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0.35로 결정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028260)의 합병 비율에 대해 삼정, 안진 등 외부 회계법인이 이보다 더 높아야 한다고 평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ISS,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 등 의결권행사 전문기관 뿐만 아니라 외부 전문기관인 회계법인 역시 삼성 측이 자본시장법에 기반해 제시한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다고 평가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이를 무시하고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연금공단이 지난 1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제일모직 및 삼성물산 적정가치 산출 보고서'를 보면 지난 7월 국내 '빅4' 회계법인 중 하나인 삼정KPMG와 딜로이트안진은 양사의 적정 합병비율을 각각 1대 0.40, 1대 0.38로 평가했다. 이는 실제 삼성측이 제시한 합병비율 1대 0.35보다 높은 수준이다.

삼정은 삼성물산 적정주가를 5만9909원으로, 안진은 5만9879원으로 평가했다. 삼성이 제시한 삼성물산 주가 5만5767원보다 모두 높다. 반면 제일모직 주가는 14만8971원(삼정), 15만8090원(안진)으로 평가, 삼성측이 제시한 제일모직 주가(15만9294원)보다 낮게 평가했다.

엘리엇은 당시 1대1.6이 공정하다고 주장했고, ISS는 제일모직의 고평가된 주가를 고려했을 때 적정한 합병 비율이 1대 0.95는 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국민연금도 내부보고서에서 1대0.46이 적정하다고 했다.

삼정과 안진은 삼성물산 적정가치를 산출할때 현금흐름할인모형(DCF) 방식을 사용했다. 미래 손익과 현금흐름을 추정해 현재 가치로 할인해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이다.

양사는 삼성물산 영업가치를 3조500억~3조3190억원, 비영업자산을 10조9350억~11조7180억원으로 평가했고 순차입금 항목에서 현금보유분을 제외한 총차입금을 적용, 기업가치를 9조3540억~9조3590억원으로 산출해 냈다. 삼성이 제시한 기업가치보다 높은 수준이다.

두 회계법인은 제일모직 가치를 산출함에 있어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장부가(4조7880억원)보다 1.8배 가량 높은 8조6000억~8조9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해 기업가치를 19조8410억~21조3420억원으로 산출해 냈다. 국민연금(6조5520억원)이나 ISS(1조5200억원)보다 삼성바이오 가치를 훨씬 높게 평가한 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년 연속 적자로 주식시장 상장요건도 채우지 못했었지만 금융당국이 올해 초 관련 기준을 변경하면서 코스피 상장에 성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진 가장 큰 이유로 이 업체의 성장 가능성을 들었었다. 삼정과 안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더 높게 평가했다. 안진은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외부감사인이고 삼정은 작년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외부감사를 맡았다.

한 회계사는 "기업에 '을'의 입장에 있는 회계법인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기업가치를 긍정적으로 봐 삼성 측에 유리하게 해주려고 했는데도 삼성이 제시한 합병비율보다 높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리서치팀은 작년 7월10일 이같은 결과를 투자위원회 회의에 보고했지만, 일주일 후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삼성물산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2일 종가 기준 통합 삼성물산 주가는 12만5500원으로 합병전 주식매수청구권 기준 주가(16만3525원)에 비해 24% 가량 떨어졌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1대0.35라는 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병가액을 산정한 후, 이를 기초로 합병비율을 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