케미타운 지분 100.00%를, JW메디칼은 JW바이오사이언스 지분 100.00%를, JW크레아젠은 크라아젠-재팬 지분 96.77%를 갖고 있다.

JW그룹은 해외법인인 크레아젠-재팬, JW Theriac, JW Healthcare Philippines, JW Healthcare Vietnam 등 4개를 포함해 총 15개 계열사로 구성돼 있다. 이같은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는 오너 3세인 이경하 회장이 자리하고 있다.

JW당진생산단지 전경. JW생명과학은 수액 제품 개발 및 생산만 담당한다. 국내 판매는 JW중외제약을 통해, 해외 수출은 JW홀딩스를 통해서 판매하는 구조로 돼 있다.

◆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꾼 과감한 공장 베팅

이경하 회장이 JW중외제약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지 5년 만인 2006년 JW그룹은 글로벌 수준의 수액 생산시설을 준공했다. 충남에 위치한 ‘JW당진생산단지’는 JW중외제약과 JW생명과학이 총 2500억원을 투자해 cGMP(미국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에 맞춰 준공한 국내 최대 규모의 의약품 생산 공장이다. JW그룹은 이곳에서 연간 1억2000만백(Bag)의 수액제를 비롯해 주사제 1억3000만개, 고형제 13억5000만개, 무균제 1600만개 등을 생산하고 있다.

JW그룹이 JW당진생산단지를 건설할 당시만 해도 업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들이 많았다. 이윤이 박한 수액제 공장에 엄청난 규모의 돈을 투자한 것은 무모한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JW당진생산단지 내 세계 최대 규모의 Non-PVC 수액공장과 더불어 국제 GMP 기준을 충족하는 제약공장을 완공한 JW그룹은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체임버 영양수액제 ‘위너프’

실제로 JW그룹은 지난 2013년 7월 세계 1위 수액 기업인 미국 박스터(Baxter)와 일본 SKK 등 글로벌 제약사와 잇따라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JW홀딩스는 박스터와 3-체임버 영양수액제 ‘위너프’를 전 세계에 판매하는 독점 라이선스·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JW홀딩스는 이 계약을 통해 각국 제품 허가를 마친 후 향후 10년간 박스터에 위너프를 생산해 공급한다.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영양수액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국내 제약사로는 JW홀딩스가 처음이다.

JW그룹 서동욱 이사는 “박스터는 차세대 제품을 자체 공장을 지어 생산하지 않고 JW당진생산단지 내 수액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라면서 “이 회장의 과감한 투자가 없었다면 이같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큰 계약은 어려웠을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JW당진생산단지를 발판으로 JW생명과학을 상장하기까지 이르게 됐다”고 덧붙였다.

JW홀딩스는 또 일본 SKK와 955억원 규모의 ‘글로벌 중장기 공동 개발 협력 계약’을 맺었다. SKK는 당뇨병 등에 강점을 지닌 일본 중견 제약사로 모회사인 스즈켄은 매출 20조원 규모의 일본 4대 의약품 도매업체다. 협력 방식은 두 회사가 개량신약을 공동 개발한 뒤 JW중외제약은 한국에서 생산을, SKK는 일본 내 판매를 맡는 형태다. 단발성 수출이 대부분이었던 국내 제약업계의 일본 진출과는 전혀 다른 협력 방식이었다.

지난 5일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JW생명과학 차성남 대표. JW그룹은 “탁월한 식견과 경험을 갖춘 핵심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위한 인사”라고 말했다.

JW그룹에서 수액 생산을 전담하는 JW생명과학은 올해 10월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하면서 글로벌 수액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JW생명과학은 이번 상장을 새로운 모멘텀으로 삼아 차별화된 영양수액제를 개발해 글로벌화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다만 상장 이후 JW생명과학의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7일 종가 기준 JW생명과학 주가는 2만3200원으로 신저가를 기록했다. 지난 10월 27일 상장 당일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은 4만2950원보다 50%가량 하락한 상태다.

업계에선 JW생명과학의 경우 뚜렷한 주가 상승 모멘텀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 투자 심리를 위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을 부담 요인으로 꼽고 있다.

