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이탈리아 국민투표가 부결되고 마테로 렌치 총리가 사퇴했지만 당장 국내 증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4일(현지시각) 실시된 이탈리아 국민투표는 출구조사 결과 부결이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날 렌치 총리는 5일 이탈리아 로마의 총리궁에서 "패배에 책임을 지겠다. 나의 정부는 여기서 끝났다"며 사퇴를 발표했다.
이에 국내 증시는 5일 하락세로 시작했다. 오전 9시 28분 코스피지수는 9.54포인트(0.48%) 떨어지며 1961.07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곧장 다시 회복세를 보이며 오후 12시 40분 현재 4.32포인트(0.22%) 떨어진 1966.29를 기록 중이다.
◆ 국내 증시는 학습효과로 빠른 회복 기대
전문가들은 이미 지난 2012년 유로존 위기와 올해 6월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학습효과를 통해 유럽발(發) 충격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 브렉시트 때 국내 증시는 당일 주가가 급락했지만 다음날부터 반등하기 시작해서 일주일도 안 돼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백찬규 KB증권 연구원은 "이제까지 유럽의 정치 이슈가 국내에 영향을 끼친 게 1주일을 넘은 적이 없다"며 "약간의 부정적인 영향은 있겠지만 장기간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두언 하나투자증권 연구원도 "트럼프 당선 이후 현재까지 외국인들이 매도세를 지속하며 더 이상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갈 여지가 많아보이지 않는다"며 "지난 학습효과도 있고 오히려 결과가 확정되며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요소는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에 대한 기대감과 실제 이탈리아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다.
김유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설사 영향이 크더라도 ECB가 존립기반을 지키기 위해 4일 뒤에 있을 정책회의에서 적극적으로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며 "양적완화(QE) 확대를 포함한 대응에 나서며 빠르게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두언 연구원도 "이탈리아가 EU를 탈퇴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심지어 현재 찬성 여론은 15.2%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예상했다.
◆ 채권과 외환, 단기보다 장기에 대비해야
다만 채권과 외환시장에 있어서 단기와 장기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의한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탈리아가 당분간 정국이 불안정해지며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변동성 확대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로 이어지기 때문에 채권 강세로 이어지고 국내 채권 금리도 하락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금리가 올라가며 한국도 따라 올라가는 경향을 보였다"며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이번 이탈리아 이슈를 리스크로 받아들여 채권금리가 하락하면 한국도 따라서 빠져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김두언 연구원은 "불확실성 측면에선 국내 채권금리가 내려갈 수 있지만 이번 이탈리아 이슈는 이탈리아 은행들의 부실을 더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이탈리아 기준금리가 오르며 남유럽 전반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국내 금리도 올라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탈리아에서 3번째로 큰 몬테 데이 파스키 데 시에나(BMPS) 은행은 도산을 막기 위해서 올해 안으로 50억 유로의 유상증자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투표 결과로 유상증자가 추진될 지 미지수다. 또 BMPS가 도산하면 포폴라레 디 빈첸자, 베네토 방카 등 8개의 중소은행이 청산절차를 밟게 될 수 있다.
김유겸 연구원은 "국민투표 부결이 곧바로 EU탈퇴를 의미하진 않지만 긴 불확실성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라며 "만약에 유로존 리스크로 확대된다면 유럽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가 돼서 우리나라 채권 금리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외환시장에 대해서 백찬규 연구원은 "외환은 이탈리아와 상관 없이 달러강세가 유지되며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완화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유로화나 원화나 모두 약세로 가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두언 연구원은 "이탈리아 국민투표 결과는 유로화 약세로 이어지고 이는 유럽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한국 수출기업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외환시장의 변화가 다소 염려가 된다"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