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밥솥 업계의 오랜 라이벌인 쿠쿠전자와 쿠첸이 '밥존심(밥+자존심)'을 내건 특허 전쟁을 펼치고 있다. 두 기업은 지난 4년간 전기밥솥의 핵심기술인 '분리형 커버' 관련 특허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다.
쿠쿠전자는 10월 28일 전기압력밥솥 분리형커버 특허를 놓고 쿠첸과 벌인 대법원 상고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았다. 도대체 분리형커버가 뭐길래 두 회사가 법정 다툼을 벌여 왔던 걸까.
◆ 엎치락 뒤치락 4년째
두 기업의 특허 싸움은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6월 쿠쿠전자는 리홈쿠첸(현 쿠첸)을 상대로 '증기배출 안전장치'와 '분리형커버 감지장치(내솥 커버 감지 장치)' 두 건에 대해 특허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그러자 리홈쿠첸이 다음달(7월) 쿠쿠전자를 상대로 특허무효심판으로 받아치며 싸움이 시작됐다.
첫 소송(특허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과는 쿠첸의 승리였다. 2014년 4월 법원은 "증기배출장치와 분리형 커버 감지장치가 특허권에 침해되지 않는다"며 쿠쿠전자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쿠첸이 제기한 특허무효 소송에 대해서는 법원의 의견이 엇갈렸다. 2014년 법원은 증기배출 안전장치와 관련돼 쿠첸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분리형 커버 안전장치에 대해서는 2015년 10월 쿠쿠의 독자 특허임을 인정해줬다.
이에 반발한 리홈쿠첸은 지난해 쿠쿠전자를 상대로 분리형 커버 감지장치에 대한 특허권리범위 확인 소송에 나섰다. 하지만 약 2년간의 소송전 끝에 지난달 28일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쿠쿠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쿠쿠전자 마케팅팀 관계자는 "제품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속 투자로 차별화된 기술력을 선보이기 위해 힘써온 노력에 대한 응당한 결과"이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기업의 제품, 서비스가 가진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이 부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쿠첸 관계자는 "이미 내부적으로 대체 가능 기술을 확보해 신제품에 적용하고 있고 연말에는 전 제품에 확대적용 할 만큼 판매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 분리형 커버가 뭐길래
두 회사가 사활(死活)을 내걸고 지키려는 분리형 커버 기술은 무엇일까? 분리형 커버는 전기압력밥솥 상단 뚜껑에 부착된 금속판을 말한다. 솥에 밥을 할 때 솥뚜껑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분리형 커버 기술은 기존 전기압력밥솥 사용자들이 커버를 분리할 수 없어 청소가 어렵다는 요구에 의해 개발됐다. 분리형 커버는 말 그대로 금속판을 분리할 수 있어, 청소가 간편해 위생적이다.
하지만 분리형 커버는 기존 일체형 커버에 비해 밥솥의 안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기술개발이 어렵다. 쿠쿠와 쿠첸이 오랜기간 소송을 벌인 이유도 분리형 커버의 안전장치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분리형 커버를 잘 못 설치하거나 밥솥과 아귀가 맞지 않는 상태에서 작동시킬 경우 밥이 끓다가 넘칠 수 있다. 또 밥맛을 찰지게 만드는 기압을 유지하지 못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내솥의 열기가 밥솥을 둘러싼 플라스틱을 변형시킬 수 있고, 내솥에서 발생하는 수증기는 전기장치의 누전을 일으켜 고장을 일으킬 수 있다. 현재 쿠쿠전자는 분리형 커버 장치를 밥솥에 내장해 커버가 장착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밥솥이 동작하지 않도록 했다.
쿠쿠전자 관계자는 "분리형커버는 제품의 안정성과 위생, 청결을 중시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해 청소가 용이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개발됐다"며 "이 기능을 도입한 뒤 폭발적으로 매출이 증가하며, 오늘날 쿠쿠전자가 전기밥솥 시장에서 75%의 점유율을 가질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 중국 시장까지 내다본 전략 소송
전문가들은 두 회사의 치열한 특허 전쟁에 대해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1위 사수'와 '점유율 확대'를 위해 견제를 위한 전략적 소송이라고 분석한다. 실제 두 회사는 국내는 물론, 중국 시장에서 전기밥솥이라는 동일한 아이템으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쿠쿠전자는 지난해 매출액 6675억원, 영업이익 916억원을 기록해, 2014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7.8%, 16.5% 증가했다. 국내 밥솥시장에서 약 75%의 독보적인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후발사업자인 쿠첸 역시 2011년 매출 1000억원대에서 지난해에는 256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배우 장동건, 송중기 등 공격적인 스타마케팅을 펼치면서 사업을 확장해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리사는 "전기밥솥의 경우 스마트폰 등에 비해 최첨단 기술을 적용하는 제품이 아닌 만큼 완전 새로운 혁신 기술이 적다"며 "결국 특허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기업 선도 기업이 유리한 시장으로 밥솥 시장의 소송전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쿠첸 측은 "최근 중국 메이디사와 합자회사(JV)를 설립, 밥솥을 생산할 예정인데, 중국 사업에는 해당 기술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중국 시장 공략에도 문제 될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기밥솥 업계의 특허 전쟁은 올해 1월 '딤채쿡'을 출시하며 전기압력밥솥 시장에 진출한 대유위니아도 피해가지 못했다. 당시 대유위니아는 대대적인 출시행사를 통해 올해 국내 전기 밥솥시장에서 점유율 10%를 확보하겠다며, 공격적인 목표치를 제시했다.
그러자, 쿠첸 측이 대유위니아에 소송을 걸었다. 지난해 6~8월 대유위니아가 쿠체의 연구개발(R&D) 인력을 스카우트하면서, 직원들의 경업(競業)금지에 대한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연구개발 직원들의 경우 동일업계로 전직할 수 없다는 약정을 어기고 경쟁사로 간 연구원들이 '밥솥 개발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법원은 올해 1월 "전직금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 선택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할 여지가 있다"며 대유위니아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