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내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중추신경계나 심장, 근육 등에 이상이 생기고 사망하게 된다. 미토콘드리아는 유전적으로 엄마에서 자녀로 전달된다. 미토콘드리아에 유전적 변이가 있는 여성이 아이를 낳으면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보유한 아이가 태어날 수 있다. 미국에서만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보유한 아이가 연간 700~800명 태어난다. 서울아산병원에서도 매년 15명의 환자가 보고된다.

생명과학자들은 돌연변이 미토콘드리아를 지닌 여성의 난자에서 핵을 꺼내 핵이 제거된 정상 여성의 난자에 집어넣어 미토콘드리아 유전 질환을 막는 ‘미토콘드리아 치환술’을 연구해왔다. 미토콘드리아 치환술을 이용하면 1명의 아빠와 2명의 엄마를 둔 ‘세 부모 아이’가 탄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영장류 실험을 통해 미토콘드리아 치환술의 안전성은 검증됐지만 돌연변이 미토콘드리아가 배아 발달 과정에서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제치고 재생되는 문제가 일부 발생했다.

강은주(사진)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줄기세포센터 박사는 줄기세포 분야 세계적인 석학인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 교수 등 국제공동연구진과 함께 이같은 문제의 원인을 알아내고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11월 30일자(현지 시간)에 발표했다.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실제 여성 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5명의 여성과 11명의 건강한 여성으로부터 난자를 기증받았다. 이들로부터 돌연변이 미토콘드리아가 제거된 13개의 난자와 건강한 여성에게 받은 36개의 난자를 얻은 뒤 미토콘드리아 치환술을 이용해 18개의 배아줄기세포를 얻었다. 이 중 15개의 세포는 치환된 정상 미토콘드리아가 제대로 자리를 잡았지만 3개의 세포는 기존의 돌연변이 미토콘드리아로 회귀하는 현상이 발견됐다.

미토콘드리아 치환술을 현미경을 들여다본 모습.

연구진은 이같은 현상을 분석한 결과 정상 난자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복제 및 세포 증식 속도가 돌연변이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 복제 및 세포 증식 속도보다 느릴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강은주 박사는 “미토콘드리아는 유전자 복제와 세포 증식 속도에 따라 몇가지 타입으로 나뉘는데, 이 속도가 빠른 정상 미토콘드리아를 치환술에 활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힌 것”이라며 “미토콘드리아 치환술에서 발견되는 문제의 원인을 밝혔기 때문에 동물모델 실험을 이용한 후속 연구를 통해 미토콘드리아 질환 가족들이 건강한 아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험관 아기 시술과 매우 유사한 미토콘드리아 치환술은 현재 영국에서 임상실험이 승인됐고 미국에서도 조건부 승인을 고려중이다. 지난 9월에는 미국 연구진이 요르단 출신 부모와 멕시코인 난자 기증자의 미토콘드리아 치환술을 통해 건강한 남자 아이가 태어나게 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