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 중 결혼이 필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두 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 미혼 남녀의 동거(同居)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국민이 크게 늘었다. 공동체로서 가족 관념이 점차 희박해지고 있는 와중에 경기 침체기를 맞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국민의 절반은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고, 범죄·질병에 대한 불안감이 점점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사회조사 결과'에는 이 같은 한국인의 자화상이 담겨 있다. 통계청의 사회조사는 10대 사회지표 중 매년 5개 부문씩 2년 주기로 실시된다. 올해는 가족·교육·보건·안전·환경 등 다섯 가지 부문을 조사했다. 표본(만 13세 이상 3만8600명)이 커서 한국인의 가치관을 들여다보는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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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이혼 안 된다" 44%→39%로

'결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이 2014년 56.8%에서 2016년엔 51.9%로 떨어졌다. 국민 2명 중 1명은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48%)이 2010년(40.5%) 이후 매년 늘어나고 있다. 이혼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39.5%로 2년 전(44.4%)보다 줄었다.

가정에서 아버지의 역할은 점점 더 쪼그라들고 있다. 청소년이 고민을 털어놓는 대상 중 부모의 비율은 24.1%에 그쳤는데, 아버지(3.5%)보다는 어머니(20.6%)에게 의지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친구·동료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44.4%). 조사 대상의 4분의 3인 75.4%가 '결혼식 문화가 과도하다'고 응답해 비싼 결혼 비용과 복잡한 절차에 피로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학원비에 교육비 부담" 62%

자녀의 교육비가 소득에 비해 부담이 된다고 응답한 가구주가 65.3%에 달했다. 교육비 부담의 원인으로는 '학원비 등 보충 교육비'(62.1%)를 가장 많이 꼽았다.

사교육비 부담과 맞물려 자녀를 외국에 보내 공부를 시켜보고 싶다는 열망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녀의 해외 유학을 원하는 비율은 2014년 55.6%에서 2년 사이 57.4%로 증가했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자녀 유학을 고려한다는 비율이 높다. 월 소득 600만원 이상 가구는 65.3%가 유학을 보내고 싶다고 응답했다.

기대하는 최종 학력 수준은 부모와 자녀의 눈높이가 달랐다. 원하는 학력으로 대졸(4년제 이상)을 꼽은 비율이 학생들은 64.7%였지만, 부모는 72.8%에 달했다. 부모 학력 수준이 높을수록 자녀가 대학원까지 교육받기를 원하는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 3명 중 2명 "스트레스는 술로"

한국인은 일상에서 큰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평소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응답이 54.7%였는데, 여성(57.3%)이 남성(52.1%)보다 스트레스를 느끼는 비율이 더 높았다. 스트레스 해소는 술과 담배에 주로 의존한다. 응답자 3명 중 2명꼴(65.4%)로 일상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2년 전(64.6%)보다 다소 늘었다. 술을 마시는 이유로는 2년 사이 '사회생활에 필요해서'(61.2%→53.1%)라는 사람은 줄고, '스트레스 때문'(35.3%→41.1%)이라는 사람은 늘어났다. 흡연하는 사람들은 담뱃값 인상 여파로 2년 사이 22.7%에서 20.8%로 줄었다.

자살 충동을 느낀다는 사람은 2014년 6.8%에서 올해 6.4%로 소폭 감소했다. 남성(5.3%)보다 여성(7.5%)이 자살 충동을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자살 충동을 느끼는 이유로는 '경제적 어려움'(35.5%)을 꼽은 사람이 가장 많았다.

[안전·환경] "경제위기에 불안" 5.8%p 늘어

응답자의 45.5%는 범죄, 질병 등 우리 사회 전반의 안전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불안 요인으로는 '범죄 발생'(29.7%), '국가 안보'(19.3%), '경제적 위험'(15.5%)을 꼽았다. 2년 전 세월호 참사 충격에 가장 큰 불안 요인이었던 '인재(人災·21.0%)'가 5위로 밀려난 반면, 최근 불황 탓에 '경제적 위험'을 불안 요인으로 꼽은 비율이 2년 사이 5.8%포인트 늘었다. 한국인은 시간이 갈수록 불안감이 더해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5년 뒤 우리 사회가 안전해질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2014년 20.2%에서 15.4%로 떨어진 반면, '5년 뒤 더 위험해질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년 전(27.1%)보다 오른 38.5%였다. 환경 부문에선 황사·미세 먼지 불안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5명 중 4명(79.4%)은 '황사·미세 먼지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