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기지법 및 군사시설보호법 등에 기준해 설치
민간 사용 못해도 군사 시설 구축비는 사업자 부담

아파트에 살아도 옥상까지 올라 가본 입주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보통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는 터라 화재 등 비상 상황이 아니면 사실 굳이 올라갈 일이 없기 때문이다. 잠긴 옥상문을 열면 무엇이 있을까.

서울 여의도를 비롯해 도심 고층 건물 위에 수도 서울의 대공 방어를 위한 군사 시설이 있다는 이야기는 일반인들도 들어본적 있는 공공연한 비밀. 하지만 주거 시설인 아파트 옥상에도 군사 시설이 있다는 사실은 해당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도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일러스트=김다희 디자이너

모든 아파트 옥상에 군사 시설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도 방위 목적으로 군이 요청하는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군사 시설이 지어질 수 있다.

최근 70대 1이 넘는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던 A아파트는 입주자 모집공고문을 통해 유의사항으로 군사 시설이 설치된다고 공지했다.

공고문에는 "단지에는 군사 시설이 설치되며, 옥상의 군사 시설이 설치되는 곳은 접근 금지 구역으로 지정 출입이 차단될 수 있습니다"라고 명기됐다.

최근 분양한 A아파트 입주자 모집공고문의 일부. "옥상에 군사 시설이 설치되는 곳은 접근 금지 구역으로 지정 출입이 차단되어질 수 있습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 아파트뿐 아니라 B건설이 성수동에 짓고 있는 C아파트의 옥상에도 군사 시설이 들어선다. 2005년에는 군용 헬기가 용산의 한 아파트에 대공포를 옮기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20층 이상의 고층 건물에 군사 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군사 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제12조 3·4항 및 동법 시행규칙 제7조에 근거한다.

또 군사 기지법에 따르면 대공방어협조구역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높이 이상의 건물을 지을 경우 건축허가 단계에서부터 국방부 장관 또는 관할 부대장의 협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필요한 경우 민간 소유의 건물이라도 대공 작전에 장애가 되면 대공포 등의 군사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2006년 당시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이 국방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라 서울의 고층 건물 위에 구축된 대공 진지는 총 29곳이었으며, 업무 시설 15곳과 주상복합 10곳, 호텔 2곳, 아파트 1곳이 포함돼 있었다.

국방부는 그러나 군사 보안을 이유로 현재 서울 시내 건물 위에 구축된 군사 진지가 정확히 몇 곳이나 있는지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건설사 관계자는 "수도방위사령부가 군사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연락이 오면 이를 반영해야 하고, 설치되는 군사 시설의 구체적인 규모와 위치는 군부대 측이 정한다"고 말했다.

설치되는 모든 군사 시설에 병력이 주둔하지는 않는다. C아파트의 경우도 병력이 상주하는 진지가 아니라 예비용으로 갖춰진 군사 시설이 들어선다. 군사 시설이 들어선 아파트라도 병력 이동 시 별도로 마련된 엘리베이터를 쓰기 때문에 주민들과의 접촉은 잦지 않다고 한다.

내년 완공 예정인 성수동 C아파트의 동호수 배치도. 101동 꼭대기에 '군사시설'이라고 표기돼 있다.

옥상에 군사 시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용산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주민은 "꼭대기에 군사 시설이 있는지 몰랐다"며 "아파트 주변 편의점을 이용하는 군인들을 종종 보긴 했는데, 인근 부대 군인 정도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입주자가 사용할 수 없는 군시설이지만 설치 비용은 민간이 부담해야 한다. 전체 공사비에 차지하는 비중이 많지는 않지만 현재 법령에 따르면 군사 시설 설치비는 사업 시행자가 부담해야 한다.

A아파트 시공사 관계자는 "군사 시설을 짓는 비용은 시행자 부담"이라며 "우리 단지의 경우 조합 아파트라 사업주인 조합이 부담하게 된다"고 말했다.