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세미나…"트럼프, 협상의 달인…韓, 새로운 전략 짜야"
"트럼프, 中 환율조작국으로 지정 전망…한미 FTA 재협상도 시도 예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과 관련, 미 전문가들은 한국이 한중 FTA 확대 등 새로운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15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서울 롯데호텔에서 주최한 '미국 신 행정부 정책전망 세미나'에서 "한국이 새로 출범하게 될 미국 트럼프 정부의 경제 정책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왼쪽부터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조나단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도널드 만졸로 한미경제연구소 소장,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클라우드 바필드 미국 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 최병일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본부장, 스콧 스나이더 미외교협회 선임연구원

최 교수는 "트럼프는 스스로를 협상의 제1인자라고 지칭할 만큼 비즈니스에 능한 인물"이라면서 "이런 사람과 상대해야 하는 한국은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트럼프가 비즈니스맨 당시 항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올 태도로 협상에 임한 것을 환기시키며 "트럼프가 어쩌면 완전한 백지상태에서 출발해 모든 협상 이슈를 재검토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통상 정책에 관해서도 취임 후 몇 달 동안 본인이 '터프'(과격)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강하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가 '터프함의 신호'로 취임 이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최 교수는 예상했다.

최 교수는 이런 불확실성 증대에 한국이 비상대책반을 만들어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낭비할 시간이 없다. 전략적 지도를 새로운 전제 아래 다시 짜야 한다"며 "두 가지가 핵심이다. 하나는 시간(속도), 다른 하나는 소통(관계)"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특히 "외교 라인을 통해 트럼프 측과 늦지 않게 이야기를 나눠 정책입안자들의 한국을 둘러싼 시각을 바꾸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한국 정부가 한중 FTA 업그레이드 등으로 협상력을 끌어올려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정부가 트럼프 리스크가 일시적인 역풍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이게 4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무역과 관련해 한중 FTA 확대처럼 새로운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취할 수 있는 카드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중 FTA 확대 외에도 한중일 FTA 협상 가속화 등을 통해 향후 예상되는 미국 정부의 압박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전문가도 트럼프가 다른 분야와 달리 통상정책에 대해서는 대선 당시 언급한 보호무역주의를 실제로 밀어부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클라우드 바필드 미국 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가 다른 정책과 달리 무역 정책은 오랫동안 고민해 왔고 스스로 전문가라고 생각한다"며 "통상 정책은 바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이미 철회했으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요구하고 한국 정부에도 한미FTA도 재검토하자고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트럼프 정부가 수개월 안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대 의견도 있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트럼프가 TPP나 FTA를 두고 언급한 말들이 진짜 정책이 될 지 아닐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냐"면서 "지금으로서는 트럼프가 이런 말들을 전술적으로 한 건지 아닌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와 조나단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등도 트럼프의 등장으로 불확실성이 고조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아직 트럼프의 경제 방향에 대해 예측하는 것은 이르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시대에도 한미 관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도널드 만줄로 미국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한미관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의회를 누가 장악했든 백악관에 누가 앉아있든 한미동맹은 위협받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15일 "한미 FTA는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의 대표사례로 양국의 교역과 투자를 증진시켰고,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 FTA 발효 이후 미국의 대한(對韓) 자동차 수출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는 사실 등을 언급하며 한미 FTA가 미국 측에도 이익이 되고 있음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