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대 1의 청약 경쟁에서 떨어져도 줄만 잘 서면 당첨 기회를 다시 잡을 수 있다. 부적격 당첨자 물량을 배정 받으면 청약통장을 쓰지 않고서도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시공 건설회사에 재직 중인 임직원이라면 그럴 가능성은 더 높다. 건설사들이 청약 당첨자 발표 후 발생하는 일부 청약 부적격자의 물량을 청약에 떨어진 자사 임직원에 우선으로 배정하면서 뜻밖의 행운을 거머쥘 수도 있다.

지난 5월 서울 송파구 문정동 래미안갤러리에서 열린 '래미안 과천 센트럴스위트' 사전 고객 초청 행사. 이날 행사에는 삼성그룹 임직원과 VIP 고객 600여명이 참석했다.

브랜드 아파트를 시공하는 대형 건설사들은 통상 직주근접 아파트를 분양할 경우, 사내 임직원을 대상으로 분양설명회를 열곤 한다.

예를 들어 서울 종로에 본사가 있는 GS건설의 경우 마포와 신촌 등지에서 아파트를 분양할 때 현장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사전 상담 형식으로 설명회를 연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인 셈. 회사는 청약에 의사가 있는 임직원들의 명단을 확보한다.

건설사들은 아파트 청약 신청을 받아 당첨자 발표 후 예비 당첨자까지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부적격 당첨 물량'에 한해 통상 자체적으로 관심 고객들에 우선으로 계약 의사를 묻는다. 대부분 청약에 당첨되고 나서 가점을 잘못 계산해 청약 부적격자로 판정된 이들의 물량이다.

삼성물산의 래미안 아파트는 보통 삼성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부적격 당첨 물량을 우선 배정하는 혜택을 준다. 지난해 '래미안 이수역 로이파크'에 청약했다가 탈락한 제일기획의 한 직원은 "당첨자 발표 후에 추가 물량이 남았는데 혹시 청약할 의사가 있냐고 연락이 와서 운 좋게 계약했다"며 "주변에도 이런 케이스로 뜻밖에 분양권을 받은 계열사 임직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의 한 직원은 "이런 식으로 아파트를 계약하면 정식으로 청약 통장을 사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청약 통장 1순위 자격도 그대로 살아있어 일석이조인 셈"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다음 달 서초구 잠원동 52번지 일대에 분양하는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 투시도.

현행 주택법상 이처럼 청약 부적격자 등으로 인한 미분양 물량을 채우는 방식은 건설사와 분양대행사 등이 임의로 정할 수 있다.

대부분 건설사는 아파트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사전에 모델하우스에서 청약 의향이 높은 고객을 대상으로 선착순으로 개인 정보를 입력하는 '내집 마련 신청'을 받아, 이 같은 부적격 당첨자 물량이 발생할 때 우선으로 연락해준다.

GS건설 관계자는 "통상 내집 마련 신청 고객을 받아 이런 미분양 물량을 채우는데, 일부 건설사는 사전 분양설명회에 참석한 자사 임직원들도 관심 고객으로 분류해 분양권을 얻을 기회를 준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 당시와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과거 아파트 미분양이 쌓여 있을 때만 해도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미분양 물량을 자사 임직원들에게 강제로 떠넘기는 '자서 분양'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미분양을 떠안은 건설사 임직원 중에는 과도한 빚에 시달리다 신용불량자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엔 건설사 임직원들이 뜻밖에 수백대 1에 달했던 인기 단지의 분양권을 얻어가는 경우도 생기면서 특혜 아닌 특혜를 누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