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소비 위축 속에서도 한국GM은 지난달 1만7236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1446대)보다 50% 증가해, 11월 내수 판매 실적으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수출 실적은 1년 전보다 10% 감소했다. 올 들어 11월까지 누적 수출 물량 역시 9.4% 감소했고, 10년 사이에 수출이 절반으로 반 토막 났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글로벌 GM의 아시아 주요 생산 기지였던 한국GM이 앞으로 수출 기업에서 내수 기업, 수입차 기업으로 바뀌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내수는 씽씽, 수출은 날로 줄고 있는 한국GM

한국GM은 지난달 내수 1만7236대, 수출 3만5806대로 내수 판매 비중이 32.5%를 기록했다. 2002년 회사 출범 이후 사상 최대 11월 내수 실적이다. 한국GM 영업·A/S·마케팅 부문 데일 설리번 부사장은 "경차 스파크, 중형차 말리부, 소형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트랙스 등 전 제품에 대한 시장 호응에 힘입어 최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5월 출시된 올 뉴 말리부의 경우 지난달 4149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848대)보다 400% 가까이 증가했고, 올해 내수 시장 누적 판매 3만대를 돌파했다.

덕분에 꿈의 목표였던 '내수 점유율 10% 달성'을 코앞에 두고 있다. 올 들어 10월까지 한국GM의 내수 점유율은 9.8%. 조만간 발표되는 11월 말 점유율에서는 10%를 넘어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GM은 지난 2007년 10.3%를 끝으로 8년 연속 시장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었다. 한국GM 전체 판매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 들어 11월까지 내수 판매 비중은 30%에 달한다. 2007년만 해도 14%였는데, 10년 사이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한국GM은 수출 물량이 감소하는 대신 해외에서 수입하는 차량의 비중이 늘면서 '수입차 회사'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인천에 있는 한국GM의 부평공장 모습.

반대로 수출은 날로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한국GM의 수출 물량은 3만580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9606대)보다 9.6% 줄어들었다. 올 들어 11월까지 수출 물량도 38만대에 불과해 10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급감했다. 이러한 수출 부진은 2013년 말 쉐보레 브랜드가 유럽과 러시아 등에서 철수했기 때문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쉐보레 유럽 철수로 연간 13만대의 수출 물량이 감소했다"며 "최근 신형 말리부의 중동 수출 등 수출길이 열리고 있지만, 글로벌 경영 환경이 좋지 않아 감소 폭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점점 늘어나는 수입 모델 판매, 조 단위 적자까지 기록

해외에서 수입해 오는 자동차 모델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도 한국GM의 생산 능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다. 한국GM은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약 1만5000대를 판매한 인기 모델 임팔라를 전량 미국에서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자체 생산해온 알페온을 단종시키고 임팔라를 수입할 때, 노동조합 측은 임팔라 국내 생산을 강력하게 촉구했지만 사측은 수입 판매를 끝까지 고수했다. 한국GM 측은 "수입차라는 이미지가 국내 시장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새로운 시설투자 비용 등을 감안할 때 국내 생산이 판매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수입 판매하고 있는 스포츠카 카마로의 경우에도 스포츠카로는 드물게 한 달에 수백 대가 팔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볼트(Volt)에 이어 내년 초에는 순수 전기차 볼트(Bolt)도 수입 판매할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러다 한국GM이 수입차 회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생산 모델의 단종과 물량 축소, 해외 생산 모델의 수입 증가 등의 움직임을 심상치 않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GM은 지난해 회사 출범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인 1조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경영 실적이 좋지 않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GM의 본사 경영진은 한국에서 임금협상 문제로 난항을 겪을 때마다 생산기지를 철수했던 호주 사례를 이야기했다"며 "이는 한국 공장이 앞으로도 계속 생산 기지로서 매력이 떨어지면 언제든지 철수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