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엔진 장부상 밥캣 가치 74% 높게 책정...주당 5만2000원
-공모가 3만원 확정...3분기 재무제표 2615억원 손상차손
두산밥캣이 18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가운데 2대주주인 두산엔진이 2600억원에 달하는 평가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산밥캣 지분에 대한 장부가와 공모가의 차이 때문이다.
두산밥캣 공모가는 3만원으로 두산엔진은 보유주식 1184만7500주(11.84%) 가운데 126만9430주(1.29%)를 이번에 매각했다. 유입자금은 약 381억원이다.
두산엔진은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3분기 재무제표에 약 2615억원을 매도가능금융자산손상차손으로 인식, 기타영업외비용으로 처리했다. 작년 같은 기간 기타영업외비용은 16억원에 불과했다. 주식 취득 후 3개월만에 수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이 탓에 두산엔진은 올해 3분기(7~9월) 연결기준 271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작년 같은 기간 순손실(234억원)보다 12배 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작년에는 영업손실이 268억원이었던 반면 올해는 약 8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이 발생했음에도 밥캣 손상차손(장부상 손실) 탓에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익잉여금도 작년말 1747억원에서 507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이는 두산엔진이 취득한 장부상 밥캣 가치와 실제 공모가간 상당한 차이가 생겨서다. 두산엔진은 지난 5월 이사회를 열어 밥캣 지분 11.84%를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6169억원에 취득했다. 엔진이 보유중이던 밥캣 DII(미국법인)과 DHEL(유럽법인) 주식 7242주를 밥캣에 양도, 현물출자 방식으로 주식을 받았다. 주당 가치로 따져보면 약 5만2000원 수준이다.
하지만 밥캣 공모가가 3만원으로 확정되면서 장부상 가치보다 42%나 낮아진 결과를 낳았다. 이에따라 지분 가치는 6169억원에서 3554억원으로 대폭 하락했다. 밥캣은 지난 10월 희망 공모가를 높게(4만1000~5만원) 제시했다가 거품 논란이 일자 상장을 철회한 후 공모가를 30% 이상 낮춰 상장에 재도전, 주당 3만원으로 확정지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밥캣이 상장 후에도 주가가 오르지 못하면 두산엔진이 취득한 밥캣 기업가치(밸류에이션)의 고평가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회계사는 "상장 후 밥캣 주가가 오르면 기타포괄손익이 늘어날 수 있다"며 "하지만 상장 후 주가가 떨어지거나 공모가 근처에서 계속 형성되면 밥캣 주식 취득시 평가를 잘못했다는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두산엔진은 밥캣 신주를 주당 5만2000원에 받은 반면, 이전에 프리 기업공개(IPO)에 나섰던 재무적투자자(FI)들의 밥캣 취득단가는 주당 3만2000원선으로 약 2만원 가량 차이가 있다.
당시 외부평가를 맡은 한영회계법인은 미국 캐터필러와 일본 코마츠 2개사를 비교기업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을 약 25배 가량 적용해 밥캣 주가를 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PER은 특정 주식의 주당 시가를 주당 이익으로 나눈 수치다. 하지만 코스피 상장사의 평균 PER이 14.51배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산 셈이다.
두산엔진 IR팀 관계자는 "주식시장 분위기가 안 좋다보니 공모가가 낮아지면서 장부가와의 괴리가 발생한 것"이라며 "밸류에이션(주식 취득시 평가한 가치)이 적정한 지 여부는 법원의 인가를 받은 사항이라 문제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DII 및 DHEL 투자주식을 두산밥캣에 현물출자한 후 교환거래로 2분기 처분이익 1183억원 가량을 인식했기 때문에 손상차손 2600억원 중 실질적인 손상차손은 1400억원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두산엔진이 이번에 팔지 못한 나머지 지분 10.57%(1057만8070주)은 1년간 보호예수로 묶인다. 밥캣이 상장하더라도 최소 내년말까지 잔여 지분 매각이 어려워 자금을 조달하려면 주식 담보 대출 등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현재 두산엔진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BBB+(하향검토)'로 앞으로 3단계 더 떨어지면 투자부적격등급(투기등급)으로 분류된다.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해 삼성증권은 두산엔진의 목표주가를 기존 4900원에서 4300원으로 낮췄다. 한영수 연구원은 "이번 손상차손으로 두산엔진의 지배주주 자본(연결 재무상태표 자본 중 자회사 지분)이 전분기 8172억원에서 5411억원으로 감소했다"며 "두산엔진의 올해 1~3분기 누적 수주도 3086억원으로 올해 연간 예상 매출의 40%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두산엔진 관계자는 "총 차입금 3500억원 중 내년 10월 회사채 1000억원, 내후년 7월 900억원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에 유동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며 "구주매출 비율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만큼 잔여매출 지분은 아직 남아있어 오히려 대응력이 올라간 점이 다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두산밥캣 주가가 오르면 별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