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잇따른 '최순실 게이트'로 바짝 긴장하고 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최순실씨(60)와 그의 딸 정유라씨(20)가 독일에 설립한 스포츠 컨설팅 업체 '비덱 스포츠'에 35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십억원이 미르·K스포츠재단을 거치지 않고 최씨 모녀가 지배하는 회사로 바로 전달됐다는 것이다. 돈은 지난해 9월쯤 비덱의 이전 이름인 '코레(Core) 스포츠'로 송금됐으며 국내 은행을 거쳐 독일 현지 은행의 회사 계좌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해 대기업이 자금을 댄 정황들이 포착되면서 줄줄이 검찰 조사를 앞두게 됐다. 대기업들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이나 후원에 대가성이 없었고 "우리도 피해자"라는 반응이다. 그러나 자발적인 후원이 아닌 비정상적인 기부라는 시각이 힘을 얻으면서, 혹시 모를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 최순실 게이트 일파만파…후원금 도마에 올라

삼성이 보낸 이 돈은 정유라씨의 말 구입 등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은 정유라씨의 승마선수 커리어 활동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10억원이 넘는 말을 구입해 정씨에게 후원했고, 독일 엠스데텐에 있는 '루돌프 자일링거' 승마 경기장을 협력사를 통해 230만유로(약 28억원)에 구입해 훈련 기지로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승마협회에서 전지훈련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지원할 선수를 선별했고, 자격이 있는 선수가 정유라씨밖에 없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폴란드 자크로프에서 열린 승마대회에 출전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정유라씨를 후원했다는 의혹에 대해서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던 삼성은 이날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모든 의혹이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며 "조사가 진행 중인 관계로 관련 의혹들에 대해서는 코멘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를 걱정하는 기업은 삼성 뿐만이 아니다. CJ그룹은 'K-컬처밸리' '문화창조융합센터' 등 문화 관련 사업에 최순실씨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차은택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그 당시 CJ가 이재현 회장의 사면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었다는 점에서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이에 대해 CJ측은 "원래 테마파크를 준비해 왔고, 좋은 기회가 생겨 사업을 나섰을 뿐 대가성이나 특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이달 중순 브리핑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차은택 씨와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만난 날, K-컬처밸리 사업자로 CJ가 결정됐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최씨 소유의 더블루케이로부터 배드민턴팀 창단을 요구받았으나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재단 출연 적법했나…대기업 "돈 벌 땐데 답답" 반응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낸 기업 4곳 중 1곳은 적자를 내고 있던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닷컴과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기업은 모두 53개사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3개사가 10억원 이상의 출연금을 냈다.

이들 53곳의 경영실적을 보면 지난해 적자로 법인세를 내지 않은 기업이 12개사로 전체의 22.6%를 차지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해 별도기준 477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2년 연속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못한 상황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에 모두 10억원을 출연했다. 두산중공업도 지난해 4500억원대의 적자를 냈음에도 미르·K스포츠재단에 4억원을 냈으며 대주주인 두산 역시 7억원의 출연금을 건넸다.

지난해 수 백억대의 적자를 기록한 CJ E&M과 GS건설도 각각 8억원과 7억8000만원을 내놨고, 2년째 적자를 낸 아시아나항공과 GS글로벌도 각각 3억원과 2억5000만원을 출연했다.

이들 기업에 뇌물공여 혐의 적용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대가성을 입증해야 하는 만큼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기업들은 출연 결정이 합법적으로 이뤄졌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기부금과 관련해 이사회를 열어 결의한 기업은 KT와 포스코 두 곳 뿐이었다. 다른 기업의 경우 정관에 관련 조항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이름이 오르내리는 대기업들은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다. 대기업 고위 임원은 "당장 돈을 벌어야 할 땐데 이런 일이 생기니 곤혹스럽다"며 "수사에는 적극 협조할 것이지만, 대내외 경제 여건이 나쁜 상황에서 경영활동 위축과 같은 악영향이 있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