JW그룹 측은 “박스터와의 수출 계약이 JW생명과학과 이뤄진 만큼 내후년부터 수액 물량이 수출되기 때문에 성장 모멘텀이 없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밝혔다.

◆ “혁신 신약 개발 국내 제약사 1위” 자신감 실현할 수 있을까

이경하 회장의 JW그룹은 R&D 분야에 있어서도 다른 제약사와는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은 대부분의 국내 제약사가 집중하고 있는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과 ‘개량 신약(Best-in-Class)’이 아닌, ‘혁신 신약’ 타깃을 발굴하는 데 신약 개발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혁신 신약은 특정 질환에 대한 약의 효능이 기존의 약물과 구별되는 존재하지 않던 신약을 말한다.

이 회장은 지난 9월 21일 가진 C&C신약연구소 R&D 전략 설명회에서 자체 개발 중인 혁신 신약 8종을 공개했다. 이 중 실제 신약 개발 후보물질로 확정한 면역질환 치료제와 표적 항암제 2종에 대한 본격 임상시험에 돌입해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해외에 기술 수출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또 현재 한국과 일본에서 임상 2상 시험이 진행 중인 통풍 치료제 ‘URC102’도 C&C신약연구소가 개발해 JW중외제약과 쥬가이제약에게 기술 수출했다.

이 회장은 “혁신 신약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C&C신약연구소가 개발하고 있는 혁신 신약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을 것으로 자신한다”면서 “혁신신약 개발 분야에서는 국내 제약사 중 1위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이경하 JW그룹 회장(가운데)과 C&C신약연구소 전재광 대표(왼쪽), 야마자키 타츠미 대표가 C&C신약연구소 R&D 전략 설명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C&C신약연구소가 개발 중인 혁신 신약 후보물질외에도 JW그룹의 대표적인 R&D 프로젝트로는 혁신 신약으로 개발하고 있는 ‘CWP291’이다. CWP291은 암세포의 성장과 암 줄기세포에 관여하는 신호전달 물질인 Wnt/β-catenin 기전을 억제하는 표적 항암제로 국내 최초의 혁신 신약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지난 3일(현지시간)부터 4일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제58차 미국혈액학회(ASH)에서 처음으로 CWP291의 ‘재발·불응성 다발성골수종’에 대한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JW중외제약은 이번 연구에서 CWP291이 임상 환자에서 양호한 안전성을 확인했고, 유효성에 대한 유의미한 결과도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CWP291의 임상 1상 대상 환자 중 약 40%가 질병이 진행되지 않은 ‘안정 병변’ 상태를 유지했다고 덧붙였다.

JW중외제약은 CWP291을 활용해 기존 표준요법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방법을 확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미약품의 ‘올무티닙’ 임상 중단과 늑장 공시 이후 제약·바이오주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핵심 계열사인 JW중외제약과 최근 상장한 JW생명과학의 주가 관리가 이 회장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JW홀딩스는 JW중외제약 주가를 방어하기 위해 11월말 50차례에 걸쳐 JW중외제약 보통주 9만5000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같은달 30일 공시했다. 10월에만 해도 7만원 선이었던 JW중외제약 주가는 7일 장 마감 이후 4만6800원을 기록했다. JW홀딩스가 JW중외제약 주식을 매집하는데 들인 금액은 45억원가량이다.

개발중인 혁신 신약의 ‘글로벌 불확실성’을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인가도 숙제다. 이 회장은 ‘글로벌 혁신 신약’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글로벌 임상은 워낙 변수가 많다.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나올 수도 있고 임상 환자 모집이 일정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임동락 한양증권 제약 담당 애널리스트는 “고령화와 만성 질환 증가로 의약품 사용량도 증가 추세에 있지만 의약품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임상시험이나 인허가 과정은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혁신적인 신약 개발은 장기간 고비용 투자에도 불구하고 실제 글로벌 임상 3상 완료 확률은 13%, 블록버스터급 신약으로 상업화에 성공하는 경우는 10% 미만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