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128940)사태의 첫 내부자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증권사는 SK증권이다. 이 회사 압구정 지점 직원으로 알려진 조모씨(28)는 한미약품 직원 김씨(27)와 김씨의 남자친구 정씨(27)로부터 한미약품 수출 계약 파기 정보를 미리 건네받은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자본시장법에선 회사 내부자 또는 내부자로 인정되는 사람으로부터 직접 정보를 제공받은 사람도 '내부자'로 규정하고 있다. 조씨는 한미약품 내부자로부터 정보를 받았기 때문에 형사처벌 대상이다.

서울남부지검

조씨는 베링거인겔하임 기술파기 악재 공시 이후인 지난 9월30일 오전 9시33~52분 사이에 지인과 고객 등의 계좌에서 주식을 매도해 수백만원대의 손실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악재 공시를 했던 9시29분 이후에 주식을 팔아치웠음에도 그가 미공개정보 이용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라선 것은 '3시간 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 불공정거래 규정에 따르면 내부자는 특정 기업의 정보가 전자공시 등을 통해 공개된 정보라도 3시간이 지나지 않으면 거래를 할 수 없다. 내부자거래와 관련한 공시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을 3시간으로 보는 셈이다. 이에 대해 SK증권 관계자는 "한미약품 직원이 매도 계좌 고객의 지인이어서 조사받았다"며 "내부적으로는 별 문제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 자본시장법에 따라 2차 정보 수령자도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에 조씨로부터 정보를 들은 지인과 고객들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3월 미국의 다국적 제약회사인 일라이릴리사와 7800억원 규모의 신약 기술 수출을 체결하면서, 이 과정에서 내부 정보를 미리 알게 된 회사 연구원과 정보를 들은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주식투자로 2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겨 구속 기소됐다. 반면 한 다리 건너 정보를 듣고 25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자산운용사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하지만 2014년 12월 통과된 뒤 지난해 7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 자본시장법을 적용하면 한 다리 건너 정보를 듣고 부당이득을 챙긴 2차 정보 수령자도 처벌 대상이다. 첫 처벌 대상은 SK증권 조모씨의 지인과 고객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 중인 사안이지만 조씨는 자신의 지인과 자신이 관리하는 고객 계좌에 있는 한미약품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고객들에게 미공개정보를 미리 유출한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공시 이후 거래를 했다고 해서 모든 경우에 처벌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서 주식을 거래해 손실을 회피하거나 이익을 보려는 고의적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공시하고 한 시간 뒤에 거래했다고 해서 미공개 정보 이용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일례로 호재성 공시를 사전에 취득한 사람이 공시 직전에 해당 종목을 매수하기 시작해서 공시 후까지 연결해서 산 경우와 같이 '혐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씨와 한미약품 직원에 대한 민사소송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자본시장법 제175조에선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를 한 자는 매매나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명시돼 있다. 한미약품 피해자모임 관계자는 "한미약품 뿐만 아니라 불공정거래에 연루된 직원들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 한미약품 준법 담당 임원 악재 공시전 8억원어치 주식 팔아

남자친구에게 미공개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미약품 직원 외에 임원들의 수상한 거래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미약품이 지난 9월 30일 9시29분 베링거인겔하임사와의 기술파기 관련 악재공시를 내기 전에 전 임원이던 고모 상무가 약 1358주를 팔아치운 것으로 확인됐다.

고 상무는 한미약품에 10년간 근무하면서 2013~2015년 사이 약 1300여주를 스톡옵션 형태로 받았다. 지난해말 퇴직 전까지 준법준수 프로그램(Compliance Program) 임원을 맡아 감사팀 등을 총괄했다.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파기 정보를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부서인 동시에 미공개정보 이용이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불공정거래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셈이다.

고 상무는 악재공시가 나기 전인 30일 오전 9시~9시28분 사이 주식 1300여주를 몽땅 팔아치웠다. 당시 주가는 전날 장마감 후 나온 제넨텍사와의 수출계약 호재 공시로 5% 가량 오른 약 64만원 안팎. 약 8억32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악재공시 후 주가는 18%나 폭락했고, 현재 주가(40만원)로 계산하면 약 3억원 가량의 손실을 회피했다.

자본시장법 제174조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에 따르면 한미약품 임원으로 퇴직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내부자'로 규정한다. 고 상무가 지난해말 퇴사했기 때문에 주식을 팔아치운 9월30일에는 아직도 내부자 신분이었던 셈이다.

검찰은 고 상무가 악재공시가 나오기 전 베링거인겔하임사와의 기술파기 관련 미공개정보를 어떻게 알게 됐는지 수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달 19일 고 상무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휴대폰, 하드디스크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한미약품 측은 "고상무는 이미 지난해 퇴사했고, 그와 관련된 건 개인 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 공시담당 임원, 검찰 수사 도중 사라져...당황스런 한미약품 오너가

이러한 가운데 현재 한미약품 공시회계 담당자인 김모 이사가 검찰의 조사를 받던 도중 행방불명돼 관련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김 이사는 한미약품 악재 공시가 30분가량 늦어진 경위에 대해 확인하기 위해 조사를 받던 중에 사라졌다.

김 이사는 작년 9월 한미약품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로 소속을 옮겼다. 한미사이언스 주식 1292주를 보유중이었다. 그는 지난달 31일 한미약품의 공시 지연 의혹과 미공개 정보 사전 유출 등에 대해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 조사를 마친 뒤 귀가했다.

김 이사는 다음 날인 이달 1일 오전 가족에게 출근한다고 집을 나선 뒤 현재까지 연락이 두절됐다. 닷새 뒤인 지난 6일 경찰은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다산 유적지 인근 북한강변에서 공시 및 회계 업무를 맡고 있던 김모 이사의 쏘나타 차량을 발견했다. 남양주경찰서 관계자는 "여전히 행방을 찾고 있으나 아직까지 단서가 될 만한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내부자 공모 의혹이 커지면서 오너가도 극도로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지난 11일 임원기 한미약품 회장의 형인 고(故) 임완기씨의 장례식은 외부인의 방문을 극도로 꺼린채 조용히 치뤄졌다. 임완기씨는 한미사이언스 임종호 상무의 부친이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최근 한미약품 사태와 관련해 엮이고 싶지 않은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회사 내부 사람이 아니면 접촉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