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대학수능 날처럼 기다리는 일이 너무 힘들거나 지겨워서 빨리 해치워버리고 싶은 날. 투자자들에게는 미국 대선이 아마 그런 날일 것이다.

지난 한 달간 국내 증시는 미국 대선이라는 악몽에 시달려왔다. 어느 후보가 당선될 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사지도 팔지도 못한채 그저 지켜보고만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난 10월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 내 거래대금은 차이나 쇼크를 겪었던 지난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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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미국 대선만 치르고 나면 좋은 날이 찾아올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12월까지는 투자를 미룰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누가 당선되든 또 하나의 넘어야할 고비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바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결정될 금리 인상 여부다.

우선, 두 후보 중에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이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것은 그동안 주식시장에서 널리 알려진 인식이다. 실제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미국 민주당이 이어온 정치 기조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끌어온 금리 정책 기조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시장이 불안정해 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하지만 클린턴이 당선된다 해도 12월 FOMC회의 전까지는 불확실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주식 비중을 줄이고 현금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클린턴이 당선될 경우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가 반등세를 이어갈 수 있지만 이는 기술적 반등에 불과할 것"이라며 "12월 FOMC의 금리 인상 결정 여부와 11월 말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 회의에서의 감산 결정 여부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투자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내년부터는 국내 증시 내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반등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가 당선된다 해도 클린턴보다 더 강하게 보호무역 정책을 관철시키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제조업 육성 정책을 시행하면 투자가 활성화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트럼프는 클린턴보다 더 강하게 보호무역 강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현실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도 클린턴과 거의 동일하게 제조업 육성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기 때문에 재정확대를 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투자 회복, 달러 약세,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 국면으로 접어들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현재 미국 5개 지역 제조업 자본지출 지수는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국내 소재산업재, IT 산업의 실적 및 주가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학수고대했던 미국 대선이 끝났다고 해서 무조건 거래에 나서기보다는 연말까지 국내 주식 시장을 좀 더 관망하면서 대선 이후 미국 정치 및 경제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현명한 투자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