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오후 전북 군산 새만금 국가산업단지 북동쪽 구석. 도로조차 없는 황무지 언덕을 따라 200~300m만 가면 거대한 바다를 메꿔 서울시 절반 크기 국토(409㎢)를 새로 만드는 새만금 매립 현장이 나타난다. 사업비 22조원짜리 초대형 사업. 현재 전체 용지조성률은 9% 안팎에 그치고, 현장은 도로조차 제대로 깔리지 않아 허허벌판에 가깝다. 하지만 올 들어 외국투자기업 2곳이 3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공장을 준공하는 등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1991년 첫 삽을 뜬 지 25년 만이다.
매립 작업장 바로 옆에 도레이첨단소재가 지난 7월 준공한 'PPS(폴리페닐렌 설파이드)' 생산공장이 가동 중이다. 벨기에 화학사 솔베이, 국내 파이프·배관제조 업체 ECS가 입주했고, OCI 열병합발전소가 들어서 있다. 도레이는 이 공장 옆에 PPS 공장을 하나 더 늘리는 등 2020년까지 11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다. 도레이는 새만금 국가산단에 입주한 첫 외국인투자기업이다. 이병국 새만금개발청장은 "세계 경제 침체 등으로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인프라 개발에 박차를 가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많은 투자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에 인센티브 주는 법안 통과
새만금 간척사업은 '3전4기'라 부를 만하다. 1991년 방조제 공사를 시작했지만 환경문제로 논란이 벌어지면서 환경단체 공사 중지 소송과 공사 중단을 거듭했다. 법원 판결을 거쳐 2006년 공사를 재개했고 2010년 방조제를 완공했다. 항만·고속도로 등 인프라 건설이 주춤하면서 투자가 지지부진했다. 2009년 이후 새만금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기업은 81개사였는데, 이 중 삼성·LG 등 대기업을 포함한 21곳이 계획을 철회했다.
하지만 새만금의 미래가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지금까지 외국인 투자기업에만 주어졌던 토지 장기 임대, 법인세 감면 등 혜택을 국내 기업에도 제공하는 '새만금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내 기업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인프라 공사도 본격화하고 있다. 산단(産團) 지역을 동서로 가르는 중심도로는 2020년, 중국 항로로 이어지는 항구는 2030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며, 공항과 철도는 정부 예비타당성 심사를 받고 있다. 오주용 개발청 기반시설조성과장은 "인프라가 부족해 기업이 투자 못 하겠다는 얘기는 절대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새만금은 중국 수출 교두보
실제 입주 기업들은 지금은 다소 불편하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있다. 도레이 군산공장을 총괄하는 마쓰모토 미치요시 수지·케미컬 부문 본부장은 "FTA 등 여러 조건에서 일본에 공장을 짓는 것보다 새만금에 짓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일단 제품 최대 수요처인 중국을 공략할 때 일본보다 한국이 유리하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현재 석유화학제품 대(對)중국 수출 관세는 3.9%로 일본(6.5%)보다 낮다. 게다가 2019년부터는 관세가 0%로 사라진다. 중국보다 기술력과 인적 자원이 뛰어나고,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료는 군산·여수 등 산업단지에서 쉽고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마쓰모토 본부장은 "산업용 전기료도 일본에 비해 저렴하고, 토지 무상임대 등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기업들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중국 태양광 기업인 CNPV가 태양광 발전시설을 준공했고, 지난 6월에는 중국 물류 기업인 BGX가 냉동공장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도레이는 "최근 반년 사이 '새만금에 공장 짓는데 애로사항은 없었는지' '제품 생산에 차질은 없는지' 등을 문의한 기업이 7~8곳 정도 된다"고 전했다.
한국미쓰비시상사는 아예 공장 견학까지 와서 외국인 주거 환경과 자녀 교육 등을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