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빵식 투자가 반복되면서 한국인들의 투자 수익률은 극심한 롤러코스터를 겪었습니다. 올해 원자재에 통 크게 베팅해 크게 흥한다 한들 내년에 어딘가에서 폭삭 망한다면 제대로 된 투자라고 할 수 있나요?"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그룹 책임자로 부임한 지 만 2년이 된 발렌틴 발데라바노 한국씨티은행 개인금융상품 세그먼트 본부장은 "한국의 투자 문화는 세계적으로도 참 유니크(독특)하다. 매우 단기간 내에 특정 상품에 집중 투자하면서 상당한 수익을 내길 원하지 않느냐"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런 방식의 자산 관리는 투자 문화가 성숙하지 않은 나라일수록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만, 금융 투자의 역사가 쌓이고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차차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분산 투자야말로 '투자의 정석'이고, 장기적으로 이기는 길"이라고 했다. 발데라바노 본부장은 다음 달 2~3일 서울 대치동 SETEC(세텍)에서 열리는 '2017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에서 '편중된 포트폴리오는 금물: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 비법 공개'라는 제목의 강연에 나선다. 한국씨티은행에 합류하기 전 그리스·벨기에·영국·스페인 등에서 자산 관리와 신용 리스크 관리 등 소비자 금융 업무를 담당했다.
몰빵식 단기 투자는 재테크의 적(敵)이다
―한국 투자자는 어떤 면에서 독특하다고 생각하나.
"선호하는 투자 기간이 다른 나라 투자자보다 상당히 짧은 편이다. 투자 목적도 장기보다는 중·단기 자금 마련인 경우가 많다. 100세 시대라면서 투자 기간을 단기로 관리하고 특정 인기 금융 상품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다 보면 은퇴 후 필요한 노후 자금은 물론 중·단기 자금 마련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갈수록 금융시장의 변수가 다양해지고 변동 폭도 커지고 있기 때문에 한 분야에 집중 투자하면 그만큼 큰 위험을 지게 된다."
―국내 투자자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나.
"뮤추얼펀드 도입 초기 중국 또는 원자재에 편중된 투자로 놀라운 수익을 얻었지만, 이후 시장의 변동성이 증가하고 저성장 국면으로 경제 환경이 바뀌면서 충격적인 손실을 경험했다. 현재 회복 국면이지만 상당수 개인 투자자가 투자에 실패해 자신감을 잃고 떠났다. 이들을 다시 투자의 세계로 불러들이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짜고 있다."
한국 투자자, '투자의 정석' 받아들일 때"
―분산 투자가 정답이라고 말하는데, 왜 그런가.
"가설이 아니라 경험적으로 그렇기 때문이다. 160개국에 진출해 있는 씨티그룹은 대공황과 오일 쇼크, 1987년 블랙먼데이 등 1926년부터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 왔다. 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고객의 투자 수익을 사후적으로 분석해보니 종목을 잘 선택해서 얻은 수익이 20% 남짓, 나머지 80%는 분산을 통해 얻은 수익이었다. 위험도가 다른 자산들이 다양하게 바구니에 들어 있으면 어느 한 쪽에서 손실을 입어도 다른 쪽에서 만회할 수 있다."
―분산 투자는 어떻게 하는 게 잘하는 것인가.
"국가별, 지리적 분산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발전 단계에 따른 분산도 매우 중요하다. 내 자산이 신흥국과 선진국에 어떤 비율로 배분돼 있느냐를 보라는 얘기다. 브라질 채권, 베트남 주식형 펀드, 원자재 펀드에 돈을 나눠 넣었다고, 분산 투자했다고 안심한다면 큰 실수다. 모두 신흥국에 몰아넣은 꼴이다."
―씨티의 전문가들은 어떤 식으로 고객 돈을 분산해주나.
"씨티그룹의 글로벌 투자 전문가들이 실시간 업데이트하는 시장 자료를 바탕으로 자산 관리 시스템 'TWA(Total Wealth Advisor)'를 개발했다. 여기서 도출한 모델 포트폴리오와 '씨티골드 분산화 지수(CDI)'를 통해 최적의 분산 투자 방안을 찾아낸다. 11월 현재 시점에서 투자 성향이 '위험 중립형'인 투자자라면 아시아 주식(일본 제외) 25%, 미국 주식 21%, 아시아(일본 제외)·신흥 시장 채권 19%, 글로벌 투자 등급 채권 18% 등의 비중으로 투자하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