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하나 없이 아들만 넷인데, 이들이 모두 아버지처럼 축구 스타가 되기 위한 길을 걷는다. 조국 프랑스를 월드컵 우승(1998년)으로 이끌고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유벤투스(이탈리아) 등에서 뛰며 우승컵을 쓸어담았던 지네딘 지단(44) 레알 마드리드 감독의 가족 이야기다.

지난 1일 쿨투랄 레오네사와의 스페인 국왕컵 32강 2차전에서 1군 경기에 처음 출전한 레알 마드리드의 엔조(위 사진 오른쪽)가 골을 넣은 뒤 동료와 얼싸안은 모습. 엔조는 레알 마드리드 지네딘 지단 감독의 장남이다. 아래 사진은 지난해 지단과 아내 베로니크, 4명의 아들이 휴가지에서 함께한 모습이다.

1일 지단의 부전자전(父傳子傳) 스토리가 또다시 주목을 받았다. 지단의 장남 엔조(21)가 쿨트랄 레오네사(3부 리그)와의 2016~2017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 32강 2차전에 후반 교체 출전해 골을 기록한 것이다. 이날은 엔조의 레알 마드리드 1군 데뷔전이었다. 결국 레알 마드리드는 1차전에 이어 이 경기에서도 승리(6대1)했고, 가뿐하게 16강에 진출했다.

엔조에 이어 주목을 받을 지단의 아들은 아직도 세 명이나 남아 있다.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하나로 꼽히는 지단은 일찌감치 가정을 꾸렸다. 1988~1989시즌 칸(프랑스)에서 뛰던 17세 지단은 댄서 겸 모델 베로니크 페르난데스를 만났다. 지나던 골목에서 자주 마주친 지단은 어렵사리 고백을 한 끝에 1994년 결혼에 골인했다. 그의 나이 22세였다. 이후 지단 부부는 아들만 넷을 낳았다. 엔조, 루카(18), 테오(14) 그리고 막내 엘리아즈(11)다.

아버지의 축구 DNA를 물려받은 네 아들은 어김없이 모두 축구의 길을 택했다. 공교롭게도 네 아들은 아버지 지단이 선수 시절 225경기에 출전해 49골을 넣고, 사령탑까지 맡게 된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고 있다. 각 연령대 레알 마드리드 팀에 소속돼 있는 '지단 주니어'들은 골키퍼를 맡는 차남 루카만을 제외하곤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아버지와 포지션까지 같다.

지단의 네 아들은 지단이 선수 또는 코치로 레알 마드리드에 있을 때 팀에 합류했다. '특혜'란 소리가 나올 만하지만, 지단 주니어들은 실력으로 의혹이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하고 있다. 장남 엔조는 지난 2009년 스페인 15세 이하 국가대표팀으로 뛰었고, 2014년에는 프랑스 19세 이하 대표팀에 합류했다. 지단의 네 아들은 알제리계 프랑스인인 아버지와 스페인계 프랑스인인 어머니를 뒀기에 프랑스, 스페인, 알제리 국적을 모두 갖고 있다. 차남 루카는 지난해 17세 이하 유럽선수권대회에 프랑스 대표팀 주전 골키퍼로 출전해 한 경기에서 페널티킥 3개를 막는 등 활약했다.

장남 엔조의 데뷔 경기가 끝난 후 지단 감독에게 아들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아버지 지단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선수가 골고루 활약해줘서 감독으로서 기쁩니다. 아버지로서 말한다면 아들의 활약이 매우 기쁩니다. 집에 가서 아들과 이날 경기에 관해 얘기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