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체 수출 규모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올해 11월까지 한국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7% 줄었다. 올해 연간 수출이 지난해(-8%)에 이어 감소할 경우 1957~1958년 이후 58년 만에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된다.

반면 게임 산업은 지난해 3조6000억원을 수출하며 전년 대비 8.1% 증가했다. 올해 ‘제53회 무역의 날’ 행사에서는 ‘5억달러 수출의 탑’을 받은 게임사도 나타났다. 바로 스마일게이트다. 스마일게이트는 2007년부터 중국을 비롯해 유럽·북미·동남아 등 전 세계 80여개국에서 서비스 중인 온라인 총격게임(FPS) ‘크로스파이어’의 흥행으로 5억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의 장인아 대표는 “게임의 지식재산권(IP)이 가진 잠재력과 게임이 하나의 훌륭한 문화 콘텐츠로서 제대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크로스파이어를 세계적으로 성공시킨 것처럼 글로벌 최고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인아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중국의 성장’을 경고하며 한국 게임업계가 긴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장 대표는 중국에서 동시 접속자 800만명을 돌파한 ‘크로스파이어’를 성공하게 한 주역이다. 덕분에 스마일게이트는 글로벌 매출 1조5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는 회사가 됐다. 장 대표가 스마일게이트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그는 권혁빈 스마일게이트그룹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의 끈질긴 설득을 받고 스마일게이트의 기획자로 입사했다.

장 대표는 “중국의 게임 개발력은 이미 한국을 넘어섰고, 한국이 앞서고 있다고 생각했던 게임 기획력에서 한국이 뒤지고 있다”며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크로스파이어를 중국에서 서비스 중인 텐센트(腾讯)는 3000명의 개발자가 있는데, 치열한 내부 경쟁을 거쳐 게임을 시장에 출시할 수 있도록 한다”면서 “텐센트의 독특한 리더십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인아 이사의 사무실에는 여러가지 피규어들이 진열돼 있다. 총격 게임을 만들고 게임을 즐기기도 하는 장인아 대표는 피규어 매니아이기도 하다.

중국 게임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그에게 중국 진출기와 함께 중국 기업 문화, 스마일게이트의 향후 목표, 신기술에 대한 생각 등을 다양하게 들어봤다. 다음은 장인아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스마일게이트와 인연을 맺은 이야기부터 들려주시죠.

“원래 ‘로시오’라는 개발사에서 그래픽 담당자로 일했습니다. 여기서 진행하던 게임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돈이 필요해서 투자를 받으려고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회장(당시 사장)을 찾아갔어요.

그런데 권 회장은 투자는 해주지 않고 대신 저한테 스카웃 제의를 하더라고요. 정말 집요하다싶을 정도로 요청했습니다. 권 회장은 4시간 가량 제가 스마일게이트에 들어가야하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당시 스마일게이트는 사정이 안좋았습니다. 1인칭 총격 온라인 게임 ‘크로스파이어’가 국내에서 부진했거든요. 주변에서 말렸지만, 저도 나름대로 ‘계획’이 있었습니다. 계속 그래픽 담당이었는데, 게임 전체를 기획해보고 싶었던 거죠. 스마일게이트에서는 크로스파이어의 기획자로 입사했어요.”

한국에서 실패한 크로스파이어의 문제는 무엇이었나요?

“게임이 너무 어려웠어요. 게임 해당 장르(FPS게임)를 너무 잘 아는 사람이 만든 것이 문제였다고 봐요. 개발자들은 아무리 테스트 해도 자신들이 만든 게임이 너무 멋진 거예요. 역기획서(이미 나온 게임을 보고 기획서를 다시 작성하는 일)를 써보니, 일반인들이 즐기기에는 크로스파이어에는 복잡한 기능이 너무 많았죠.

여기에 게임을 업데이트하면서 유저(게이머)들이 즐기던 ‘버그’나 아이템이 없어지거나 캐릭터와 캐릭터 사이의 밸런스(균형)가 깨져버리는 일 등의 실수가 겹치면서 사용자들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중국에 ‘크로스파이어’를 서비스할 때는 게임 자체를 대대적으로 수정했어요. ”

― 상황이 어려웠던 회사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당시에 좋은 직장이라는 확신이 있던 것은 아니에요. 소위 말해 대박을 낸 게임 타이틀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거든요.

권 회장은 저한테 입사를 권유하면서 왜 함께 해야 하고, 왜 이 게임이 성공할 수 있는 지, 어떤 게임으로 만들어야 하는 지 확신을 심어주려고 열심히 설명하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이 사람은 이 정도면 중간에 포기는 안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돌이켜보면, 권 회장의 일과 사람에 열정은 참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권 회장은 이야기할 때 눈에 광기가 있었어요. 목소리도 확신에 차 있었구요.

