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45대 대통령에 당선되자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해외 과학자들이 미국을 떠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와 사이언스 등은 이례적으로 뉴스를 통해 미국 45대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한 과학자들의 반응을 전했다. 유럽에서 온 한 과학자는 "과학과 연구, 교육, 나아가 지구의 미래를 고려했을 때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며 "유럽으로 돌아가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 '망연자실' 재미 과학자들

과학자들은 이번 대선 정국에서 크게 목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재미 과학자 사이에서는 이미 트럼프 당선인이 과학과는 동떨어진 인물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무슬림이 미국에서 활동하게 못하게 하겠다', '멕시코 국경에 벽을 쌓겠다' 등 이민자 관련 트럼프의 발언들을 볼 때 해외에서 온 과학자들이 미국의 연구기관에서 연구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트럼프 미국 45대 대통령 당선인

에모리대학에서 환경과학을 연구하고 있는 머레이 러드(Murray Rudd) 박사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본국인 캐나다로 가서 연구할 때가 됐다"며 과학 연구에 대한 예산 책정과 범정부적 지원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과학 연구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굵직한 연구 프로젝트를 발표한 오바마 정부와의 노선과도 크게 비교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오바마 정부는 뇌 연구를 위한 '브레인 이니셔티브', 인체 내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 연구 프로젝트, 유인 화성 탐사 등 다수의 과학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미국 아이오와 대학의 연구원인 세라 헹엘 박사는 트위터를 통해 "박사 학위를 위해 유방암 연구를 하고 있는데, 장래가 불투명해졌다"며 "앞으로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예산이 줄어들까 걱정이다"고 했다.

트위터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해외 과학자들.

미국 유학을 준비중인 국내 대학원생들도 우려를 쏟아냈다. 미국에서 박사후 과정(포스트닥터)을 밟고 있는 한국 연구원은 커뮤니티에서 "앞으로 포스트닥터 과정을 위해 미국에 오는 것이 더욱 힘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 생물학, 기후변화, 우주탐사 등 타격 입을 전망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생물학과 기후변화, 우주탐사 등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지구적인 과학적 성취에 먹구름이 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전 인디애나 주지사는 지난 7월 자신을 보수적인 기독교인이라고 묘사하며 버락 오마바 정부의 배아줄기세포 지원을 강도높게 비판해왔다.

오바마 정부의 유인 화성 탐사 등 우주탐사도 불투명할 전망이다. 작년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지구 저궤도에서 활동하는 병참기지"라는 표현을 쓰며 앞으로 미국의 우주 탐사 활동은 상업적인 측면에서 역할이 강화될 것이라는 점을 표명한 바 있다.

지난 9월 3일 미국과 중국이 파리기후변화협약을 공식 비준하고 비준서를 유엔 반기문 사무총장(왼쪽)에게 전달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기념 사진을 찍었다.

전지구적으로는 파리기후협약으로 대표되는 기후변화 관련 트럼프의 정책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트럼프의 당선이 파리기후협약의 실행방안 논의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을 부정한다면 협약의 실행방안을 수립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기후변화 관련 오바마 정부의 정책을 비난하며 "파리기후협약을 취소하고 지속가능한 청정에너지 계획 등 기후변화 정책을 철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