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치페이법', '안 받고 안 주는 법' 등으로 불리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한 달을 맞았다.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관행을 되돌아보게 하는 전대미문의 법이었던 만큼 시행 직전까지도 우려가 컸다. 증권시장에서도 유통주와 주류주가 직격탄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당장 김영란법이 주식시장에 준 타격은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통주에 속하는 백화점주나 편의점주는 예상과 반대로 움직였고, 골프 관련주는 혼조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주류주에만 약간의 타격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김영란법 시행 한달 만에 파급력을 살펴보는 것은 다소 이른 감이 있다"며 "'선물 수요'가 늘어나는 연말과 내년 설 명절 등이 지나야 김영란법의 영향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유통株 예상 빗나가…하락 예상 백화점 ↑, 수혜 기대 편의점 ↓
다수 증시 전문가들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고가 선물 매출 비중이 큰 백화점이 타격을 입어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현재(26일 종가 기준) 백화점 종목은 대체로 올랐다.
신세계(004170)는 김영란법 시행일인 지난 9월 28일 오히려 전날보다 0.53% 상승한 18만8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10월 들어 오름세를 탄 신세계는 지난 10월20일에는 김영란법 시행일보다 8.78% 높은 수준으로 오르기도 했다. 이후 하락세로 반전했지만, 26일 기준 김영란법 시행일보다 0.53% 오른 18만9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다른 종목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현대백화점(069960)은 지난달 28일 11만9000원으로 상승 마감한 뒤, 상승 뒤 하락세를 보이다가 현재 김영란법 시행일보다 0.84% 오른 12만원을 기록했다. 롯데쇼핑(023530)도 같은 기간 동안 12.86% 상승했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올여름 더위가 심했기 때문에 3분기에 에어컨 같은 가전제품의 매출이 높았다"며 "이 때문에 백화점의 3분기 실적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2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보여 주가가 떨어지다가 3분기 실적이 좋아진 것으로 나타나자 주가가 반등했다는 것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선물을 판매해 수혜를 볼 것이라고 기대했던 편의점 종목들은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다.
BGF리테일은 김영란법 시행일인 지난 9월 28일 전날보다 0.25% 오른 19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다. 이달 26일 기준 김영란법 시행일보다 10.38% 떨어진 17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GS리테일도 한달 동안 11.13% 하락했다.
편의점주는 앞으로 성장성이 둔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손 연구원은 "2015년 담배 가격이 인상되면서 편의점의 성장률이 2014년보다 40~50% 정도 증가했다"며 "이 때문에 올해 성장률이 10~20% 정도 나온다고 해도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성장률이 둔화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주류주 예상대로 하락…"회식 줄어 식당용 매출 타격"
식사금액이 한 사람당 3만원으로 규제를 받으면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주류주는 전반적으로 꾸준히 하락했다. 하이트진로(000080)는 김영란법 시행일(9월 28일) 전날보다 1.52% 떨어진 2만2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 주가는 꾸준히 하락했다. 이달 26일엔 한달전보다 10.76% 떨어지며 52주 최저가인 2만300원을 기록했다.
롯데칠성(005300)은 김영란법 시행일 하락 마감했지만 이후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10월 12일에는 166만30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내 하락세로 방향을 바꿨다. 이달 26일을 기준으로 최근 한달간 롯데칠성은 5.71% 떨어졌다. 또 지난달 28일 이후 한달 동안 국순당(043650)은 1.01%, 진로발효(018120)는 2.16%, 보해양조(000890)9.81%, MH에탄올(023150)은 3.46% 각각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김영란법 시행 후 회식 문화가 줄면서 주류업체들의 실적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트진로, 롯데칠성 등의 대표 주류 업체들은 이른바 '회식형' 음주 문화에 유리한 경영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며 "그러나 최근 김영란법 시행으로 회식은 줄어들면서 타격을 좀 받았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기존 주류업체들의 강점이 영업 사원을 통해 관리하던 '식당용'이었는데 그 힘이 약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연구원은 이어 "국내 주류산업은 공급 과잉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인 데다가 하반기 대표 기업들의 실적도 크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주가 전망이 밝지 않다"고 말했다.
◆ 골프株 혼조, 스크린골프 종목은 ↑
전문가들은 손님 접대용으로 이용하던 골프 시장도 김영란법으로 인해 손해를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영란법은 골프 접대를 '편의 제공'으로 규정해 예외를 두지 않고 금지하고 있다. 실제 김영란법 시행 후 첫 주말 골프장 예약률이 평소보다 10%가량 줄었고, 일부 골프장 회원권 가격은 올해 초보다 3분의1 수준 하락했다.
하지만 골프주는 혼조세를 보였다. C&S자산관리는 지난달 28일부터 지속적해서 하락하더니 지난 10월 26일 52주 최저가인 3490원을 기록했다. 한달 동안 주가가 10.51% 떨어진 셈이다.
반면 고급 리조트 개발업체인 에머슨퍼시픽의 주가는 오히려 올랐다. 힐튼 남해 골프&스파리조트를 운영하는 이 업체는 김영란법 시행일에는 전날보다 1.22% 떨어진 3만6400원에 마감했지만, 10월 들어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26일 기준 에머슨퍼시픽은 김영란법 시행 후 한달 동안 6.31% 올랐다.
김세련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에머슨퍼시픽이 보유한 골프장은 회원제가 아닌 퍼블릭(비회원제) 골프장으로, 김영란법이 영향을 미치는 회원제 골프장과는 달리 오히려 수혜를 봤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회원제 골프장은 비회원 가격으로 접대를 받았던 고객이 줄어들면서 상황이 나빠졌을 수 있지만, 이 수요가 오히려 퍼블릭 골프장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스크린골프 업체는 수혜를 볼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스크린골프장 업체인 골프존(215000)은 김영란법 시행 후 한달 동안 0.3%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 김영란법 직접 영향 미미…'선물 수요' 지켜봐야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김영란법 영향이 직접적으로 주가에 반영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영란법은 선물 수요가 많이 증가하는 추석 명절을 지난 뒤 시행됐다. 이에 김영란법이 선물 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시험해볼 수 없었고, 올해 연말과 내년 설 명절 선물 수요를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아직 선물 수요가 많은 시즌이 아니라서 김영란법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선물 수요가 많이 증가할 연말 시즌이나 내년 설 명절까지 기다려봐야 그 영향력을 제대로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추석 명절이 지난 후에 김영란법이 시행됐기 때문에 선물 수요에 미친 영향력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올해 연말과 내년 설 명절 선물 수요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