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제 아들이 대학생 됐을 때 쥐여줄 돈을 베트남 주식에 묻어뒀습니다."

자산운용사 대표 A씨는 이모저모 따져봐도 장기 투자에는 베트남만 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국가 경제의 높은 성장성과 실제 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주가 등에 비춰볼 때 그렇다는 얘기였다. 전문 투자자인 A씨뿐만 아니라 상당수 국내 일반 투자자도 같은 생각에서 베트남에 주목하고 있다. 올 초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7조원 가까이가 빠지고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도 8000억원가량 환매 물량이 쏟아졌지만, 베트남 주식형 펀드로는 3000억원이 신규 유입됐다. 채권형 펀드를 제외하면 단일 유형 펀드 중 가장 많은 돈이 모였다.

베트남 하노이의 한 교차로 모습. 자동차가 길게 늘어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고,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세계 경기 둔화에도 고성장하는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베트남은 연 6%대 높은 경제성장률로 단연 돋보인다.

하지만 10년 전 베트남 펀드의 '악몽'을 기억하는 투자자들은 다시 찾아온 베트남 투자 열풍을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베트남 펀드는 중국 펀드와 함께 2006~2007년 우리나라에 해외 펀드 투자 열풍을 몰고왔지만, 2007년 3월을 정점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한 베트남 주가지수는 2009년 초 5분의 1 토막 나면서 투자자 상당수가 막대한 돈을 날렸다.

해외 투자 전문가들은 "그때와 지금의 베트남은 다르다"면서 "단기 수익에 집착하지 않고 꾸준히 적립식으로 투자할 수만 있다면 유망한 장기 투자처"라고 말했다. 단, 그때나 지금이나 '몰빵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10년 만이네요, 베트남!

전문가들은 10년 전과 비교할 때 베트남 거시경제 전반이 크게 개선됐다고 말한다. 1인당 700달러 정도였던 국민소득이 2100달러로 3배 수준이 됐고, 금융 위기 이후 정부가 적극적인 개혁·개방 정책을 편 덕분에 삼성전자·LG전자·미쓰이OSK라인(일본 최대 해운사) 등 각국 대기업들이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건설, 중국의 뒤를 잇는 글로벌 생산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의 지분 취득 제한 규제를 없앴고, 올 들어서는 고정환율 제도를 관리변동 환율제로 바꾸는 등 시장 개방 작업을 착착 진행 중이다.

덕분에 연평균 6%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평균연령 28세 젊은 인구와 3% 수준 낮은 문맹률 덕분에 아시아 신흥국 중 가장 오래도록 성장 스토리를 써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장은 "베트남 경제는 우리나라와 30년 격차를 두고 뒤따라오고 있다"며 "2006~2007년의 주가 폭등은 경제 펀더멘털에 기초한 게 아닌 전 세계적 자산 버블에 따른 동반 현상이었지만, 지금은 경제성장에 기반한 견고한 상승 추세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국에 대한 베트남의 수출 비중이 43%에 달한다는 점에서 베트남을 TPP 최대 수혜국이 될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

곳곳에 숨은 리스크

하지만 투자 위험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2006년 베트남 호찌민과 하노이 거래소에는 모두 50개 종목이 상장돼 시가총액이 20억달러(2조2670억원) 정도였다. 지금은 670여개 종목에 시총도 565억달러(64조430억원·작년 말 기준)로 커졌다. 그래도 여전히 주식시장 전체 규모가 삼성전자 시총의 3분의 1에도 못 미칠 만큼 작다. 다가오는 미국 금리 인상 같은 대외 여건 변화에 환율이 급변하고 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여전히 내국인 투자자 비중이 80%로 높고, 단기 차익을 노린 외국인 핫머니(투기 자금)의 유출입이 많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GDP 대비 시가총액이 40%에 못 미쳐 다른 아시아 신흥국에 비해 주가가 추가적으로 오를 여지가 있다는 점은 구미가 당기는 요소이지만, 환율 위험은 여타 신흥국 투자 때와 마찬가지로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국내에 출시돼 있는 대부분 펀드가 원화에 대한 베트남 동(Dong)화를 직접 헤지(hedge·위험 분산)하는 게 아니라 원화 대비 달러화에 대한 헤지만 하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자본 유출이 일어나는 등 동화의 평가절하(통화가치 하락) 압력이 높아지면 가만히 앉아서 손해 볼 수도 있다. 올해 17% 급등한 주가지수가 연말 외부 변수에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는 점도 걱정거리다.

직접 매매까지… 다양해진 투자 기법

나라 밖 상황을 매일 들여다보기 어려운 투자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펀드 같은 간접투자 방식이 베트남에 투자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기존에는 혼합형(베트남+국내 채권 또는 베트남+중국 등 다른 국가 주식) 펀드가 주류였는데, 올 들어서는 베트남 주식에만 투자하는 순수 베트남 펀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올 2월 한국투자운용이 출시한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 펀드는 설정 이후 10%대 수익률을 올리면서 1141억원을 모았다.

그러나 대부분 베트남 주식형 펀드가 베트남지수에 연동한 닮은꼴 상품이라는 점에서, 베트남의 성장성을 반영하는 소비재·건설·통신 서비스 등 업종을 골라 투자하는 랩(wrap·맞춤형 자산관리 계좌) 상품이 낫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특정 기업에만 투자할 길도 열려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24일 베트남 주식 HTS(홈트레이딩시스템) 서비스를 시작했다. HTS에서 베트남 화폐로 환전하고 주식을 매매하면 된다. 다만, 매수·매도 주문을 낸 후 결제까지 2영업일이 걸린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