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계열사들은 중간 지주회사 전환을 목표로 하라."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은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2박3일간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그룹 CEO세미나에서 이렇게 제안했다. 경영효율화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다.

증권시장 관계자들은 일제히 SK텔레콤을 주목했다. 정확히는 SK텔레콤의 인적분할설에 시선이 집중됐다. SK텔레콤이 인적분할을 통해 중간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SK그룹 지주회사인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승격시켜 SK하이닉스의 활용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지분 100% 소유에 한해서만 증손회사를 만들 수 있어 지금과 같은 지배구조로는 SK하이닉스가 M&A에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증권 전용기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국내외에서 공격적 인수합병(M&A)으로 소프트파워를 강화하고 4차산업 혁명에 대비하고 있지만 SK하이닉스는 증손자회사 규제로 M&A가 어렵다"며 "이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SK텔레콤에서 투자부문을 인적분할한 후 SK㈜로 합치면 자회사로 전환하는 SK하이닉스의 M&A 전략은 한층 수월해지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 규제를 직접 받는 기간통신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인적 분할해 중간지주회사로 전환하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SK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을 적합한 사례로 소개했다. SK는 2007년 당시 SK㈜를 지주사인 SK㈜와 사업회사인 SK이노베이션으로 인적분할하고, 2011년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부와 화학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각각 'SK에너지'와 'SK종합화학'을 신설하는 등 SK이노베이션을 중간지주사화했다. SK 관계자는 "구조가 단순해지면서 의사결정이 빨라져 M&A를 진행하는 데도 속도를 더했다"고 말했다.

또 SK하이닉스가 SK㈜의 자회사가 되면 최태원 회장 등 총수 일가가 받을 배당이 늘어날 수 있다. SK하이닉스 수익은 SK텔레콤을 거쳐 지주회사인 SK㈜로 반영되는데, 지배구조 변화로 SK텔레콤을 거치지 않으면서 지분법 이익이 늘어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최 회장이 그룹의 지배력을 더욱 높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SK그룹의 출자구조는 '회장→SK㈜(SK㈜와 SK C&C 합병)→사업자회사'다. 지주회사인 SK㈜를 중심으로 SK이노베이션(석유화학), SK텔레콤(통신 및 IT), SK E&S(에너지), SKC, SK케미칼, SK건설 등을 중간지주회사 형태로 거느린다. SK이노베이션은 SK루브리컨츠, SK종합화학, SK에너지 등 석유화학 계열사를,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유선인터넷·IPTV), SK플래닛(모바일서비스), SK하이닉스(반도체) 등 IT 계열사를 각각 두고 있다.

인적분할 화두를 일찍 꺼내야만 하는 배경도 있다. 여소야대의 정치구도 아래 야권이 자사주 의결권 제한 법안을 밀고 있다. SK텔레콤은 12.6%의 자사주를 보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