아마 권혁빈 회장은 제가 게임 투자를 해달라고 밀어부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에요. 무슨 소리하는지 모르면서 무조건 된다고 밀어부치는 스타일이 당시 침체했던 스마일게이트에 필요했던 에너지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장인아 대표가 중국에서 크로스파이어를 성공시켰던 비결은 쉬운 인터페이스와 가이드라인, 시장 선점화 등이었다.

― 한국에서 실패했던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출시 결정은 어떻게 나온 것인가요?

“네오위즈게임즈가 중국 텐센트에 모 게임을 팔면서 크로스파이어도 함께 팔았어요. 소위 말하는 ‘끼워팔기’였죠. 그게 회사의 운명을 바꿨어요.

당시 게임 개발 과정을 역으로 짚어가는 역기획서도 쓰고 있을 때였는데, 권 회장이 “네가 직접 중국에 가라”라고 하시더라고요. 돌이켜보면, 당시 조직은 뭔가 굳어져 있었습니다. 제가 이런 저런 제안을 해도 꿈쩍이지 않을 때 였습니다.”

― 결국 크로스파이어를 중국에서 성공시키셨죠. 비결이 뭐였을까요.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때가 2007년도입니다. 한국 시장에서 망해가는 걸 지켜보면서 많은 걸 배웠던 때입니다. 거의 10년 전이었으니, 제가 게임을 보는 인사이트(통찰)를 가질 수 있을 때도 아니었고요.

다만, 크로스파이어는 무조건 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망해가는 게임을 무조건 되게 만들겠다는 의지는 있었어요. 위기니까. 중국에서 안되면 정말 망하는거니까. 중국 갔을 때 한국직원까지 다 합해도 20명에 불과하던 때였습니다.”

― 그래도 문제가 있던 점을 개선하고 현지화하는 과정이 있을 것 같은데요.

“그 당시 게임을 거의 다 뜯어 고쳤어요신경 쓸 게 많았어요. 중국은 네트워크 환경이 좋지도 않은 곳었어요. 서버 구조부터 다 고쳤습니다. 엔지니어들이 고생이 많았죠. 육체적으로도 고난의 시간이었죠.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스마일게이트, 네오위즈, 텐센트가 각각 원하는 바가 달랐습니다. 특히, 중국인들은 ‘구렁이가 담 넘어가듯’ 상황을 넘길 때가 많았습니다. 가령, “A를 B로 바꿉시다”고 했을 때 우리가 “안된다”고 하면, “알겠습니다. 그래도 A를 B로 바꾸는 걸로 하고 넘어가죠” 하는 식이죠.

이런 점 때문에 텐센트와 사사건건 부딪혔어요. 텐센트 측과 8~9시간 회의를 하기도 했어요. 텐센트 직원이 저를 한국 팀에서 빼달라고까지 하더군요.”

― 좀더 구체적으로 게임이 잘 된 포인트를 짚어보신다면요.

“초보 유저들이 게임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했어요. 총격 게임을 못하는 사람들은 게임상에서 쉽게 죽거든요. 초보 유저라도 상대방을 이길 때도 있어야 한다고 봤어요. 그러려면 로그인을 했을 때 게임 가이드가 잘 돼있어야 하고요.

또 죽었을 때 어디서 날 쐈는지도 알면 좋죠. 게임하다 죽으면 이유를 알아야 하고 이유를 알면 게임을 계속하게 되니까요. 타격 범위를 넓히는 등 변화를 주고 아시아 시장에 맞춰 게임 진행속도를 빠르게 바꿨습니다.

중국의 총격 게임 시장을 선점한 것이 중요했고, 시장 변화에 계속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노하우입니다. 가령, 총을 맞아도 사망하지 않는 게임 모드가 유행했는데, 그런 것도 발빠르게 업데이트했습니다.”

―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 등 국내 온라인 게임 수입사에 불과했던 중국의 텐센트는 수입 게임의 잇단 흥행에 힘입어 급속히 성장했습니다. 텐센트는 어떤 회사인가요. 같이 일하면서 느낀 점이 적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중국 문화가 생각보다 합리적입니다. 한국사람 입장에서 봤을 때는 거래하기 힘들고 까다로운 사람들이죠. 아까 말씀드렸듯이 ‘구렁이 담넘어가듯 하는 스타일’ 입니다.

하지만, 합리적인 결정 구조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조직을 관리하는 방법이 우리와 다릅니다. 굉장히 수직적이어서 보스가 죽으라면 죽을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을 보입니다.가령,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합시다’라고 하면 모두가 뛰어갑니다. 그러면서도 보스는 늘 평사원의 말을 듣고 대화를 나누죠. 막내 사원의 의견이 최고 보스의 귀에 직접 들어갈 수 있는 구조입니다.”

