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유료 방송 경쟁력 강화와 케이블TV 산업 활성화를 위해 현재 전국 78곳으로 쪼개진 방송 권역을 폐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방송 권역이 폐지되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케이블TV 인수 최대 걸림돌이 해소된다. 통신 업체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케이블TV를 인수할 길을 터줘 케이블TV 업계의 자율 구조조정을 앞당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래부는 이를 위해 지난 8월 유료 방송 발전 방안 연구반을 출범시켰다.
27일 미래부 주최로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유료 방송 발전 방안 연구반'은 "케이블TV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는 2018년쯤 방송 권역을 없애자는 의견을 미래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연구반 소속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 교수는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 만든 방송 권역이 전국적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방송 시장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방송 권역을 기준으로 시장 지배적 사업자 여부를 판단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불허했다. CJ헬로비전이 방송 권역 19곳에서 가입자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합병까지 하면 1위 권역이 21곳까지 늘어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방송 권역이 없어진다면 이 두 회사가 합병하더라도 KT에 이어 전국 가입자 수 2위이기 때문에 인수·합병 허가를 받을 수도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방송 권역이 폐지되면 공정위의 판단 기준도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래부 연구반은 방송 권역을 없애면 지역 케이블TV 사업자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는 90개 사업자가 송파·용산·강남 등 정해진 지역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방송 권역별 가구 수가 9만~79만가구에 불과해 대형화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구조였다. 방송 권역을 없애 통신 업체들이 운영하는 인터넷TV처럼 전국 어디서나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케이블TV 업계는 정부 방안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김정수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사무총장은 "인터넷TV와 대등하게 경쟁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권역이 사라지면 케이블TV가 헐값에 팔리거나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다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케이블TV 관계자는 "대형 케이블TV 업체는 통신 업체가 운영하는 인터넷TV에 인수되고 작은 케이블TV 업체는 인터넷 TV의 공격적 마케팅에 밀려 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부는 이날 토론회 내용과 업계 의견 등을 바탕으로 다음 달 중순 열릴 2차 토론회에서 최종안을 내놓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