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환자는 대장암 3기로 약물 치료 중 일반 항암제 약물 요법인 '폴폭스(FOLFOX)' 또는 '케이폭스(CapeOX)'를 치료 방법으로 추천합니다."(왓슨)

"왓슨이 추천한 치료 방법은 의료진의 생각과 100% 일치했습니다."(가천대 길병원 의료진)

가천대 길병원은 5일 본관에 위치한 'IBM 왓슨 인공지능 암센터'에서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종양 전문 왓슨, 이하 왓슨)'를 활용해 첫 진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왓슨 포 온콜로지는 미국 IBM의 '인공지능(AI) 암정밀의료 솔루션'으로 국내에선 가천대 길병원이 최초로 도입했다.

12월 5일 가천대 길병원 'IBM 왓슨 인공지능 암센터'에서 심선진 혈액종양내과 교수(오른쪽 두번째)가 대장암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왓슨을 활용해 항암 치료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왓슨의 첫 진료 환자는 60대 남성으로 11월 9일 개인병원에서 대장내시경 조직 검사 및 복부단층 촬영 후 같은달 14일 가천대 길병원 대장항문외과에 내원해 대장암 3기 진단을 받고 입원했다. 11월 16일 3차원(3D) 복강경 우반결장절제수술을 받고 수술 6일째인 11월 24일 퇴원했다.

이 환자는 혹시 남아있을 암세포를 제거하고 또 암 재발 방지를 위해 보조 항암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왓슨 암센터를 다시 방문하게 됐다.

이날 오후 1시 다학제 진료 형태로 왓슨을 활용해 이 환자에 대한 첫 진료를 주도한 백정흠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기반 정밀의료추진단 기획실장(대장항문외과 교수)은 "우리는 왓슨에 이 환자가 이미 3D 복강경 대장절제술을 받았다는 것을 알리고 동시에 환자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입력했다"며 "왓슨이 추천한 치료 방법은 의료진의 생각과 100% 일치했다"고 말했다.

이 환자는 "인공지능이 의사처럼 치료법을 제시하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약간 어리둥절하기도 했다"며 "왓슨을 활용한 다학제 진료를 통해 여러 교수님들이 논의한 뒤 제시한 치료 방법인 만큼 더욱 신뢰가 갔다"고 밝혔다.

이 환자는 다음 주 일요일 가천대 길병원에 다시 입원해 왓슨이 제시한 치료 방법으로 본격적인 항암 치료를 시작한다.

◆ 왓슨, 클라우드 기반 암정밀의료 솔루션…"병원 내 어디서든 접속 가능"

왓슨 암센터 내부는 크게 3개 공간으로 구분돼 있다. 왓슨 암센터에 들어서면 대기 공간인 전용 라운지가 있고, 왓슨 코디네이터실과 왓슨 다학제 진료실이 개별 공간으로 위치해 있다. 왓슨 진료를 받기 위해 내원한 환자는 코디네이터실에서 전문 코디네이터로부터 안내를 받은 뒤 다학제 진료실에서 5~6명의 전문의로부터 암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관계자는 "왓슨 암센터에서는 다학제 진료가 이뤄지는 만큼 여러 전문의들의 진료 가능 시간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하루에 오전, 오후 1시간씩 총 2번의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백정흠 기획실장은 "왓슨을 활용한 다학제 진료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은 없다"고 강조했다.

가천대 길병원 본관 1층에 위치한 IBM 왓슨 인공지능 암센터에는 진료 개시를 알리는 큰 현수막이 붙어 있다. 이날 외래 진료를 받기 위해 내원한 많은 환자들도 왓슨 암센터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왓슨을 활용한 다학제 진료는 본관 1층에 위치한 IBM 왓슨 인공지능 암센터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왓슨은 원래 클라우드에 기반한 암정밀의료 솔루션인 만큼 병원 내 어디서든 왓슨 프로그램에 접속하면 이용이 가능하다.

가천대 길병원 의료진이 왓슨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왓슨 전용 프로그램에 접속해야 한다. 특이한 점은 왓슨은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인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는 구동이 되지 않았다. 백 실장은 "이유는 잘 모르지만 왓슨 프로그램은 구글 '크롬'에서만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진이 왓슨 프로그램에 정상적으로 접속한 뒤 ▲나이 ▲몸무게 ▲전신상태 ▲기존 치료방법 ▲조직검사 결과 ▲혈액검사 결과 ▲유전자 검사 등의 환자 정보를 입력한 후 'ASK 왓슨' 버튼을 클릭하면 5~10초 만에 환자의 치료방법을 제시해준다.

왓슨은 크게 3가지 범주로 의료진에게 치료 방법을 제시한다. 왓슨이 추천하는 치료 방법은 '녹색'으로, 고려하는 방법은 '주황색'으로, 절대로 권하지 않는 치료 방법은 '빨간색'으로 표시된다. 또 각각의 치료 방법을 클릭하면 PDF 파일 형태로 이 방법을 추천한 근거 논문 등의 자료를 바로 볼 수 있다.

진료 후 담당 주치의가 환자 정보를 왓슨에 입력하면 왓슨은 이를 분석한 뒤 근거와 함께 녹색, 주황색, 빨간색 등 3가지로 등급을 매겨 치료 방법을 주치의에게 제시한다.

의료진은 왓슨이 추천하는 치료 방법(녹색)을 우선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지만, 미국과 문화적으로 차이가 나는 부분을 고려해서 얼마든지 다른 제안(주황색과 빨간색)을 선택할 수 있다고 백 실장은 설명했다.

그는 "암 환자의 경우 보통 항암 치료를 권유하는데,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평균 수명이 낮아 왓슨이 고령의 환자에게는 항암 치료를 권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도 "실제로 항암 치료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의료진이 판단하면 항암 치료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왓슨, 생존율까지 제시…내년 전체 암 80% 이상 분석 가능할 것"

왓슨은 방대한 분량의 정형·비정형 의료 데이터를 분석해 암 환자의 치료 방법을 제시해 준다. 왓슨은 이미 300개 이상의 의학 학술지, 200개 이상의 의학 교과서를 포함해 1500만 쪽에 달하는 의료 정보를 학습했다. 또 세계 최고의 암센터 중 하나인 미국 뉴욕 맨해튼의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MSK) 암센터'에서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암 전문지식도 습득하고 현재도 암환자 진료 경험을 터득하고 있다.

왓슨은 치료 방법에 따른 생존율도 제시해준다. 가장 추천하는 치료 방법인 녹색의 경우 생존 확률이 가장 높게, 권하지 않는 치료 방법인 빨간색은 생존율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실제로 이날 첫 진료를 받은 60대 남성 환자의 경우 왓슨이 제시한 치료 방법의 생존율은 60%대(녹색)에서 37%(빨간색)까지 떨어졌다. 그만큼 왓슨이 제시한 치료법이 적절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왓슨은 치료 방법에 따른 환자의 생존 확률을 제시한다.

백 실장은 "왓슨은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올해 전체 암종의 30%를, 내년에는 80% 이상을 진단해 환자를 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내년에 차세대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법을 도입해 왓슨에 적용하면 더욱 정교하고 세련된 치료 방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