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가 잘되는 우유'를 마시면 정말 소화가 잘될까?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장영운 교수팀은 지난 5일 일본 고베에서 열린 '2016 아시아·태평양 소화기학회(APDW)'에서 '유당(乳糖) 제거 우유의 유용성'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다.

'유당불내증(乳糖不耐症)'을 겪는 우리나라 성인 남녀 31명에게 일반 우유와 유당 제거 우유를 차례로 마시게 했더니 경과가 확연히 달랐다는 것이다.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은 몸속에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적어 우유 섭취 시 복통·설사 등의 증상을 보인다. 하지만 실험 결과 유당 제거 우유를 마신 성인들은 복통이 일반 우유를 마셨을 때 97%에서 19%로, 설사는 90%에서 7%로 뚝 떨어졌다. 장 교수는 "유당 제거 우유를 마신 이들은 유당불내증을 진단하는 호기(呼氣) 수소 검사에서도 모든 증상이 안정적인 수치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호기 수소 검사는 우리 몸속에서 생성된 수소 가스가 폐를 통해 호흡기로 배출되는 농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검사에서 수소 농도가 공복 상태에서 측정한 수치보다 20PPM 이상 높으면 유당불내증으로 진단한다.

특수 여과 공법으로 유당만 제거

장 교수팀이 연구에 사용한 제품은 매일유업의 '소화가 잘되는 우유'다. 매일유업은 2005년 국내 최초로 '울트라·나노 필터(UF·NF)' 여과법을 적용한 유당 제거 우유를 내놨다. 우유 속에 들어 있는 유당의 분자 크기를 계산해 이를 막(膜) 여과기술로 걸러낸 것인데 이번 연구 발표로 여과 기술의 효과가 처음 입증된 것이다.

'소화가 잘되는 우유'는 공경(孔徑·pore size)이 0.002~0.05㎛(마이크로미터)인 미세 여과기를 통해 불필요한 유당을 물리적으로 걸러낸다. 먼저 울트라 필터라 불리는 이 미세 여과기에 우유 원액을 넣고 여러 차례 통과시킨다. 마치 체에 밀가루를 치는 것처럼 유당을 걸러내는 원리여서 한 번에 유당 전체가 빠져나가지는 않는데, 첫 여과 때는 원액에 유당이 60%가량 남을 때까지만 거른다.

유당이 빠져나가고 남은 원액(A)엔 유당 분해 효소인 락타아제를 넣는다. 이어 유당 40%를 품고 있는 원액(B)을 다시 한번 공경이 0.002㎛ 이하인 나노 필터를 이용해 완벽히 분리한다. 마지막으로 두 원액(A+B)을 혼합해 '소화가 잘되는 우유'를 제조한다.

더부룩한 느낌 때문에 꺼렸던 라테에도 활용

매일유업에 따르면 국외에서도 울트라 필터를 사용하는 곳은 있지만 대부분 필터만을 사용해 유당을 99% 이상 거르는 방식이다. 하지만 연구팀이 필터만으로 유당을 제거하자 우유의 묵직한 맛이 줄고 물에 가까운 느낌이 났다.

이당류(二糖類)인 유당에 갈락토오스와 글루코오스로 분해하는 효소인 락타아제만을 넣어 유당 제거 우유를 만드는 곳도 있다. 오송찬 매일연구소 팀장은 "락타아제를 사용한 분해 효소 처리법도 업계에서 많이 쓰지만 이 경우 우유의 고소한 맛이 떨어져 두 가지 방법을 섞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금껏 우유의 더부룩한 느낌 때문에 라테 대신 아메리카노를 마셨던 소비자들에게도 유당 제거 우유는 희소식이다. 커피 전문점 폴바셋이 최근 '소화가 잘되는 우유'로 만든 라테와 카푸치노를 선보인 게 대표적이다. 디저트 전문점 포숑도 지난달 라테에 넣는 우유를 유당 제거 우유로 바꾸는 등 시장 확대에 나섰다. 시장조사 기관 닐슨에 따르면 국내 유당 제거 우유 시장 매출은 지난 9월 기준으로 작년 동월 대비 59% 늘었다.

많은 전문가는 우유를 매일 1~2컵가량 섭취하면 인체에 필요한 영양소를 균형 있게 섭취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완전식품'으로 통하는 우유는 칼슘 함량이 풍부하고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 등 다양한 영양소를 고루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 교수는 "우유를 꾸준히 섭취하지 않으면 칼슘, 인, 비타민 등의 영양소가 부족해질 수 있다"며 "유당불내증이 있다면 유당 제거 우유가 칼슘과 영양소 섭취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