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바이오(Bio·생명공학)와 헬스케어, 보안, 가상현실(VR)이 세계경제를 이끌어갈 것입니다. 이 분야에서 혁신을 보이는 기업이 있다면 놓치지 말고 투자하세요."
20년 넘게 미래를 주도할 산업을 찾아 투자해 온 이스라엘 요즈마그룹의 이갈 에를리히(Erlich·76) 회장은 미래 유망 산업을 꼽아달라는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답을 내놓았다. 요즈마그룹은 지난 1993년 에를리히 회장 주도로 설립돼 전 세계 벤처투자 업계에 영감을 불어넣고 있는 가장 혁신적인 벤처캐피털 회사다. 에를리히 회장은 팔순 가까운 나이에도 세계 곳곳을 누비며,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키우는 작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에를리히 회장은 12월 2일 '2017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 첫날 기조 강연에서 수십년간 축적한 요즈마식(式) 투자 노하우를 공개하고,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을 소개할 예정이다.
"바이오와 헬스케어, 보안, 가상현실(VR) 분야에 투자하라"
에를리히 회장은 바이오와 헬스케어, 의료기기, 보안, 가상현실(VR)을 미래를 이끌 유망 산업으로 지목한 이유에 대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과거와 현재에 '충족되지 않았던 요구'를 집중적으로 공략해 미래 먹거리를 찾게 될 것"이라며 "정보기술(IT)·바이오기술(BT) 등과 융합하는 산업이 미래의 주인공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사물인터넷·빅데이터와 같은 첨단 IT(정보기술)와 결합한 미래의 산업 구조를 의미한다. 에를리히 회장은 "앞으로 의료 분야에서는 과거와 같은 단순 치료가 아닌 예방과 관리 위주의 개인 맞춤형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전 세계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이 트렌드를 미리 알아채고 막대한 연구비를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다.
에를리히 회장은 구체적으로 줄기세포 치료제, 바이오 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유전자 치료제, 면역 항암제 분야와 이 약품들에 IT를 접목한 예방관리 헬스케어를 세상을 바꿀 상품과 서비스로 꼽았다. 그는 "오래전부터 다국적 제약사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파이프라인(신약 후보 물질)을 확대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에를리히 회장은 한국의 경우 복제약을 만들어서 영업을 잘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이었기 때문에 바이오 분야와 제약업체 간 인수합병이 미미했지만 최근에는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수년간 한국에서는 바이오 분야 일부 비상장 기업에 초기 투자가 집중됐고, 이로 인해 연구 개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부동산에만 쏠리는 한국 시장 아쉽다"
에를리히 회장은 한국인들의 투자가 주식·부동산 등 전통적인 투자처에만 머물고 있다면서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의 저성장 시대는 신흥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며 제품을 쏟아내고, 국가 간 교역이 활발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연 평균 5~6%를 거뜬히 넘기던 1990년~2000년대와는 전혀 다르다"며 "큰 어려움 없이 비교적 만족할 만한 투자 수익을 내던 '풍요의 시대'와 작별할 때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에를리히 회장은 안전하다는 생각에 은행에만 돈을 넣어두고, 대형주·배당주 위주로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 "오히려 위험한 투자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안전한 투자라는 것은 풍요의 시대에나 맞는 패러다임"이라며 "저성장 시대에는 편하고 안전하게 돈을 벌 투자처는 없다는 생각을 갖고 열정적으로 공부하고 능동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장 기업보다는 크라우드펀딩 등의 방식을 통해 기술력 있고 유망한 비상장 기업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에를리히 회장은 한국에서 저금리로 시중에 풀린 돈이 부동산으로 쏠리는 현상에 대해서는 "영양가 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미 한국에서도 바이오·의료 분야 기업 중 코스닥 상장 전부터 자본금의 수십배에 달하는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며 "이러한 거시적인 시각에서 실행되는 투자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부동산보다 훨씬 매력적"이라고 했다.
에를리히 회장은 마지막으로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버(차량 공유업체)나 에어비앤비, 오큘러스(VR기기업체)와 같이 '파괴적인 창조'를 통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는 기업이 계속해서 우리 눈앞에 나타날 것입니다. 이것은 누군가에게는 거대한 투자 기회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후회로 기록되겠죠. 좋은 기업을 찾기 위해선 공부해야 합니다. 저성장 시대에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은 게을러선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