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후손들은 점점 더 긴 하루를 살게 될 전망이다. 지구의 자전(自轉) 속도가 점점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항해력(航海曆)연구소와 더럼대 공동 연구진은 "역사적인 천문 현상 기록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를 비교한 결과 지구의 자전이 1세기(100년)마다 1000분의 1.8~2초씩 느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7일(현지 시각)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영국 왕립학회보'에 실렸다.

연구팀은 기원전 720년의 바빌로니아 설형문자 진흙판부터 지난해까지 2735년 동안 일어난 각종 천문 현상을 기록한 문서를 살폈다. 연구에 참여한 레슬리 모리슨 박사는 "이 기록들에는 다양한 천문 현상과 지구에서 바라본 별의 위치 등이 적혀 있기 때문에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지구의 자전 속도를 계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기록을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비교해 지구의 자전 속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폈다. 그 결과 관측 기간 동안 지구의 자전 속도는 100년마다 1000분의 1.8~2초씩 꾸준히 느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확인됐지만 느려지는 속도를 명확하게 계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학자들은 1년에 한 줄씩 나이테가 생기는 산호 화석을 분석해 4억 년 전에는 하루가 22시간이었다는 것을 밝혀낸 바 있다.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늦어지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달의 영향 때문이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지구와 달은 서로 밀고 당기며 영향을 미치는데, 아직 완벽한 균형을 이루지 못한 상태"라며 "지구의 자전 속도가 미세하게 늦어지면서 달은 지구에서 매년 평균 4㎝씩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모리슨 박사는 "달의 영향 이외에 해수면이 높아지고 있는 것, 지구 자기장의 변화 등도 자전 속도를 늦추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하지만 하루가 한 시간이 늘어나 25시간이 되려면 앞으로 2억년이 더 있어야 할 정도로 조금씩 일어나는 변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