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결함 있는 일부 아이폰6s의 배터리를 무상 교체해주는 과정에서 되레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습니다. 애당초 지난 20일 홈페이지에 영문 안내글만 올려 논란을 일으킨 것으로 모자라 이번에는 배터리 재고 부족으로 교체 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합니다.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시간을 내서 찾아갔더니 12월 첫주 이후에나 해당 배터리가 들어온다고 하더라. 결국 헛걸음만 했다", "애프터서비스 센터에선 '고객 5명 중 4명은 대기 접수만 하고 돌아갔다'고 하더라"는 글들이 올라옵니다. 교환 가능한 배터리를 충분히 국내에 확보해놓지 않은 상태에서 교환 안내부터 했다는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교환 대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점도 소비자 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작년 10월 중순 국내에 처음 출시된 아이폰6s의 초기 판매량이 최소 50만대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애플은 홈페이지에 "지난해 9~10월 제조된 특정 일련번호 제품에 한정한다"고만 적어놨을 뿐 구체적 제품 번호를 따로 홈페이지에 올려놓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안내 공지만으로는 자신이 보유한 아이폰6s가 교체 대상인지 바로 알기 어렵고 콜센터나 AS센터 등에 문의해야만 제대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이번 애플의 배터리 교환은 일부 아이폰6s에서 갑자기 전원이 꺼지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국내를 포함해 여러 나라에서 지적되어 온 결함이지만, 애플은 지난 15일 중국 소비자단체의 문제 제기를 받은 뒤에야 교환 방침을 밝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눈치만 살핀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또 중국을 제외한 다른 비(非)영어권 국가의 애플 홈페이지에는 영어 공지문만 올려 논란을 더 키웠습니다. 국내에선 비판 여론이 커지자, 며칠 뒤 별다른 설명 없이 한글 공지문으로 바꿔놓았습니다.

아이폰 시리즈는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스마트폰입니다. 국내에도 아이폰만 사용하는 충성도 높은 마니아 고객이 상당합니다. 이 때문에 국내 시장에 대한 자신감이 너무 충만해진 걸까요? 최근 애플이 보인 행태는 그동안 쌓은 명성과 신뢰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것처럼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