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충격'이 '브렉시트 충격'보다 장기화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소식이 전해지고 지난 일주일 동안 국내 주식시장에 미친 파장은 지난 6월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때보다 컸다. 외국인 투자자금도 7배 가량 많이 빠져나갔다.
또 브렉시트 당시에는 전 업종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트럼프 소식에는 업종에 따라 오르거나 떨어지는 등 트럼프 정책과 관련해서 큰 격차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 때와 트럼프 당선 이후의 가장 큰 차이점은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라며 "적어도 12월 금리인상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국내 증시가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 둘째날 반등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한 '트럼프 당선 이후 일주일'
트럼프 당선 소식(11월9일)이 있고나서 처음 3일 간 주가지수에 미친 영향은 브렉시트(6월24일)보다 상대적으로 약했다. 다음날 10일 곧바로 반등하며 트럼프 당선 전날(8일) 수준으로 회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날부터는 상황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브렉시트 이후로는 꾸준한 회복세를 보였으나 트럼프 소식 이후로는 지속적인 하락세를 나타냈다.
브렉시트 소식이 국내 증시에 전해지고 나서 코스피 지수는 일주일 간 0.82% 하락했다. 코스닥 지수는 0.65% 떨어졌다.
반면 트럼프 당선 소식이 있고 나서는 코스피 지수가 1.79%, 코스닥 지수가 1.08% 하락했다.
국내 증시가 불안정해지며 외국인 투자자금은 7배 가량 더 유출됐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일주일동안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모두 포함해서 외국인 투자자는 브렉시트 때 1708억원 순매도했고 트럼프 당선 소식 이후로는 1조1885억원 순매도 했다.
같은 기간 동안 외국인 순매도대금을 기관이 매수하며 상쇄했다. 기관투자가는 브렉시트 이후로 1784억원 순매수했고 트럼프 이후로 1조3234억원 순매수했다. 이 역시 약 7배 차이다.
개인은 브렉시트 때 471억원 순매수 했고 트럼프 때 2226억원 순매도했다.
◆ 업종별로는 브렉시트와 달리 희비 엇갈려
또 트럼프 이슈는 업종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이며 브렉시트 때보다 양극화된 양상을 나타냈다.
브렉시트 이슈가 발생했을 때는 업종 전반이 하락했다. 특히 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금융 관련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브렉시트 이후 일주일 동안 업종 지수별로 금융업은 3.66%, 은행은 5.54%, 증권은 4.67%, 보험업은 2.90% 하락했다.
반면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3일간은 오히려 금융과 보험업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금융업은 3.54%, 보험업은 6.17% 올랐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 이후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며 "국내 금리가 인상되면 금융업계의 예대마진 개선 효과가 있기 때문에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의약품은 트럼프의 약가 규제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주일 사이 7.84% 올랐다. 반면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한 우려로 전기전자, 운수장비, 운수창고업종 등은 하락세다.
◆ 근본적인 차이는 금리인상 우려⋯"12월 美 기준금리 결정까지 약세 불가피"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 모두 '블랙스완(예상 밖 사건으로 경제에 큰 충격을 주는 현상)'이지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시점이 금리인상과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앞서 블룸버그도 지난 10월 31일(현지시각) 트럼프가 당선되면 투자자들이 신흥국 시장에 투자한 돈을 안전한 국채, 미국 달러, 엔화로 옮길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현재 신흥국 금리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며 급등하고 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오는 12월에 있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이 결정될 가능성을 85.8%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402%였으나 이후 나흘 연속 상승해 15일까지 23.3bp(1bp=0.01%포인트) 오른 1.635%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1월 19일(1.644%) 이후 최고치다.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가격은 떨어진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달러 강세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상승하게 된다.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자금을 계속해서 갖고 있을 경우 환율 차이로 손해를 보기 때문에 매수보다 매도를 하게 된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 때는 오히려 연준이 금리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며 신흥국으로 자금이 많이 들어왔다"며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과 같은 신흥국에 대한 전망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트럼프까지 재정정책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며 국채발행을 대량으로 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금리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리인상과 함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도 또 다른 악재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달러 강세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수출에 부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통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국내 제품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기 때문에 수출에 호재로 작용한다.
당분간 국내 증시에 대한 불안감과 하락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2월에 기준금리 발표가 있고 1월에 트럼프가 공식 취임하며 정책의 윤곽이 지금보다 뚜렷해질 것"이라며 "그때까지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쉽게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일 연구원은 "적어도 12월 금리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나서야 신흥국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이 바뀔 것 같다"며 "그때까지 외국인 매도는 계속해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