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후 신흥 시장이 충격을 받았지만, 인도 증시는 다른 신흥국에 비해선 타격이 작았습니다. 연 7%대 성장을 이어가는 인도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닐레시 수라나(Neelesh Surana·46·사진)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도 루피화(貨) 가치가 다른 신흥국 통화에 비해 강세를 보이기 때문에 자금 유출 우려가 낮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8일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된 후 지난 주말까지 원화 가치가 3.1%,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가 2.6%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인도 루피화 가치는 2%쯤 떨어져 상대적으로 낙폭이 적었다.

인도 센섹스 지수도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이후 지난 9~11일 2.8% 하락하는 데 그쳐 다른 신흥국에 비해 선방했다. 다만 수라나 CIO는 인도의 IT(정보·기술) 업종에 대해선 다소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인도의 IT 서비스 산업은 미국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많이 맺고 있어 당분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수라나 CIO는 장기적으로 인도 경제가 발전할 것이란 전망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인도는 13억명 인구 중 25세 미만이 47%, 35세 미만이 60%로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 중 하나"라며 "1인당 국민소득이 1700달러에 불과해 앞으로 경제성장에 따라 소비 성장세도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GDP(국내총생산)가 2조달러(약 2340조원)를 넘는 나라가 연 7% 넘게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 10년 안에 새 일자리 1억개가 생길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등 다른 아시아 신흥국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높다"고도 했다.

2014년 취임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외국인 투자 유치와 제조업 육성을 통한 성장을 골자로 하는 경제정책, 이른바 '모디노믹스(Modinomics)'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도 인도 경제의 앞날이 밝은 이유다. 올해 8월 인도 의회는 29개 주(州)가 각기 다른 세율을 부과하던 것을 바꿔 단일 부가가치세(GST)를 도입했다. 또 지난 8일 고액지폐(500·1000루피) 사용을 중단하는 화폐개혁도 단행했다. 수라나 CIO는 "정치적인 이슈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나라가 많지만, 인도는 정치적인 이슈가 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다"며 "GST는 외국인 투자를 활성화하고, 화폐개혁은 지하 경제를 양성화해 인도 경제의 장기 성장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인도 현지에서 운용하는 '미래에셋이머징블루칩펀드'는 올 들어 21.15%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수라나 CIO는 "인도 시장에서 전자상거래, 항공, 자동차 업종의 중소형주가 유망하다"며 "이 업종들에는 아직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 않아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은 종목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