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최순실(60)씨의 측근이었던 고영태(40)씨는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펜싱 금메달리스트다. 그는 은퇴 이후 '빌로밀로'라는 가방 제작사를 운영했는데 2012년 지인의 소개로 최씨를 처음 만났다고 했다. 그는 최씨와 함께 '고원기획'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운영했고, 최씨가 K스포츠재단 돈으로 사업을 하기 위해 서울과 독일에 세웠다는 회사인 '더블루K'의 이사를 맡기도 했다.

그는 7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최씨와 알게 된 경위를 묻는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질의에 "2012년 지인이 '가방 좀 가지고 와서 보여 달라'고 해서 갔더니 거기에 최씨가 있었다"면서 "그때는 최순실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유흥업소에 종사한 경력 때문에 최씨와 가까워졌다는 의혹도 받았지만 이날 "결코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언론에 '최순실 게이트'를 처음 알린 사람이다. 그는 최씨가 이영선 청와대 전 행정관, 윤전추 행정관 등과 함께 박 대통령의 옷을 고르던 의상실(일명 샘플실)에 CCTV를 설치한 사람이 자신이라고 했고, "(최씨의 국정 농단 관련 자료를 모아) 2014년 말~2015년 TV조선에 제보했다"고 했다. 국정조사특위의 여야 의원들은 고씨에 대해 "판도라의 상자를 처음 연 사람"(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 "우리 고영태 증인"(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이라고 했다.

고씨는 최씨와 크게 싸운 뒤 사이가 틀어져 제보를 결심하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씨는 청문회에서 "최씨가 딸인 정유라(20)씨의 강아지를 맡아 달라고 했는데 제가 강아지를 잘 돌보지 않아 싸우게 됐다"며 "제가 운동을 해서 그런지 욱해서 뒷일 생각하지 않고 싸웠고 (보복은) 두렵지 않았다"고 했다. 고씨는 "최씨는 2년 전부터 모욕적인 말로 아래 직원들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 행위를 많이 했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차은택(47)씨는 "최씨가 고씨 집에서 물건과 돈을 가지고 나온 뒤 서로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다퉜다"고 했다. 고씨는 주변에 "최씨가 2014년 말 시계와 1억원을 갖고 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2014년 세월호 침몰 당일(4월 16일) 최씨가 박 대통령과 함께 있었냐는 손혜원 의원의 질의에는 "그날 오전에 최씨와 전화 통화를 했다"며 "최씨가 그때 청와대에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고씨는 JTBC 인터뷰에서 "최씨가 잘하는 것은 대통령 연설문 고치기"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청문회에서 "최씨로부터 비슷한 말을 듣고 최씨의 컴퓨터를 본 일이 있는데, 거기(컴퓨터)에 대통령의 연설문이 있었다"고 했다. 최씨가 약물 중독이 아니냐는 의원들 질의에는 "약물 중독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병원을 자주 다니고 한 번 했던 말을 반복했다"며 "(최씨가) 대포폰도 두 개를 썼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