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년간 코스피지수, 美 대선 후에는 불확실성 해소되는 과정 거쳐
-대통령 당적(黨籍) 따라 민주당 집권기에는 IT, 공화당 집권기에는 에너지와 필수소비재 강세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맞붙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8일(현지시각) 결론 난다. 한국 시간으로는 9일 오후 1시쯤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 이후 시장 흐름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은 상황이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한국 증시에 호재일까, 악재일까.

일단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미국 대선 결과가 미국 증시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과거 증시 데이터에서도 그 증거를 찾을 수 있다.

◆ 대선 전 변동성 극대화…이후 리스크 줄며 안정

지난 한 달간 국내 증시는 미국 대선이라는 악몽에 시달려왔다. 투자자들은 어느 후보가 당선될 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사지도 팔지도 못한채 그저 지켜보고만 있어야 했다. 그 결과 지난 10월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 내 거래대금은 차이나 쇼크를 겪었던 지난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 대선 전후 미국 S&P500 지수와 한국 KOSPI 지수 추이.

그러나 증권 전문가들은 대선 전 극심해졌던 변동성이, 대선이 끝나면 해소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국내 증시가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대선이 끝나면 국내 증시 흐름의 경우 미국 대선 결과보다는 국내 이벤트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의 경우 보통 미국 내 정책이 중심이 되고 대외 정책은 당선 이후에 구체화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이로 인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해외 증시에까지 영향을 미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1992년 이후 열린 역대 6번의 미국 대선 중 2000년(IT 버블)과 2008년(금융 위기)을 제외한 나머지 선거에서는 선거 이후 S&P500 지수의 상승세가 관찰된 반면, 한국 증시와는 뚜렷한 연관성을 찾기가 어려웠다.

임혜윤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대선과 한국 증시의 흐름에는 일정한 규칙이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10월에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코스피지수가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대선 이후 회복세를 보였는데 이를 미국 대선과 연관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코스피나 코스닥이나 국내 이슈에 민감했지 미 대선과 관련해서는 일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 않다"며 "코스피의 경우 하루 이틀 정도는 (미국 증시에 따라) 같이 움직이는 경향을 보이기는 하지만, 코스닥의 경우 이런 설명도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역대 미 대선일과 이튿날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

다만, 대선이 끝난 직후 코스피지수는 소폭 오르는 경향을 나타냈다. 그러나 증권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의 반등은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뿐 이를 두고 한국 증시가 추세적으로 상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클린턴이 승리할 경우 투자자들 사이에서 안도감이 나타나고,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불확실성이 커지며 경계감이 커질 수 있다"며 "그러나 클린턴과 트럼프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그 여파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연구원도 "미국은 시간대도 다르고 경합주의 경우 다음날 낮 12시를 넘겨서 결과가 발표되는 곳도 있는 등 미국 대선의 최종 결과는 코스피 장 중에 결정되지 않아 대선 결과에 코스피가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 대통령 정당 따라 수혜 업종 갈려…'이번엔 다르다' 의견도

민주당과 공화당 중에서 어떤 당이 집권당이 되는지에 따라 수혜 업종은 나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옥혜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역대 미 대선 전후 S&P500지수와 코스피지수 흐름을 보면 한국 증시와 연관성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옥 연구원은 "미국 대통령의 소속 정당이나 업종별 상대 수익률은 어느 정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 소속 대통령 시기에는 IT 업종이, 공화당원 집권기에는 에너지와 필수소비재 등의 업종이 강세를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스트래티지스트도 "클린터 당선시 수혜 업종은 산업재, IT가 될 것이고 트럼프 당선시 소재, 산업재의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선의 경우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 크고, 유일한 시장 이슈가 미국 대선이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이전 대선 때와는 다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오바마와 롬니가 맞붙었던 2012년의 경우 두 후보자의 판세에 따라 미국 증시가 요동치고 다음날 한국 증시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며 "한국은 미국 경제와 직·간접적으로 많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미국 증시 흐름에 따라 한국 증시가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힐러리의 경우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이고 트럼프의 경우 거대 양당에서 내세운 최초의 비(非) 정치인 출신 후보"라며 "게다가 국민들의 비호감도가 50%를 넘는 두 후보의 대결로도 꼽히는 등 과거 경험과 연결시켜 이후 시장 흐름을 예판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최근 트럼프의 지지율이 오르면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나고, 유가증권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선물 매도 움직임이 포착됐다"며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단기 충격에 의해 주가가 하락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 대선과 유럽발 리스크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통제하는 상황이었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통제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