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최근 가상현실(VR)과 함께 차세대 기술 분야로 각광 받고 있는 ‘증강현실(AR)’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AR은 현실 세계와 3차원(3D) 가상 이미지를 겹쳐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술이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끈 ‘포켓몬 고’가 대표적인 AR 기반 게임이다.

외신은 애플이 AR 경쟁력을 쌓은 뒤 구글글래스로 대표되는 ‘스마트 안경’ 분야에 진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9월 미국 유타 주에서 열린 한 강연에 참석해 “전 세계 사람들이 매일 AR을 경험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라며 AR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6월 13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애플 ‘WWDC 2016’ 무대에 올라 발표하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17일(현지시간) 애플이 AR 기술이 담긴 아이폰 전용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앱은 사용자가 현실세계의 사물을 비추면 스마트폰 화면에 해당 사물에 대한 정보가 뜨는 식으로 구동된다.

비지니스 인사이더는 이 카메라 앱 개발 과정에 애플이 인수한 AR 개발기업 메타이오, 플라이바이 미디어와 3D 동작인식센서 개발업체 프라임센스 등도 참여 중이라고 전했다. 이중 지난해 5월 애플의 가족이 된 메타이오는 이케아의 가상 쇼룸을 제작해 유명세를 탄 회사다.

사람 얼굴을 인식한 뒤 관련 정보를 스마트폰 화면에 띄우는 기능도 이 AR 카메라 앱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지난해 11월 얼굴인식 스타트업 페이스시프트를 인수하고, 이 회사의 기술을 iOS 최신 버전에 적용한 바 있다.

외신은 애플이 궁극적으로 개발하려고 하는 건 ‘스마트 안경’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애플의 AR 카메라 앱 개발은 AR 기반의 스마트 안경을 개발하기 위한 과정 중 하나”라고 전했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은 이달 14일(현지시간) “애플이 AR 기술을 장착한 스마트 안경을 비밀리에 개발하고 있다”며 “이 회사는 실패 가능성이 큰 동시에 잠재적 수익성도 큰 웨어러블 기기 영역 중에서도 스마트 안경 분야로 진출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이 개발 중인 스마트 안경은 아직 초기 실험 단계이긴 하지만, 무선으로 아이폰과 연결된 상태에서 사용자가 AR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방식인 것으로 전해진다. 블룸버그는 “애플은 현재 잠재적 부품 공급사들과 논의 중이며, 한 파트너사로부터는 테스트를 위해 스마트 안경용 디스플레이를 일부 주문했다”고 밝혔다.

올해 9월 AR 고글 제조사 ‘오스터하우트디자인그룹(ODG)’의 수석 엔지니어 출신인 존 보더가 애플에 영입된 것도 블룸버그의 보도에 설득력을 준다. 1999년 설립된 ODG는 외부 컴퓨터 없이도 3D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는 스마트 안경 ‘R-7’을 개발한 회사다.

올해 5월 미국에서 열린 구글 연례 개발자 회의에 참가한 한 여성이 구글글래스를 착용한 채 사진을 찍고 있다.

AR 기술이 탑재된 스마트 안경은 구글이 애플에 앞서 도전했었다. 구글은 2012년 ‘구글글래스’를 선보였고, 2013년에는 개발자용으로 ‘구글글래스 익스플로러’를 개발해 공개했다. 그러나 1500달러(약 175만원)에 이르는 높은 가격과 배터리 지속시간 문제, 사생활 침해 논란 등으로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비슷한 형태의 AR 헤드셋을 개발하고 있다. MS는 올해 8월부터 미국과 캐나다 지역의 기업 고객들을 대상으로 AR 헤드셋 ‘홀로렌즈’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홀로렌즈는 VR 헤드셋처럼 앞이 가로막힌 형태가 아닌, 투명한 유리를 통해 3차원 입체 영상을 체험할 수 있는 기기다.

전문가들은 AR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조사업체 디지캐피털(Digi-Capital)은 현재 10억달러 규모인 AR 시장이 오는 2020년 1200달러 규모로 120배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스마트 안경에 탑재될 각종 부품들을 개발하는데 최소 1~2년은 소요될 것”이라며 “애플은 빨라도 2018년 초가 돼야 완제품을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