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식시장에서 중소형 지주회사들의 성적표가 시원찮다. 열에 아홉은 주가가 하락세다. 많게는 올해 초와 비교했을 때 반토막 난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중소형 지주사의 경우 대기업 지주사보다 경영투명성이 미흡한 데다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지주사 특성상 소액주주 권리 보호에 신경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저평가된 주가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주주관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자회사 따라 오르락 내리락⋯ "자회사가 한두군데 쏠린 탓"
중소형 지주사들은 태생적으로 규모의 한계가 있다.
대기업 지주사들은 많게는 10곳이 넘는 자회사를 거느린다. 매출도 여러 곳에서 다양하게 발생한다. 하지만 중소형 지주사들은 한두곳의 자회사에 많은 의존을 한다. 한 곳이라도 휘청거리면 지주사까지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다.
중소 지주사 S&T홀딩스는 주요 자회사 S&T모티브, S&T중공업과 함께 올해 내내 하향세다. S&T홀딩스의 누적 영업이익은 올해 3분기까지 지난해보다 42.7% 감소한 687억5500만원을 기록 중이다. 주가는 지난해 말(12월30일)보다 49.74% 떨어졌다.
S&T모티브는 방위산업품과 자동차부품을 공급한다. 올해 정부가 K2소총 예산을 삭감하고 현대차가 파업을 하는 등 각종 악재로 실적이 악화됐다. S&T중공업도 마찬가지로 올해 분기 실적 발표마다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에만 현재까지 92억7800만원의 누적 당기순손실을 기록중이다.
또 다른 중소 지주사 한국콜마홀딩스는 실적보다 자회사의 이슈와 연관이 깊다. 한국콜마홀딩스는 지난해(12월30일)와 비교했을 때 53.23% 떨어지며 8일 3만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한국콜마홀딩스는 주요 자회사로 화장품 생산업체 한국콜마(161890)가 있다. 화장품 업종의 경우 올해 초반에 전반적으로 주가가 상승세였으나 하반기부터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배치와 관광객 규제 등 중국관련 이슈로 하락세다.
박은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콜마는 실적이 크게 나쁜 경우는 아니지만 중국 이슈 때문에 화장품 업종 전반에 분위기가 안 좋은 상황"이라며 "한국콜마가 지주회사에 대해 기여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홀딩스도 함께 할인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자회사 실적이 개선돼도 주주는 뒷전⋯"배당도 없고 의결권도 없어"
자회사와 상관없이 지주회사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AK홀딩스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039.7% 늘어나며 지주회사 전환 이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당기순이익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자회사로서 생활용품과 화장품을 판매하는 애경산업과 저가 항공사 제주항공의 실적이 모두 좋았던 덕이다. 그럼에도 AK홀딩스 주가는 지난해 연말(12월30일) 대비 8.07%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지주회사의 일반 주주들은 상대적으로 권리보장이 잘 되지 않아 투자하기 꺼려진다고 지적한다. 그로 인해 주가는 상대적으로 저평가 되고 주가순자산비율(PBR)도 1 이하로 낮은 경우가 많다. PBR은 주가를 1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PBR이 1보다 작으면 기업을 청산했을 때의 가치에도 못 미치게 주가가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주회사는 자회사 주주들에게 먼저 배당금을 지급하고 차입금까지 상환한 이후에 남는 돈을 지주회사 주주에게 배당한다"며 "지배회사 주주가 후순위다 보니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지주회사는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대주주의 지분이 압도적인 경우가 대다수"라며 "중소형 지주사 오너일가의 지분율은 많게는 70%까지 되기 때문에 나머지 소액주주들은 의결권이 있으나마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배구조의 투명성도 문제 요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대기업 지주회사는 워낙 비판이 많다 보니 투명성 개선이 어느정도 이뤄지지만 중소 지주사는 상대적으로 더디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주주가 일으킬 수 있는 시장왜곡 현상에 대해 우려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저평가된 주가를 극복하기 위해서 지주회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 위주의 정책을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황세운 실장은 "주주환원 정책으로 배당성향을 높이는 것 뿐만 아니라 자사주 매입이란 방법도 있다"며 "이외에도 주주들의 의견이 경영진에 반영되도록 소통창구를 만드는 등 권리보호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