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은 자동차 구매의 적기다. 연말이 되면 자동차 브랜드별로 재고 밀어내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연초에 세웠던 목표를 채우기 위해 또는 신차 출시를 앞두고 재고 소진 차원에서 자동차업계의 연말 할인행사는 관행처럼 자리잡았다.

올해도 연말이 다가오자 자동차 업체들은 할인폭을 늘리며 대대적인 판촉행사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회사 입장에서는 재고 밀어내기가 맞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모든 차가 연말 할인 행사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할인 대상은 주로 연식이 바뀌면 악성 재고가 될 가능성이 높은 차들이다.

◆ 구모델 파격 할인...무이자 60개월 할부도

자동차 업체들은 연말 프로모션에선 소비자가 ‘혹’할 정도로 파격적인 할인을 내건다. 그러나 구미가 당기는 차는 할인에 포함되지 않는다. 모델 변경을 앞뒀거나 이미 신형이 출시된 구모델이 할인 대상이다.

현대차는 그랜저HG의 할인율을 5%에서 7%로 높였다. 또 최대 60개월 특별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그랜저HG의 경우 신형인 그랜저IG가 이달 정식으로 출시된 상황이라, 올해가 넘어가면 악성 재고가 된다. 그랜저HG는 지난 1월 출시한 K7에도 연간 판매량이 뒤처진 상태였다. 소비자들은 이미 구형 모델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그랜저 HG

쌍용차의 렉스턴W도 마찬가지다. 내년에 후속 모델인 Y400을 출시할 예정이라 대규모 할인을 진행하고 있다. 최대 60개월 무이자 할부와 차량 가격의 7%에 해당하는 등록비를 전액 지원한다.

수입차도 마찬가지다. BMW코리아는 내년 풀체인지(완전변경)를 앞둔 5시리즈를 소진하기 위해 지난달 파격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기존 5시리즈를 내년에 출시할 신형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장기 대여(리스)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이다. 기존 5시리즈 고객이 1년 뒤에 선납금 없이 남은 계약기간에 신형 5시리즈로 바꿔 탈 수 있다.

◆ 신차와 인기차종은 할인 찔끔...비인기 차종 파격

연말 프로모션 기간이지만, 신차와 인기차종의 할인율은 박하다. 르노삼성의 경우 올해 출시한 SM6와 QM6의 할부 이자율과 비인기 차종인 SM7의 할부 이자율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잘 팔리는 SM6와 QM6는 할부 개월수에 따라 최저 4.5%에서 6.5%까지 높은 이자를 받지만, SM7은 1.9%에서 2.9%의 낮은 이자율을 적용한다.

르노삼성 SM7.

한국GM도 아베오와 크루즈, 트랙스를 구입하는 고객에게는 취득세 7%, 1년치의 자동차세를 깎아준다. 이 조건을 활용하면 크루즈 구입시 최대 215만원, 트랙스 최대 206만원, 아베오 최대 159만원 등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주력 모델인 임팔라와 말리부는 이 같은 프로모션에 해당되지 않는다.

기아차는 차종별로 할인률이 다르다. 모닝 10%, K3 8%, K5와 K9은 7%, 쏘울과 카렌스는 5%, 스포티지는 4%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인기 차종인 K7은 2%를 할인해주는데 그나마 11월 20일 이전 생산한 차량에 한해서다.

BMW코리아도 최근 부진한 판매량을 보이는 7시리즈 차량을 구입할 경우 36개월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포드코리아는 중형세단 몬데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쿠가를 대상으로 72개월 무이자 할부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인기 차종인 익스플로러는 해당되지 않는다. 볼보코리아도 V40, V60, S60, XC60은 딜러사별로 할인을 하고 있지만, 신차인 S90 등은 할인하지 않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말에도 잘 팔리는 차를 할인하지 않고, 안팔릴 차를 할인하는 것이 자동차업체의 기본 전략”이라며 “원래 찍어둔 자동차가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면 지금 시기에 사는 것이 좋지만, 연말 할인 때문에 차를 사는 것은 꼼꼼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