― 요즘 텐센트의 게임 개발 방식이 어떤가요.

“개발자들이 장인 정신과 자아실현 욕구가 높은 편인데요. 그러다보니, 시장을 잘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시장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훈련시킬 필요가 있죠.

이런 측면에서 텐센트의 방식이 나쁘지 않습니다. 텐센트는 모바일 게임 개발자만 3000명인데, 경쟁을 시키죠. 개발자들이 투표를 해서 마케팅 비용을 투자할 만한 게임을 알아서 정할 수 있도록 합니다.”

― 그런 걸 보면서 스마일게이트에 도입해야겠다는 생각은 안하셨나요.

“한국에도 적용하기 어렵겠지만, 비슷하게 도입을 할 필요는 있습니다. 최근 인사 체계를 조금 바꿨어요. 업무 외에 고민이 되는 내용은 인사팀과 이야기하라고 하죠. 업무조직장은 인사 관리를 못하는 사람이 될 수 있고, 아래 직원이 인사 평가를 하는 사람에게 이야기하기 불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이 힘든게 아니라 사실 사람 때문에 힘든 경우가 많은데, 이런 걸 해결하려고 합니다.

또 개발자들을 위해선 결정능력을 길러주고 싶습니다. 저도 크로스파이어 운영하면서 실수를 적지 않게 했어요. 서버 롤백을 실행해 3일간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죠. 롤백하다 사고난 것은 제탓은 아니지만 롤백을 결정한 것은 제 탓이었어요.

이런 일을 겪고 실수하면서 실수 안하도록 하면 세밀해지고 깊게 보게 되죠. 게임은 실시간으로 결정을 해줘야 하는데 하나하나가 가벼운 결정이 아닙니다. 갈고닦다보면 감이 조금씩 길러집니다. 개발자들의 트레이닝도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장인아 대표는 텐센트가 합리적이면서도 같이 일하기 쉽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텐센트의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회사 인사 시스템에도 도입하려고 한다.

― 앞으로 선보일 크로스파이어2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뭔가요.

“향후 3년 안에 나오는 총격 게임 중에 가장 잘 만든 게임이 될 거라고 보고있습니다. 언리얼 엔진을 탑재하고 있는데, 재밌고 익숙하면서도 게임의 질을 높였습니다. 내년 하반기 출시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 크로스파이어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하는 것에도 적극적이신데요.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면 IP를 줄 수 없죠. 확신을 주는 곳에 IP를 제공합니다. 내부 개발 관리부터 공정을 계속 봐야해서 투자 비용도 많이 드는 편입니다. 철저하게 IP를 관리할 예정입니다. 대박을 터뜨린 크로스파이어 못지 않은 IP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데요. 회사차원에서는 ‘로스트아크’를 기대작으로 꼽고 있죠.”

― PC 사용자는 많지만, PC기반 온라인게임 시장이 예전같지 않습니다. 전략이 있나요?

“PC 시장이 줄어든 것은 모바일 게임 성장 탓도 있지만, 잘 만든 PC게임이 없었던 영향도 큽니다. 제대로 된 게임이 나오면 시장이 커질 수 있다고 봅니다. 롤과 오버워치라는 게임이 그 역할을 했죠. ‘로스트아크’나 ‘크로스파이어2’가 나오면 PC 시장도 커질 수 있다고 보고있습니다.”

―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 신규기술에도 관심이 있으신가요?

“물론입니다. 내부에서는 VR과 AR 등 신기술과 관련해서 연구개발(R&D) 조직이 있어 함께 콘텐츠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기가 무거워서 한계가 있다고 보고있습니다. 물론 곧 이런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봅니다. 기기가 작아져야 하겠죠. 현재는 기기가 커서 피로도가 높습니다.

이와 별개로 성인물 VR 콘텐츠를 경험해봤는데, 인간 정신 건강에 굉장히 안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이 너무 실감나기 때문에 학교에서든 어디에서든 계속 부정적인 생각을 할지도 모릅니다. 성인비디오(AV) VR을 보고는 특히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의 수장으로써 중요한 문제이고 책임감을 느낀 부분이기도 합니다. 게임업계에 몸을 담고 있지만, 청소년을 위해서는 AV VR 규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 게임사 인수 계획도 있나요.

“게임업계를 계속 들여다보고는 있습니다. 좋은 개발력이라던지 좋은 게임을 확보하려면 인수를 하는게 괜찮을 것 같아요. 모바일이나 PC게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핵심 인력을 채우려면 인수도 좋은 방법이라 고려하고 있습니다.”

-2006년 스마일게이트 입사
-2010년 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 총괄PD
-2013년 스마일게이트 게임즈 대표
-2015년 스마일게이트 월드와이드 대표,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 대표
-2016년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대표 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