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제한)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이 국회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의 반대가 심한 데다 물리적 시간까지 부족해 연내 법안 처리가 불가능해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지난 21∼24일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법안 4건을 논의하려 했지만, 일부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논의가 무산됐다”고 28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번 주 중으로 법안심사소위를 다시 열어 관련법 개정안을 재논의할 방침”이라면서도 “소위에서 여야가 의견 합의를 이뤄내도 연내 본회의까지 통과하는 것은 일정상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새누리당 강석진·유의동 의원, 무소속 김용태 의원은 각각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한도를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새누리당의 의원들의 법안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이 의결권 있는 은행지분 소유한도를 기존 4%에서 50%까지 높이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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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도 각각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일부 야당 의원들이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반대하면서 법안 논의가 진척되지 않았다. 특히 정무위 야당 간사인 이학영 의원은 “현행법으로도 인터넷전문은행이 가능하다”며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하고 있다. 같은 당 전해철 의원도 반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는 이르면 12월 9월 본회의를 앞두고 개최될 전망이다. 문제는 12월 본회의 때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발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앞선 관계자는 “탄핵 소추안이 발의되면 국회 상임위원회가 정상 가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야당 “은산분리 완화 반대, 당론 아니다” K뱅크·카카오뱅크 “예정대로 출범 준비”

야당은 은산분리 완화 반대가 당론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상당수 야당 의원들이 절충안을 제시했고, ‘인터넷전문은행에 은산분리를 완화하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민주당 정무위원들도 현재 은산분리에 대한 의견 조율을 진행 중이다.

당초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인 K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은산분리 완화가 무산되더라도 예정대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현행법 하에서는 산업자본이 의결권이 있는 주식 4% 이상을 보유할 수 없어 IT 기업인 KT와 카카오가 주도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경영하기 어렵다. 현재 K뱅크는 우리은행이, 카카오뱅크는 한국금융지주가 각각 대주주다.

한 준비법인 관계자는 “현행법대로 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하면 금융사가 은행 하나 새로 만드는 상황”이라며 “은산분리 규제 완화 여부와 상관없이 출범 준비를 진행할 계획이지만, 당초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