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과 접근성이 좋아 시세가 급등하던 '위례신도시'에 악재(惡材)가 터졌습니다. 위례 핵심 교통망으로 꼽히는 위례신사선 경전철 사업의 주관 건설사인 삼성물산이 "사업성이 없어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31일 서울시에 공식적으로 밝혔기 때문입니다.

위례신도시는 버스 노선 몇 개를 제외하면 대중교통망이 거의 없어 매일 출퇴근 교통지옥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위례신사선(총 길이 14.83㎞)이 위례에서 서울 가락동·삼성동을 거쳐 신사역까지 30분대면 닿을 수 있어 교통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구세주'로 기대를 했습니다. 하지만 2024년쯤으로 예상됐던 개통 일정이 삼성물산의 사업 철수로 불투명해진 상황입니다. 주민들은 "믿고 기다렸던 삼성물산과 서울시에 뒤통수를 맞았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지난 8년간 우여곡절을 겪었던 사업이 또 한 번 큰 고비를 맞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삼성물산은 2008년 GS· 두산·SK건설 등 6개 업체와 컨소시엄을 꾸려 서울시에 용산과 송파를 잇는 자기부상열차 사업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용산국제업무사업이 무산되고 국토교통부와의 협의 과정을 거치면서 작년 6월에야 위례~신사 구간 경전철로 바뀌었습니다.

삼성물산 측은 경전철을 운영해본 경험이 없는 데다 이용객을 예측해보니 위험 부담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사업 포기 이유를 밝혔습니다. 리스크 관리 차원의 기업 결정을 따져물을 수야 없겠지요. 하지만 차일피일 사업 참여 통보를 미루다 결과적으로 사업 지연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보입니다. 작년 9월 서울시가 삼성물산에 올 상반기까지 사업서 제출을 요구했지만, 내부 사업성 검토를 이유로 1년 이상 결정을 미뤄오다 사업 제안서 마감일이 다 되서야 철수 의사를 밝히는 바람에 한시가 급한 사업에서 귀중한 시간만 낭비했다는 겁니다.

서울시도 삼성물산만 바라보다 사업 추진 일정이 불투명해진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시는 이제야 삼성물산과 컨소시엄에 있던 다른 건설들에 사업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교통난에는 아랑곳않고 사업 결정을 미적댄 건설사와 이를 방관했던 서울시 때문에 위례 주민들에게 불편만 가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