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LG생명과학은 28일 각각 이사회와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합병을 최종 승인했다. 12월 19일 LG생명과학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가 순조롭게 해결되면 최종적으로 합병이 완료된다.
합병이 성사되면 석유화학, 전자 소재(배터리 포함)와 함께 바이오 사업이 LG화학의 주력 사업이 된다. LG생명과학은 2008년 LG화학에서 분사된 지 14년만에 다시 LG화학의 품에 안긴다.
LG화학은 이번 합병으로 2025년 매출 50조원 규모의 '글로벌 상위 5위 화학회사'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한다. 재계에서는 LG화학이 바이오 사업을 강화하면서 삼성·SK와 '바이오 삼국지'가 펼쳐질 것으로 내다본다.
◆ 바이오, '천수답' 석화 대신할 성장동력
LG화학은 올해 4월 동부그룹에서 종자·농화학 기업인 팜한농을 4245억원에 인수하며 바이오 사업에 첫 발을 들였다. 크게 3가지로 분류되는 바이오 산업에서 농수산물 관련인 '그린바이오' 부문을 갖춘 것이다. 생명과학 합병은 제약을 뜻하는 '레드바이오' 부문으로 영역을 넓히는 계기다. 시장조사기관 IHS 등은 2020년까지 그린바이오와 레드바이오 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이 각각 8%, 5%에 이를 것으로 본다. LG화학의 기존 주력사업인 석유화학의 3%보다 높은 수준이다.
LG화학이 바이오를 새로운 사업으로 점찍은 것은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업종의 변동성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석유화학은 특성상 유가, 환율, 경기 등 대외 변수에 따라 이익과 손해를 반복하는 구조다. 올해는 호조를 보이면서 사상 최대 이익을 냈지만, 대외 변수가 불리하게 돌아가면 대규모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 당장 내년만 내다봐도 석유화학 업종은 후퇴기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27일 "내수는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유가의 점진적 상승과 구조조정 본격화, 대중국 수출 부진 지속으로 후퇴 국면에 진입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LG생명과학이 바이오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기에는 자금력 등이 부족하다는 것도 이번 합병의 또다른 이유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평균 15년이 걸리는 등 바이오 연구개발(R&D)에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LG생명과학은 그동안 연간 매출의 약 19%를 투자해왔지만 규모의 한계가 있었다.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LG화학과 합병하면 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 교차…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관건
두 회사의 합병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바이오사업 투자에 대한 우려 때문에 LG화학 주가는 최근 1년내 최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LG화학이 매년 바이오사업에 3000억~5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는 계획에 투자자들이 부담을 느낀 탓이다. 또 바이오 사업은 전기차 배터리와 마찬가지로 장기간 많은 돈을 써야지만 성과를 볼 수 있다. 배터리 부문이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는데,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셈이다.
반면 중장기 성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노무라는 지난 17일 "합병 가치는 충분히 매력적"이라며 "불확실한 시기에 전기차 배터리의 견고한 수주잔고와 제약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토대로 보면 적절한 투자 시점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LG화학 경영진은 주주들의 우려를 진화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박진수 부회장 등 경영진이 지난달 24일 자사주 매입에 잇따라 나선 데 이어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정호영 사장은 수차례에 걸쳐 싱가포르, 홍콩의 해외기관투자가들을 찾아가 회사의 중장기 비전을 설명했다.
LG화학과 LG생명과학은 12월 19일 있을 LG생명과학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주시하고 있다. LG생명과학 주주들은 12월 19일까지 주당 6만7992원에 주식매수청구를 할 수 있다. 행사규모가 총 3000억원을 넘어서면 합병이 취소될 수 있다. LG화학과 LG생명과학의 합병비율은 보통주의 경우 1대 0.2606772, 우선주는 1 대 0.2534945 이다. 25일 종가 기준 5만6000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주)LG 등 특수관계인을 제외한 67%(국민연금 10%+소액주주 57% 등) 지분이 모두 주식매수를 청구할 경우 8000억원의 비용이 든다.
◆ LG 합류한 바이오 시장…삼성·SK와 삼국지 격화
LG의 바이오 사업 강화로 국내 대기업의 바이오 대전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바이오시밀러 개발·생산·판매를, SK는 백신과 중추신경계 신약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은 2009년 이후 약 2조원이 넘는 자금을 바이오시밀러에 투자했다. 현재 바이오 의약품 위탁 생산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연구·개발 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삼성의 바이오 사업 선봉에 서 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 브랜드를 기반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해 2025년까지 바이오 사업에서만 매출 5조원 이상을 내겠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SK는 신약 개발 회사인 SK바이오팜과 생산·판매회사인 SK바이오텍을 중심으로 2020년까지 기업가치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재계 관계자는 "자본과 제조 노하우를 가진 대기업들이 바이오 분야에서 빠르게 덩치를 불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