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4구의 분양권 전매 제한 등 11·3 부동산 대책 이후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도 지난 2~3일 이틀간 서울 세텍(SETEC)에서 조선일보 주최로 열린 '2017 대한민국 재테크박람회'에서 가장 많은 청중이 몰린 강연은 역시 부동산이었다. 과열 우려와 정부 대책이 미칠 영향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3일 부동산 토크 배틀에 나선 4명의 부동산 고수(高手)들은 '냉·온탕 부동산 시장: 내년에 집 살 것인가, 더 지켜볼 것인가'를 주제로 2대 2로 나눠서 불꽃 튀는 토론을 선보였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과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집을 사야 한다는 쪽,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과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신중해야 한다는 쪽에 섰다.

①내년에 아파트 사도 되나?

11·3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값 상승세는 37주 만에 멈춰 섰다. 재건축 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부동산이 꺾였다"는 말이 나온다. 이남수 팀장은 이런 상황에 더해서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과 후년에 한 해 50만가구씩 아파트, 오피스텔 등의 입주가 대기 중이다. 입주 물량이 늘면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공급 과잉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집은 무릎 아래일 때 사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어깨 위다"라며 주택 구입은 좀 더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덕례 실장은 정부 정책의 방향성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의 가계부채 건전성 대책이 지금은 정책 우선순위다"라며 "트럼프 변수도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걷힐 내년 2분기 정도까지 기다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종완 원장은 주택보급률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5년, 10년을 내다보고 주택을 사야 한다"며 "서울과 수도권은 주택 보급률이 아직 100%가 안 된다"고 말했다. 박합수 위원은 "주택은 지역 대체성이 없는 게 특징"이라며 "전국적인 입주 물량을 볼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세세하게 입주 물량을 쪼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5년 내 수도권에서 신도시 공급이 없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구·경남·충남은 공급이 수요를 웃돌겠지만, 경기 안양·광명 등지는 입주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회를 맡은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지금은 정부 정책과 입주 물량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변동성이 큰 시장"이라며 "전문가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참고해달라"고 말했다.

②강남 불패 신화 깨지나?

배틀의 두 번째 주제는 '강남 불패(不敗)는 지속 가능한가'였다.

박합수 위원은 "강남은 부유층 2세가 확실히 떠받치고 있기 때문에 대안이 없으면 상승세는 이어진다"며 "한강변 특히, 압구정과 용산은 항상 주목해야 하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실장은 '강남의 대안'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앞으로는 강북 개발, 균형 개발 정책으로 강남의 대체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고종완 원장은 "강남 집값 3.3㎡에 4000만원 정도는 다른 나라 대도시 집값에 비해 비싼 게 아니다"며 "강남은 20년 정도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이남수 팀장은 "강남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재건축 아파트 중심인데,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강남 투자의 실익은 크지 않고 리스크(위험)가 많다"고 했다.

③수익형 부동산 어떻게 선택할까?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준을 제시했다.

김덕례 실장은 대도시의 새로 지은 주택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주택은 지은 지 5년 정도 지나면 수익성이 떨어지다가, 지은 지 18년 이상이 되면 재건축 이슈로 수익성이 오른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상가 건물을 구입해 있는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의미 없다"며 "리모델링하고 임차인을 바꿔서 개발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종완 원장은 "수익형 부동산의 키워드는 '위치'"라며 "지난 10년 동안의 공시지가 변동률을 잘 살펴보면 그 지역이 성장하는지 정체됐는지 쇠퇴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남수 팀장은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교통이 발전하면 신(新)도시에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기 어렵다. 성남의 판교, 용인의 동백, 화성 동탄에 왜 번듯한 상권이 생기지 않는지 생각해 보라. 기존 전통 상권을 더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