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사회봉사 넘어선 '착한 투자'
② 이젠 명품으로 주택사업 재정비
③ 중동은 잊어라 해외 신시장 개척
④ R&D가 답이다 신성장 동력 개발

국내 건설사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다. 국내 100대 건설사 가운데 2008년 이후 워크아웃, 법정관리, 채권단 관리, 부도, 폐업 등의 처리를 받은 건설사만 45곳에 달한다. 그나마 건설업의 전통적인 먹거리인 주택사업이 최근 2~3년간 살아나면서 건설사들의 표정도 밝아졌지만 언제 어디서 위기가 찾아올지 모른다. 실적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해외 수주 전망이 밝지 않은 데다, 최근 몇년간의 국내 주택사업 호황도 내년에는 한풀 꺾일 것이라는 우려마저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업계가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를 위기에 대비하고 생존력을 갖추기 위해 '4가지 키워드'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순한 기부나 사회봉사 활동 차원을 넘어서 이익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착한 투자'는 기업의 이미지뿐 아니라 신뢰를 높일 수 있다. 기존 주택사업도 재정비하고 있다. 최고급 마감재, 고급커뮤니티, 차별화된 평면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첨단 정보기술(IT)을 접목해 국내 주거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려고 시도하고 있다. 해외건설 수주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신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핵심 기술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통합 기업 역량 강화 작업에도 꾸준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건설업계가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를 위기에 대비하고 생존력을 갖추기 위해 '4가지 키워드'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사회봉사 넘어선 '착한 투자'로 공유가치실현

현대산업개발이 지은 수원 최초의 시립 미술관인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지난해 10월 8일 개관했다. 총 300억원의 공사비, 16개월의 공사 기간이 투입됐다. 현대산업개발은 공사비 전액을 부담해 시공했고 준공 이후 소유권 일체를 수원시에 기증했다. 현대산업개발은 7000여가구가 넘는 '수원 아이파크 시티'를 조성하며 벌어들인 이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방안을 고민하다가 미술관 건립을 수원시에 제안해 기부사업이 시작될 수 있었다.

건설사들이 단순한 기부나 사회봉사 활동 차원을 넘어선 '착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착한 투자는 또 다른 말로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ment)'로 불린다. 임팩트 투자란 인류와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긍정적 영향(impact)을 미치는 분야에 대한 투자를 말한다.

현대산업개발은 지역사회에서 각종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을 지역주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곳에 재투자함으로써 함께 성장한다는 착한 투자 전략을 사용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모듈러 주택'을 활용해 착한 투자에 동참하고 있다. 모듈러 주택은 건물의 80%를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뒤 운송해 설치하는 방식으로 재해시 신속한 조치가 가능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7월 전국재해구호협회와 재난 발생 시 이재민 최대 50가구에 모듈러 주택을 공급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 주거문화 혁신 통해 주택사업 재정비

건설사들이 해외 수주 침체에도 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국내 주택사업 호황 덕이다. 올해 신규 분양 아파트는 45만4000가구로 지난해(48만7000가구)에 이어 40만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년에는 약 38만가구로 올해보다 16% 정도 감소할 것으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추정하고 있다. 해외 수주 침체에 국내 주택사업 불황까지 겹치면 국내 건설산업은 암흑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건설사들은 불황에 맞서 주택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주거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려고 시도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첨단 주거시설을 선보였다. 지난달 분양한 서울 성북구 석관동 '래미안 아트리치'에는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플랫폼의 하나인 'IoT 홈 큐브'가 적용됐다. IoT 홈 큐브는 실내 미세먼지 상태를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연환기 또는 환기시스템을 동작시켜 실내의 미세먼지와 공기 오염을 줄여준다. 출입자의 안면을 인식해 등록된 가족에 한해 출입을 허용하는 '안면인식 출입시스템' 기술도 래미안 최초로 선보였다.

GS건설은 서울 양천구 목동파크자이에 최고급 아파트에 적용하는 자이 로프트(Xi-Loft)를 도입했다. GS건설이 평면 저작권을 출원한 자이 로프트는 단지 최상층을 옥상 전용 복층형 테라스로 설계한 평면이다.

대우건설 역시 혁신적인 평면으로 주택시장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주방 대형 수납공간, 세탁실을 주방 발코니에서 안방 발코니로 이동한 '원스톱 세탁공간', 주부를 위한 공간인 '맘스 데스크' 등 지금은 익숙한 공간들 모두 대우건설이 국내에서 처음 적용한 공간들이다.

◆ 해외수주, 신시장 개척으로 돌파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1월 기준 해외수주액은 233억달러(약 27조1445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389억달러와 비교해 40% 감소했다. 올해 전체 수주액은 300억달러 수준으로 예상돼 2006년 165억달러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 의존도가 높은데, 저유가 여파로 중동 공사 발주가 급감한 것이 해외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중동에서 벌어들이는 '오일머니'가 줄면서 건설사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반가운 것은 건설사들의 신시장 개척 노력이 조금씩 열매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쌍용건설은 최근 아프리카 적도기니에서 정부발주 건축공사 300억원을 수주했다. 쌍용건설은 적도기니에서만 2001년 첫 진출 이후 총 14건 약 5억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다.

해외에서 기술력도 인정받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SK건설이 시공 중인 터키 이스탄불 유라시아 해저터널이 올해 세계 최고의 터널 프로젝트로 선정됐다. 이 해저터널은 총 사업비 12억4500만달러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오는 2017년 4월 개통 예정인 이 터널은 SK건설이 2041년 6월까지 유지보수와 시설 운영을 맡는다.

◆ 기업 역량 강화 '올인'…R&D 투자에서 외연 확장까지

R&D 투자를 늘리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등 건설사 자체 역량을 강화하는 작업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2011년 4월 기존의 기술연구소를 연구개발본부로 확대 개편하고 장비 개선과 실험실을 구축하는 시설투자를 늘렸다. 현대건설의 올해 상반기 R&D 투자비용은 5년 전 102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77억원으로 175%나 증가했다. 기술력 강화를 위해 연구 인원도 2010년 80명에서 현재 183명으로 2배 이상 늘렸다.

대림산업은 경기 위축에 대비해 디벨로퍼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디벨로퍼는 프로젝트 발굴부터 기획, 지분 투자, 금융 조달, 건설, 운영·관리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사업이다. 대림산업은 에너지와 사회간접자본(SOC), 호텔, 주택사업 등에서 세계적인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리드 디벨로퍼'가 되는 것을 목표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